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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나무 Dec 17. 2023

지금 내가 누리는 현실이 미래에는 특권이 된다

2050 미래사회보고서 Part.2를 읽고

언젠가 한 친구가 내게 토로했다. 가족이 신흥 종교에 빠졌다는 것이다. 신흥 종교는 조직적으로 그분을 관찰하고 취향과 감정과 상황에 맞게 치밀하게 계획했다. 그 결과 그분은 일반 종교에서 채워주지 못한 인정의 욕구를 신흥종교에서 채우고 있었다. 그로 인한 마음의 안정과 시원해짐은 개인의 신념까지 바꾸어 놓았다. 그분은 평생 진리라고 믿던 대상과 일생의 방식을 바꾸어 내 친구에게 역전도를 시작했다고 한다.


미래사회는 신흥 종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를 모니터링할 것이다. 지금도 인공지능은 우리가 휴대폰을 통해 검색하는 상품을 감지하고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앞으로는 그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도시의 모든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우리 움직임과 감정을 정확히 살펴 작은 틈이라도 예견되는 즉시 맞춤형 광고와 상품을 미디어와 홀로그램으로 즉각 제시할 것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는 말이 있는데, 후자의 방식대로 대부분의 인류가 인지도 하지 못한 채 살아갈 날이 도래하고 있다.


하루는 일곱 살 내 아이에게 신흥 종교에 대해 이야기해 주며, 더 제대로 믿고 싶은 인간의 욕구와 열심을 이용해 자신의 사상을 주입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에 넘어가지 않고 너의 주관을 지키며 살자는 말을 해준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신흥종교를 넘어 미래사회 시스템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지금부터 이야기를 자주 나눠봐야 한다고 본다. 시스템과 공존하는 사회를 피할 수 없지만 시스템에 지배당하지 않고, 아니 지배당하는 영역을 최소화하며 인간답게 사는 자신의 철학을 모색하면 좋겠다.


가상현실에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해질 미래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내 거부감마저 구닥다리 꼰대식 사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인류가 가상공간에서 인생을 사는 동안 소수의 가진 자들만 실제 몸으로 실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실제 공간을 고급지게 살아가게 된다는데 마음이 아프다. 지금 내가 당연하게 누리는 현실 세계를 내 자녀나 손주들이 의지대로 취사 선택도 못해보고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꽉 막힌 듯하다. 태어나면서 받은 몸과 정신과 의지를 지켜내고 최대한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의 삶, 프레카리아트가 되는 99.99퍼센트의 사람들에겐 그것이 힘들지라도 내 자녀는 치열하게 고민하며 그 속에서도 인간의 정신과 존엄성을 지키며 살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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