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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tm Aug 07. 2023

Ep05. 제품 제작은 너무 어려워~

우당탕탕 온틈 첫 제품 제작기_2편

[향이 앞뒤가 안.맞.짜.나!!]

그 후엔 내부 투표를 거쳐 컨셉별로 최다 득표를 받았던 향들을 제조업체에 샘플 의뢰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제조업체에서 양산했던 향이 처음 조향사님이 만든 향과 너무 많이 달랐습니다. 

 

특히, 저희가 가장 좋아했던 향인 싱그러운 무화과 향이 느끼하고 달달하기만 향이 되어있었습니다. 포근한 향이 달기만 향이 되어있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모든 샘플이 다양한 원료의 조화로운 향이 아니라 한 가지 원료의 향만 느껴져 퀄리티가 많이 낮아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ㅠㅠ) 


사실 양산 전 업체에선 조향사의 원료와 업체가 취급하는 원료가 다르기 때문에 조향사의 향과 똑같을 순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아예 다른 향이 만들어질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조향사와 업체에 피드백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저희와 업체 측이 가진 향에 대한 이해도가 달라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거기다 업체와 조향사님 측에선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보다 향 구현이 어렵다는 식으로만 이야기하니 서로가 지쳐갔고, 저희도 이분들에게 점점 신뢰를 잃어갔습니다. 


이런 식이면 다시 향을 제조해도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 같았고, 팀원들이 다른 업체에도 의뢰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미 들어간 비용과 시간이 있어 내부적으로 의견이 많이 갈렸었습니다.  

논의 끝에 결국엔 업체를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디퓨저의 제품력은 향에서 출발하는 것인데, 만드는 사람조차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로 물건을 파는 것은 브랜드고 뭐고 다 떠나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처음에 세운 기준에 부합하지도 않았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오히려 좋아!] 

그렇게 우리는 4개월의 시간을 허비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처음 며칠간은 속상하고 힘이 빠졌는데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다시 해야죠! 해내야죠!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심기일전해서 새로운 업체를 찾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 알아보던 와중에 우리 사무실 같은 건물에 조향과 생산을 동시에 진행하는 업체를 우연히 발견해 바로 미팅했습니다. 미팅을 해보니 1세대 조향사님이 대표님으로 계신 곳이었고, 향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향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저희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였던 디퓨저 향이 달라지는 점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셨습니다. 본인들이 직접 조향하고 생산까지 하므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서요. 여기서 바로 이곳이라는 느낌이 왔고, 그 자리에서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어? 찾았다! 우리만의 향]

새로운 업체가 정해지니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전과 동일하게 컨셉 보드에 맞춰 향을 제안해 주셨고, 기존 4가지 컨셉에서 더 디벨롭해서 각 향 당 3가지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거기다 브랜드 컨셉에 맞춰 2가지 향 컨셉을 추가로 기획하여 제안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이렇게까지 신경 써서 준비해 주실지 몰라서 저희는 선물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함께 회의할 때도 세일즈 적인 측면도 고려해 주시고..(감덩ㅠㅠ) 업체와 저희가 단순한 거래처가 아니라 하나의 팀원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거기다 모든 향이 정말 좋았고, 향 컨셉에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그래서 향을 고르는 것이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이걸 고르자니 저것도 좋고, 저걸 고르자니 이것도 좋고.. 그냥 다 갖고 싶었습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각각의 향 컨셉에 맞는 가장 좋은 향과 발향력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4가지 향을 선택했고, 빠르게 양산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혹시 궁금해하실까 봐 추가로 말씀드리는데요, 무화과 향은 컨셉과 동떨어진 느낌이 있어 아쉽지만, 최종에서 탈락했습니다. ㅠ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무화과 향으로 제품을 하나 만들기로 기약하며 고이 간직하기로 했습니다. 꼭 만날 수 있기를..)

 

 

 

[디퓨저 완 to the 성]   

양산에 며칠이 걸렸는데요, 그때 저희 팀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초조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전에 경험했던 실패의 쓴맛 때문인지 디퓨저 향이 처음 맡았던 향과 또 달라졌을까 봐 걱정했거든요.

 

하지만 다행히 향은 똑같았습니다. 이때 전부 안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향도 좋은데 처음 향과 똑같은 디퓨저가 나오다니! ‘이러면서 말이죠! 그동안 했던 마음고생이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저희가 최종 제작한 향을 짧게 설명하면, 

 - 아침 이슬을 머금은 시원한 바람 속 장미 넝쿨 향

 - 햇빛을 가득 받고 잘 자란 푸릇한 풀 향과 촉촉한 흙 향

 - 타는 듯한 노을을 바라보며 위로받는 따뜻하면서 포근한 향

 - 오래된 종이의 묵직하면서 달콤한 향 

 

이렇게 4가지인데요, 이렇게 글로만 전달하려니 정말 답답하네요. 혹시 향이 너무 궁금하다면 제가 시향지 보내드릴게요! Ontm2023@naver.com으로 주소/이름/전화번호만 남겨주세요!

 

 

 

[눈물 콧물의 시간]

지금 다시 봐도 향 컨셉을 개발하고 협업하며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돈 낭비, 시간 낭비하며 다사다난하기도 했지만, 제품 개발을 위해 한꺼번에 많은 향을 맡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미아는 시향 할 때마다 코가 마비되는 기분이라며,, 저 같은 경우는 비염을 달고 사는 사람이라 향을 맡을 때마다 항상 눈물, 콧물이 따라다녔습니다.ㅠㅠ

 

그래도 브랜드를 후각으로 느껴보니 이제 진짜 우리가 뭔가를 만들었다는 것이 어렴풋이 느껴져 설레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이제 시작이니 잘해야 한다는 사명감(?), 부채감(?)도 느껴지고,, 복잡 미묘한 감정이 한꺼번에 들었습니다.

 

게다가 힘들었던 만큼 브랜드를 녹이면서 모두가 좋아하는 향을 만들 수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모든 과정을 함께 헤쳐 나가니 팀이 더 끈끈해진 면도 있었고요. 팀원 모두가 돌발상황에 침착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또 일어나선 안되지만) 다음 제품을 만들 때 혹시 이런 일이 또 생긴다면 전보다는 더 빠르게 잘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소중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드리고, 피드백이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니 남겨주세요. 

그럼, 언제 어디서나 쉴 틈 있는 하루 만들어 가길 바라며!

이만 안녕! :)

- writer. 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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