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내적동기 찾기
논문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목소리다.
논리적으로 어떤 규칙을 찾아냈는가, 그 규칙은 일반화시킬 수 있는가, 인간의 삶과 인류의 발전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자료인가에 따라 논문의 질이 결정된다.
근거자료가 얼마나 논리적인지, 그래서 새로운 지식을 발견했는지, 학계에서 믿을만한 학자의 인정을 받았는지는 목소리의 크기를 좌우한다.
사회복지 후배들을 잘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에 NGO 조직경영과 조직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관련 연구를 할까 싶어 선행연구를 찾아보니 자료는 무척 다양하고 많았다. 조사할수록 내가 모르는 게 뭔지를 아는 게 우선이겠다 싶은 생각이 점점 확고해졌고, 이미 정리된 지식을 학습하는 것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연구주제를 찾기로 정리했다.
연구주제에 대한 고민 중 타부서에서 일하던 간사님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논문과 책을 많이 내는 분이셨다.
내 고민을 들어주시더니 고액기부 관련 연구를 해보는 건 어떨지 아이디어를 주신다.
'고액기부?'
기부를 주제로 연구한다고??
나는 소속조직에서 높은 모금 성과를 냈었고, 조직 성장에 꾸준히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업무 성취에 대한 자신감이 높았다.
2016년도 기업모금팀에서 소속조직 최초의 고액기부자클럽을 만든 후 고액기부자 1호를 위촉하자마자 조직 내부사정으로 다른부서로 이동하며 이 일이 흐지부지 됐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성취해보지 못한 고액모금 업무에 아쉬움이 있었는데 학습으로 보완하면 업무 호기심 충족과 커리어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 어떤 연구자료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고액기부자, 온라인모금, 캠페인모금, 기업모금에 대한 자료를 조금 찾았고, 고액기부 관련 외국문서를 한국어로 정리한 웹페이지가 몇 가지 검색될 뿐이었다.
연구주제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졌다.
'교수님이나 학생들이 할 수 없는... 모금현장에 있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연구가 있을까?'
우리 조직을 포함한 NGO 단체들은 꾸준히 고액기부시장 개발을 위해 도전하고 있었다. 당시 소속 조직에서는 고액모금 담당자를 새로 채용하여 팀을 형성했고,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많은 NGO들이 고액기부자 발굴을 위해 고전하고 있었다.
우리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대면모금 위기 극복을 위해 전전긍긍했었다.
코로나 팬데믹 때 소득불평등 문제는 더 적나라했다.
저소득 소외계층의 교육환경 악화, 일자리 부족, 자영업자 경영난, 정신건강 악화, 질병으로 인한 생명위협, 자살 등...
앞으로 다가올 AI시대, 대기업과 자산가들은 더욱 고도화된 기술을 개발하여 수익을 창출함으로 소득불평등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사회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절대적 자산을 보유한 부자들이 기부 가치에 동의하여 자발적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주는 기쁨을 깨달아 더욱 자신의 소유를 나누며 살아감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되도록 돕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 일은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다.
몇 가지 궁금해졌다.
어떤 사람들이 고액기부자를 찾았을까?
어떤 노력이 기부자를 기쁘게 했을까?
어떤 전략이 고액기부를 지속가능하게 했을까?
아무리 찾아봐도 관련 자료가 없었다.
고액모금가의 특징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해지며, 이들을 연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연구주제를 결정하고, 입학할 때부터 지도교수님으로 점찍어둔 케이교수님께 연구지도를 부탁드렸다.
케이교수님의 답변은 청천벽력이었다.
"나 내년에 안식년이야."
안돼애ㅐㅐㅐ ㅠㅠㅠㅠㅠ
"안식년이면, 연구지도를 못해주시나요...??"
"글쎄... 행정실에 문의해 봐."
행정실에 전화해 보니 교수님이 개인적으로 허락하시면, 가능하기는 한데 일반적으로 논문지도는 지양하신다고 설명해 준다.
"교수님, 행정실에 연락했더니 교수님이 허락해 주시면 행정적으로는 가능하다고 합니다."
교수님이 또 답변하신다.
"나 내년에 안식년이야."
NO라고도 안 하시고 YES라고도 안 하신다.
어떡하지???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