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한글학교 수업 준비로 바빴다. 동화책을 읽고 아이들과 함께 글 쓰며 그림을 그리는 수업 때문이었다. 수업 자료를 챙기고 수업 내용을 한 번 더 점검한 뒤 한인교회로 향하는 동안 머릿속에선 오늘 수업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이들이 얼마나 집중할지, 혹은 새로운 활동에 호기심을 보일 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가득했다.
아이들의 질문은 내심 좋긴 하지만, 어느 순간 답을 다 해주려니 발바닥에서부터 피로가 스며드는 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서서 진행하는 수업이었고 발바닥이 타들어 가는 듯 뜨거워졌다. 그러나 아이들이 동화 속 세상에 빠져들고 자신만의 색깔로 그림을 그려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니, 마음 한편에서는 뿌듯함과 보람이 밀려왔다. 하지만 역시나,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온몸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이걸 어쩌나 싶다가도, 점심 먹을 시간이 훨씬 지난 시점에서 뭔가 간단히 먹으며 스스로를 위로해 줄 무언가가 절실했다. 마침 한국 라면이 눈에 들어왔다. 냄비에 물을 올리고 라면 봉지를 뜯는 순간, 왠지 모르게 마음이 풀리고 피로도 조금은 잊히는 느낌이었다.
끓는 물에 라면을 넣고 젓가락으로 살살 휘저어가며 기다리는 동안, 나 자신에게 주는 이 작은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아, 이게 쉼이구나.' 뜨거운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몸 구석구석이 따스하게 녹아내렸다. 마치, 라면 한 그릇이 내 일상의 작은 휴식처가 되어준 기분이었다. 하루 동안 쌓인 피로도 국물과 함께 사라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