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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동희 May 13. 2024

(직장 일상)  풀꽃

눈이 부신 봄날에 풀꽃을 보았습니다

며칠 전 부서에서 진행하는 야외행사가 있었습니다. 화창한 봄날, 사무실을 벗어나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런 즐거움은 항상 고생하신 분들의 수고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준비하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참 예쁜 곳이더군요. 나뭇잎 사이로 내리는 햇살, 그 틈으로 비치는 푸른 하늘, 길을 따라 흐르는 꽃과 향, 바닥에 가득한 봄의 기운이 어우러진 하루였습니다. 폐교된 건물을 고쳐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기자기한 소품과 꽃과 풀들, 자연 그대로의 나무들, 느릿느릿 움직이는 커다란 개까지 정지된 그림 속 수채화의 아름다운 정경이었습니다.


마당 한쪽 편에 핀 꽃을 보았습니다. 봄의 주인공인양 화려함을 자랑하는 꽃이 아닙니다. 여린 풀에 핀 작고 소박한 꽃입니다. 허리를 굽혀야, 눈을 아래로 향하여야 볼 수 있습니다. 


문득 나태주 시인의 연작시 ‘풀꽃’이 떠올라 나지막이 소리 내어 봅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짧고 간결하지만 긴 여운을 주는 시입니다. 


풀꽃이라고 소리 내어 말해보면 압니다. 풀은 입술을 붙였다가 떼면서 앞으로 내밀며 푸른 공기를 내어 쉽니다. 꽃은 내민 입술을 움찔하는 상태이지요. 입술모양이 꽃 모양입니다. 입술을 내밀며 피어나는 것이지요. 거기에 웃는다면 활짝 핀 꽃이지요. 


그 시간을 함께 하면서 피었던 예쁘고 사랑스러운 꽃 같은 얼굴들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직장이라는 화분에 갇혀 시들어 가는 우리이지만, 그래도 이 날의 밝은 얼굴과 행복한 기억으로 또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기죽지 않고 살아갈 용기를 내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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