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송년회 자리에서 "내년에는 마라톤을 해보고 싶다"라고 말했을 때만 해도, 그것은 수많은 새해 목표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가을, 춘천의 선선한 바람을 가르며 달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구름 낀 하늘은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무대처럼 완벽했고, 추울까 준비했던 비닐우비는 가방 속에서 무용지물이 되었다.
한 달 전 코로나로 인해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을 때,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이것이 더 이상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도전이 아니라는 것을.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체력을 회복해 가는 과정은 나 자신과의 진정한 대화였다. 회사 동료와 함께 준비하며 서로의 운동 사진을 공유했다. 처음에는 이것도 일종의 과시처럼 느껴졌지만, 점차 서로에 대한 진정한 응원과 격려로 변화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만난 70대 할아버지는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67분이요." 내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수십 년의 달리기 지혜가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시더니, 할아버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셨다. "60분 안에 들어올 수 있겠군요." 그 한마디는 단순한 예측이 아닌,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확신이었다. 그 순간 내 마음이 찡해졌다. 누군가의 가능성을 알아보는 것, 그리고 그것을 믿어주는 것.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50회가 넘는 마라톤을 완주한 베테랑 러너가, 이제 막 달리기를 시작한 내게 건넨 그 말은, 단순한 격려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67분에서 60분으로 가는 길. 그 7분의 차이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것은 새로운 목표이자, 성장을 향한 약속이 되었다. 할아버지의 눈에 비친 나의 가능성. 그것은 이제 내가 스스로에게 해야 할 약속이 되었다. 버스에서 나누었던 짧은 대화는 끝났지만, 그 순간의 감동은 여전히 내 마음에 남아있다. 언젠가 나도 60분 안에 들어오는 그날, 버스에서 만난 할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리며 미소 지을 수 있기를. 그리고 그때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들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믿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달리기는 이렇게 세대를 이어주고, 서로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해주는 특별한 매개체가 된 것 같다.
올해만 벌써 세 번째 마라톤. 이제 60분 완주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하지만 이 목표는 더 이상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나 자신과의 약속이자, 진정한 성장을 향한 여정이다. 달리는 동안 만난 진정한 나의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순수한 열정은 내 인생의 새로운 나침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