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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나무 Jun 28. 2023

자서전 도전기(1)

직장으로 복귀를 2주 정도 남겨놓고 있던 날, 남편이 노트북 마우스를 딸깍딸깍하다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도서관에서 자서전 쓰기 강의가 있네요."

"그래요? 아..."


침대를 뒹굴거리며 모든 것이 귀찮은 목소리로 말하자 남편이 다시 한번 이야기다.


"이거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요. 선착순인데 치열할 것 같아요. 신청할까요?"

"아... 네."


이 핑계 저 핑계로 하기 싫은 이유가 여럿 떠오르지만 성의 있게 알아봐 준 남편의 기분을 지켜주고 싶었다.

사실은 복귀만 생각해도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데, 게다가 무언가를 또 배워서 해내야 한다니. 시간을 쪼개어 병원도 다니고 상담도 다녀야 하는 내가 과연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언젠가 죽기 전 자서전 한 권쯤 써보고 싶은 막연한 생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던 터라, 피곤해서 강의를 다는 못 따라가더라도 들어두면 언젠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위안을 했다.


그러던 중 고민이 생겼다. 수업은 여섯 번, 총 6주인데 6주 만에 자서전을 쓴다니. 과연 가능할까?

어릴 적부터 주변에서 너는 살아온 것만도 책 쓰면 여러 권 나오겠다는 말을 종종 듣곤 했다. 하지만 여태 글 한 편 써 둔 것도 없으면서 자서전이라니 시작도 전에 맥이 풀리는 것 같았다. 이미 글을 여러 개 써놓았어야 6주간 다듬어서 자서전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큰일 났다.


아무래도 가망이 없을 것 같아 주말에 슬슬 남편 눈치를 보다 말다. 직장 복귀와 피곤을 핑계 삼아 슬쩍 빠지려는 작전이다.

"혹시 자서전 강의는 어떻게 됐어요?"

"이미 마감됐고 대기자까지 있어요."

"아, 곧 복귀인데 내가 강의를 소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러면 복귀 이틀 전이 첫 강의니까 한 번 들어보고 결정해 봐요."


나쁘지 않은 생각 같아서 일단 하루 들어보기로 했다.

들어보고 너무 피곤하면 수업을 째야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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