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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꽃 Apr 04. 2024

안단테와 프레스토

대파 한 단과 바질을 구해 화단에 심었었다. 그런데 대파는 가느다란 쪽파로 자란 게 아닌가. 게다가 단 한 번으로 ‘파와의 인연’은 끝이었다. 이와 반대로 바질은 왕성하게 성장했다. 이상했다. 많은 양의 물을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던 것일까? 대파가 대파로 크지 못한 이유를 이제와 굳이 꼽자면 그에 대한 특별한 지식이 더 필요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마찬가지로 아이들 양육도 그렇다. 나름 아이들 각자에 맞는 교육과 훈육, 사랑 표현도 달리하며 충분한 관심을 쏟았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은 아들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엄마, 나는 천천히, 조금씩 하는 게 더 좋아.” 반대로 딸은 뭐든 빠르게, 더 많은 것들을 요구했다.


피아노 기초교재 A, B, C, D 총 네 권 가운데 최근 두 아이가 C권을 동시에 마쳤다. 조만간 책거리로 작은 리사이틀을 가질 계획인데, 각자 고른 곡의 분위기도 아이들마다 다른 것이 신기했다. 아들은 로맨틱하고 부드러운 데다 다소 느린 ‘안단테’ 느낌의 곡들이라면, 딸은 화려하고 경쾌한 데다 아주 빠른 ‘프레스토’의 곡들만 고른 거다. 평소 아들은 춤에 관심이 많고, 딸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아들에게는 빠름이, 딸에게는 느림’이 맞지-라고 여겨온 것 같다.


그래서 지난 주말은 아이들에게 더 집중하며 관찰했다. 아무리 급해도 아들은 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그러다 보니 남편이 심은 꽃나무들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작은 변화’에도 금세 알아차리고 있음을 발견했다. 딸은 다다다 다람쥐처럼 뛰어다니다 보니 작은 꽃잎의 변화를 알아볼 리 없었고, 대신 금방 눈에 띄는 살아있는 메뚜기와 카멜레온을 잡고 쓰다듬으며 대화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춤과 그림으로만 두 아이의 기질을 전부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동안 엄마로서 두 아이에게 시간과 관심을 쏟으며 양육했다 하지만, 보다 세밀한 관찰이 필요해 보였다. 각자의 소질과 재능에 맞게 성장하도록 돕는 책임이 부모로서 있기에 이번 부활절 브레이크 기간에는 아이들과 더 친밀하게 보내보려 한다. 있는 모습 그대로 소중히 여기면서 아이들에게 감춰진 보물들이 잘 드러나기를 믿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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