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길에 헤매다 마음을 놓쳤습니다
4월의 자연은 화사함으로 변하고 그 자연을 바라보는 마음은 밝음으로 움직입니다. 늘 보는 자연이지만 그래도 봄은 새롭습니다. 공간은 수묵화의 흑백화면에서 수채화의 맑고 투명한 색의 정경으로 이동됩니다. 손을 대면 봄이 묻어 날 것 같은 그런 하늘과 땅과 물과 대기의 호흡입니다.
오랫동안 근무하였던 서울 영등포의 사무실 동편 입구에는 목련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외진 곳의 화단은 쓸쓸합니다. 어느 날 목련나무에 꽃망울이 맺히고 목련이 피어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때 봄이 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얼마 후 그 꽃은 집니다. 개나리가 피고 벚꽃이 피어납니다. 그 꽃 역시 지고 진달래가 피고 민들레가 피어납니다. 꽃이 피고 지는 것은 자연의 순리이지만 그것을 보는 나의 설렘과 봄날의 긴장감은 숨 막히는 행복의 순간입니다.
4월의 어느 날 벚꽃이 만개하게 피어납니다. 눈처럼 내리는 꽃잎에 갈 길을 잃습니다. 마음을 벚꽃나무 아래 두고 옵니다. 좀처럼 오지 않는 마음을 기다리며 헤매고 있습니다. 내린 눈에 발자국이 남듯 내린 벚꽃에 마음을 새기게 됩니다.
봄은 ‘파릇파릇’ ‘처음’ ‘갓’이라는 말이 어울립니다. 이제 갓 교사가 된 딸에게서, 아직 어린 막내에게서 봄 내음이 납니다. 향긋한 꽃 향이 아닙니다. 물기 가득한 설익은 풀 내음입니다. 들에서 나물을 캐면 흙에 딸려 올라오는 그런 봄 내음이 전해집니다. 봄 경치가 한창 무르익는 지금이 그런 봄입니다.
우리 생활에서도 꽃이 피는 4월 한 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 즐거운 주말, 행복한 한 달이 되기를 바라며 두 손을 모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