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참으로 난감하다. 왜 내 성격을 4가지 범주로만 한정지어서 판단하려고 할까. 그러곤 나의 모습을 억지로 그 결과에 끼워 맞추며 테스트가 맞다고 여긴다.
"난 ISFJ야"
"아 그래서 계획 세우는 걸 좋아하는구나", "너 내향적인 사람이었어?" 등 다양한 반응이 나타난다. 난 내향인과 외향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외향적인 모습을 좋아하고 남들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가고 대화하는 모습을 좋아한다. 하지만 내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누구에게 먼저 다가가는 걸 선호하지 않고 여러 명의 사람들을 만나기보다는 한두 명의 좁고 깊은 인맥을 유지하고 있고 여러 사람들과 노는 것보다 집에서 혼자 책 읽고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활발하거나 남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모습을 부모님께선 좋아하셨고, 난 그렇게 밝은 척하는 게 맞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억지로 노력하며 살았다. 사람들 사이에서 대화를 이끌어가고 주목을 받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학창 시절부터 최근까지 노력하며 인간관계를 이어왔다. 그것이 주는 피로감을 알지 못한 채 버텨왔고, 고통받는 나의 내면을 알아차린 건 최근에서였다.
어느 순간 모든 인간관계가 힘들어지고 사람들 사이에 속하는 게 힘들어 동굴 속을 헤매고 있을 때 태도를 바꿔보았다. 모임에서 주목받으며 대화를 이끌어가는 대신 그저 경청하는 역할을 해보는 것. 머리 쥐어짜 내며 노력하지 않고 그냥 흘러가도록 바라보는 것.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성격이 변했다고들 말하지만 난 지금이 너무 편하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 것이었는데 부담을 내려놓은 지금은 두렵지 않다. 꼭 외향적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지금,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 그대로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