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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꽃 Mar 21. 2024

오토바이를 그리고 우간다를 사랑하고 싶다

 우간다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자주 공지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안전문제다. 특히 오토바이(보다보다)로 인한 사건 사고가 종종 발생- 강도들에 의한 외국인 퍽치기 및 강탈 소식을 접하고는 하는데, 자차로 이동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긴장감을 안은채 창문이나 차문의 개폐여부를 수시로 확인하고는 한다. 그만큼 ‘보다보다’는 조심하고 피할 대상이라고 머릿속에 박혀버린 지 오래다.


최근 남편이 홀로 차로 집에서 4시간 걸리는 진자라는 곳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그곳에서 일을 마치고 저녁 6시 30분에 출발, 집으로 오는 중간 지점에서였다. 갑자기 차가 도로에 멈췄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행히 차가 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멈춘 거라 접촉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고, 마침 교통정리를 하고 있던 경찰의 도움으로 도로 한쪽으로 차를 옮겨줄 네 명의 ‘보다맨(오토바이 운전수)’까지 데리고 와주었다고 했다.


연락을 처음 받았을 때는 ‘도로에서 차가 멈췄다고? 강도(보다보다 두 대를 이용해 돈을 뺏거나 무차별 폭행을 하는 일이 있음)를 만나면 어쩌지? 왜 하필 이 밤에 문제가 발생한 걸까?’ 등등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초조해할 나를 위해 남편은 ‘잘 해결됐다’는 이야기 말고는 그때까지도 다른 말이 없었다.


자정 넘어 집에 도착한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들으니 그날 차는 두 번이나 멈췄다고 했다. 그리고 좋은 이들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처음은 ‘보다맨’이 배터리 문제일 수 있다며 보닛을 열어 직접 해결해 주어 다시 한 시간을 주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두 번째도 역시나 ‘보다맨’ 한 명이 냉각수 문제인 것 같다며 자신이 직접 냉각수를 구해 부어주기까지 해 고마웠다고 했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이 시간에 집에 도착하지 못했을 거라고 했다.


세상사 안 좋은 사람만 만나는 것도 아니고, 좋지 않은 일만 일어나라는 법만 있는 것도 아닌데 해외에 살다 보니 필요이상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 지수가 높아진 것 같다.


이번 일로 ‘보다보다’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에 대한 변화가 잠시 일기는 했지만, ‘여전히 모르겠다’가 솔직한 심경이다. 분명 이 땅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날 그 시간 잠시 천사가 내려왔던 건 아니었을까?’라고- 듣고도 믿지 않으려는 낯선 내 모습과 마주해야 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긴장이 주는 순간마다의 낯섦을 후련히 보내는 날이 오기는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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