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ve Senses, 프라도 미술관
(이재의 글)
<Allegory of Sight> 속에서 만나보는 “보물창고”
대학원 과정에서는 두차례 해외 미술관과 아트페어 등으로 필드트립을 다녀오는 코스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중 한번은 마드리드로 미술관 투어를 가게 되었는데, 나는 대학원 입학 바로 전에 부모님과 마드리드 미술관을 다녀온 적이 있어서 은근 예습했다는 마음을 가지고 여유있게 다녀올 수 있었다.
대학원 수업중에 우리는 여러번 <Cabinet of curiosities>에 대하여 배웠다. 이것은 유럽의 르네상스 시대에 호기심으로 수집한 것들을 모아놓은 방으로 독일어로 “Kunstkammer”를 쓰기도 하는데 “보물창고”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듯 하다. 이 보물창고에 대해서는 수업중 여러번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상상으로 그려볼 수도 있었겠지만, 그보다 교수님의 설명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그림으로 먼저 인지를 하게 되었으니 그 작품은 프라도 미술관에 있는 <Allegory of Sight>였다. 우리과 친구들과 함께 이 작품을 마주 대했을때에는 학습효과 덕분에 이 작품의 디테일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 있었다.
이 작품은 두명의 작가가 공동으로 작업을 했다. 그 중 Jan Brueghel the Elder (1568-1625)는 지금의 Brussels 지역에서 출생한 플랑드르 화가로 정말 유명한 화가인 Pieter Bruegel the Elder의 아들이다. 또 한명의 작가는 우리에게 친숙한 Peter Paul Rubens (1577-1640)로 이 둘은 매우 친한 친구였다. 얀 브뤼헐과 루벤스의 공동 작업중에 가장 유명한 작품이 1617-1618경에 제작된 <The Five Senses, 오감> 시리즈로 <Sight>, <Hearing>, <Smell>, <Taste>, <Touch>로 구성되었다. 이 작품은 1617년 네덜란드의 통치자인 알베르트 (Albert VII, 1559-1621)와 이사벨라 여왕이 의뢰하여 제작되었다.
이 작품 중에서 <Sight> 작품 내용이 <Cabinet of curiosities>를 묘사하고 있다. <Sight>는 17세기 초의 예술과 당시 사람들이 갖고있던 호기심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알베르트는 루돌프 2세의 형제이며, 이사벨라는 스페인 펠리페 2세의 딸로 <Cabinet of curiosities>를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열정적인 수집가들이었다. 현재 그들의 수집품은 흩어졌지만, 이 작품속에서 그들의 수집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다.
<Allegory of Sight>에서는 다양한 수집품을 캔버스안에 담아 보여주고자 했다. 보통의 <Cabinet of curiosities>에는 naturalia (자연물), 과학 기구, 동전, 보석, 골동품, 그리고 미술품 등을 포함하는데, 이 작품 속에서도 자연물인 조개껍질과 과학 기구인 지구본, 나침반, 망원경, 그리고 동전, 보석, 고대 유물과 로마 흉상 등 다양한 예술품을 볼 수 있다. 이 중 일부는 알베르트와 이사벨라가 실제로 소유했던 작품들이다.
그림 속의 오브제들은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생각과 삶의 방식을 상징적인 의미로 나타내고 있다. 그림속에 묘사된 다양한 과학 기구들은 천문학과 자연과학 그리고 종교를 대하는 인간의 두려움과 경외심을 나타낸다. 고대 흉상과 다양한 예술품은 그들의 지적 자부심과 문화적 풍요로움을 상징하며, 뒤에 걸려있는 태피스트리는 부의 상징이다. 당시에는 태피스트리 제작이 어려웠고 제작에 시간이 많이 소요 되었을 뿐만 아니라 빛에 약했기 때문에 바니시 처리로 보존이 되는 페인팅에 비하여 더 귀하게 여겨졌다.
그림속을 자세히 보면 원숭이와 공작새도 보이는데 이국적인 동식물을 모으는 것 또한 당시 부유층의 특권이었다. 17세기 유럽에서는 특이하고 이국적인 꽃은 비싸고 귀하게 여겨졌는데, 당시에 유행하던 특이한 꽃으로는 줄무늬가 들어간 튤립이 있었다. 간혹 당시의 꽃 정물화를 보면 특이하고 귀한 꽃들만 모아서 화병에 담아 그린 그림들이 있다. 꽃이 피는 계절과 상관없이 활짝 피어있는 꽃들을 모아서 그린 그림을 보게되면 작가가 상상해서 그렸구나 라고 생각하곤 한다. 영국의 버킹엄 궁전 앞 St.James’s 공원에는 현재 펠리컨 40여마리가 살고있는데, 이는 17세기 영국 왕실에서도 코끼리 악어 낙타와 같은 이국적인 동물들을 데려와서 키우는 호기심이 있었고 이에 러시아 대사가 1664년에 펠리컨을 선물하여 지금까지 귀하게 지켜오고 있다고 한다. 거리감은 있지만 유럽안에서의 유행은 비슷하게 돌았던거 같다.
아래: <Hearing> <Smell> <Taste> <Tou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