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리뷰
'Supernova(수퍼노바)' - 에스파(aespa) The 1st Album [Armageddon] 선 공개곡 앨범리뷰
에스파가 데뷔한 지도 어느덧 4년, 그동안 무수한 히트곡들을 탄생시켰다. 무려 4년 만에 처음으로 발매를 예고한 정규앨범 [Armageddon]은 이 비장한 타이틀처럼 예사롭지 않다.
이수만과 유영진이 추구했던 SMP의 정수를 보여주며 사이버틱하면서도 강렬한 에스파만의 독보적인 아이덴터티를 만들어왔다. 그 과정에서 '광야', '나비스' 등 쉽게 공감하고 즐기기엔 너무나 난해하다는 평가와 이렇게나 진지한 과몰입은 환영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동반되어 왔다. 초기 에스파가 추구하며 '광야'라는 세계관은 이른바 '쇠맛'이라 일컫어지는 독보적인 에스파만의 장르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수만 대표의 퇴임 후 발매했던 'Spicy'는 조금 다른 에스파의 모습을 보여주는 가 했다가도 같은 해 발매한 'Drama'를 통해 에스파의 세계관과 장르는 여전히 이들에게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27일 발매 예정인 이들의 첫 번째 정규앨범 [Armageddon]은 에스파의 세계관에 더욱더 과몰입하여 '다중우주'로 그 무대를 확장한다. 공개된 프로모션 콘텐츠와 선공개곡 'Supernova'에 따르면 각 멤버들은 탈인간적 능력을 가진 초능력을 갖고 있으며 미확인 외계인의 능력인지 평행 우주의 멤버들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Korean Lyrics by KENZIE
Composed by KENZIE / Paris Alexa / Dwayne “Dem Jointz” Abernathy Jr.
Arranged by Dem Jointz
확실히 'Supernova'는 너무나 만족스러운 곡이다. 멜로디 라인 단순화 시킨 대신 사운드의 다양화는 재미있는 수준을 넘어 짜릿함까지 느껴진다. 에스파의 '쇠맛'을 상징하는 정체성과 같은 지저분한 사운드의 베이스와 하우스 비트로 시작한 인트로는 'Savage' 때 시도한 하이퍼 팝 요소와 만나며 에스파 특유의 일렉트릭, 메탈릭한 바이브를 표현한다. 곡이 흘러갈수록 쌓여가는 전자음과 변형되는 비트, 곳곳에 배치된 테크노와 힙합의 요소 그리고 이 위에 얹어진 에스파만의 쫀득한 보컬이 만나 아찔한 긴장감과 통쾌한 쾌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특히나 브릿지 이후 비트가 전환되며 시작되는 댄스 브레이크부터는 왜 에스파가 에스파인지를 실감하게 만든다. 단순히 비트를 변형한 의미를 넘어 예상 가능하게 흘러가던 곡 구성에 포인트가 되어주는 역할을 하고 "그래! 이거지!" 하는 신선함을 불러일으킨다. 또, 앞서 벌스에 등장한 "사건은 다가와 Ah Oh Ay 거세게 커져가 Ah Oh Ay" 파트를 코러스 뒤에 붙임으로써 다소 단순해 보이던 곡 구성과 탑라인 전개를 곡 후반부에 완전히 뒤틀었다. 왜 '켄지'인지, 왜 '에스파'인지 스스로 증명했다.
'Supernova'의 놀라움에는 비주얼 기획의 역할 또한 대단할 정도로 뛰어나다. '컨셉이 있는 컨셉 포토'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스타일링부터 전반적인 프로덕션은 곡이 가진 매력을 배가할 뿐만 아니라 조금은 난해해 보일 수 있는 세계관과 전위적인 음악에 충분한 설득력을 부여한다.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눈이 즐거운 비주얼라이제이션은 K-POP을 즐기는 묘미가 바로 이거였지 하는 독보적 매력을 선사하고 에스파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데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K-POP 시장에 불고 있는 이지리스닝 트렌드는 에스파에게는 해당하는 사안이 아니다. 에스파는 대중성과 팬덤을 쉽게 잡을 수 있는 안전한 길을 선택하기보다는 그룹이 가진 아이덴터티를 부각하는데 집중한다. 이는 실로 중요한 이슈기도 하다. 매주 쏟아지는 아이돌 그룹과 앨범들이 어느 하나의 흐름으로 트렌드로 결집된 결과물이 되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자 인간의 본능이긴 하나 결국 이들은 문화 예술을 하는 창작자들이다. 자신만의 정체성, 나만의 색, 나만의 영역을 고수하는 것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뚝심과 몰입은 예술을 있는 그대로의 예술일 수 있게, 그리고 그것을 문화로 만드는 힘을 가진다.
선공개 곡 'Supernova'의 완성도는 에스파의 여느 타이틀곡과 견주어봐도 그 존재감이 뚜렷할 정도로 뛰어나다. 그렇기에 그들이 완성할 첫 번째 정규앨범이 기대가 되는 이유도, 에스파가 광야가 다중우주로 확장하여 써 내려갈 이야기가 궁금한 이유도 이 것이다. 현재로선 K-POP의 'Supernova(초신성)'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말이다. 에스파에겐 누군가 밟고 밟히는 문제는 안중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