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미 Oct 28. 2024

춘천마라톤 가을의 전설이 되다.

60분을 향한 여정

작년 말, 송년회 자리에서 "내년에는 마라톤을 해보고 싶다"라고 말했을 때만 해도, 그것은 수많은 새해 목표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가을, 춘천의 선선한 바람을 가르며 달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구름 낀 하늘은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무대처럼 완벽했고, 추울까 준비했던 비닐우비는 가방 속에서 무용지물이 되었다.


한 달 전 코로나로 인해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을 때,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이것이 더 이상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도전이 아니라는 것을.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체력을 회복해 가는 과정은 나 자신과의 진정한 대화였다. 회사 동료와 함께 준비하며 서로의 운동 사진을 공유했다. 처음에는 이것도 일종의 과시처럼 느껴졌지만, 점차 서로에 대한 진정한 응원과 격려로 변화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만난 70대 할아버지는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67분이요." 내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수십 년의 달리기 지혜가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시더니, 할아버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셨다. "60분 안에 들어올 수 있겠군요." 그 한마디는 단순한 예측이 아닌,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확신이었다. 그 순간 내 마음이 찡해졌다. 누군가의 가능성을 알아보는 것, 그리고 그것을 믿어주는 것.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50회가 넘는 마라톤을 완주한 베테랑 러너가, 이제 막 달리기를 시작한 내게 건넨 그 말은, 단순한 격려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67분에서 60분으로 가는 길. 그 7의 차이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것은 새로운 목표이자, 성장을 향한 약속이 되었다. 할아버지의 눈에 비친 나의 가능성. 그것은 이제 내가 스스로에게 해야 할 약속이 되었다. 버스에서 나누었던 짧은 대화는 끝났지만, 그 순간의 감동은 여전히 내 마음에 남아있다. 언젠가 나도 60분 안에 들어오는 그날, 버스에서 만난 할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리며 미소 지을 수 있기를. 그리고 그때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들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믿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달리기는 이렇게 세대를 이어주고, 서로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해주는 특별한 매개체가 된 것 같다.


올해만 벌써 세 번째 마라톤.  이제 60분 완주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하지만 이 목표는 더 이상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나 자신과의 약속이자, 진정한 성장을 향한 여정이다. 달리는 동안 만난 진정한 나의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순수한 열정은 내 인생의 새로운 나침반이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