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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NS May 17. 2024

사막에 핀 장미, ZEROBASEONE(제로베이스원)

앨범리뷰

ZEROBASEONE(제로베이스원) 3rd Mini Album [You had me at HELLO] 앨범리뷰


#ZEROBASEONE

6개월 만에 다시 돌아온 제로베이스원이 택한 길은 청량이었다. 제로베이스원은 세 번째 미니앨범을 발매하며 그간 발매했던 두 장의 미니앨범과 함께 '청춘 이야기 3부작'을 완성했다 전한다. 그간 두 앨범에는 언급한 적 없는 시리즈라는 단어였기에 더욱 의아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프로젝트 그룹의 특성상 다양한 컨셉을 가능한 많이 시도해 보는 것에 집중하기 마련인데 그에 따라 부족한 제로베이스원 만의 세계관을 보완하고 앨범 간의 유기성을 높이기 위함으로 보인다.

제로베이스원의 음악적 특징이라면 바로 '드럼 앤 베이스(DnB)'다. 데뷔 타이틀 곡 'In Bloom'부터 두 번째 타이틀 곡 '가시(Crush)'까지 브레이크 비트를 기반으로 한 드럼 앤 베이스 장르의 곡을 선택해 그 기조를 이어나갔다. 사실 데뷔 곡 'In Bloom'을 발매할 23년 중반기만 해도 드럼 앤 베이스 곡이 지금처럼 흔하지 않을 시기였기에 그들의 음악이 의외로 특색 있게 다가왔었다. 그러나 1년도 안 되는 짧은 시기에 무수한 브레이크 비트 기반의 곡들이 탄생하며 더 이상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선구자로서 역할을 하기엔 큰 무리가 생겼고 미니 2집 '가시(Crush)'에서는 다크한 컨셉에 정돈되지 않은 퍼커션 사운드로 오히려 아쉬움만 가득했다.

그런 제로베이스원은 결국 다시 그들의 이미지와 가장 적합한 청량으로 돌아왔다. 선 공개곡 'SWEAT'을 발매하며 미니 3집의 신호탄을 울렸고 타이틀 곡 'Feel the POP'은 제목에서도 느껴지다시피 상큼하고 톡톡 터지는 매력이 가득한 그들의 소년미를 어필한다.



#Feel the POP

작곡 David Wilson , MAX(맥스) , Sean Douglas
작사 김수지 (라라라스튜디오) , 하윤아(153/Joombas) , 12h51m(XYXX) , 이형주 (라라라스튜디오) , 김소하 (ARTiffect) , David Wilson , MAX(맥스) , Sean Douglas 
편곡 dwilly

무엇보다 믹스 매치가 인상적이다. 귀엽고 통통 튀는 하프 사운드가 곡을 끌고 가고, 1절 벌스2 부터 바쁘게 전개되는 브레이크 비트가 이와 대비되면서 곡이 가진 상큼한 매력을 배가한다. 곡이 흐를수록 UK 개러지, 저지클럽 리듬 등 다양한 드럼 앤 베이스 리듬이 등장하며 그들이 추구해 오던 유구한 장르적 기조를 이어간다. 상큼하고 발랄한 매력을 살리기 위해 신스들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2절 벌스에 사용된 날카로운 전자음이 부드러운 톤의 하프 신스와 대비되는 것 역시 곡을 즐기는 재미 중 하나였다. 이지리스닝을 추구한 곡답게 사용된 사운드와 곡 구성 자체는 미니멀한 편으로 대신 코러스의 "POP POP POP POP", "Lala zero POP with me"와 같은 포인트 구간을 활용해 중심을 잡아가고자 한다.

상큼 발랄한 곡과는 다르게 키비주얼로 삼은 아이콘은 '카우보이'다. 이 역시도 제로베이스원이 'Feel the POP'으로 꾀한 믹스 매치 요소 중 하나인데 미 서부의 카이보이로 변신한 소년들이 황폐화된 도시에 나타나 톡톡 터지는 상큼함으로 도시를 물들인다. 비주얼적인 반전을 꾀한 부분은 긍정적이다. 청량 컨셉이라고 해서 반사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명도와 채도가 높은 컬러들, 생기발랄함을 상징하는 물기 머금은 이미지를 마냥 시도하기에는 이미 K-POP시장에 나와있는 청량 공식을 그대로 따른 것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황폐화된 사막 도시를 다채로운 색감으로 채우는 데에서 조금 더 드라마틱한 반전이 필요했다는 점이다. 뜬금없이 등장한 오피스 컨셉에 완벽하게 대비되지 않아 어딘지 어정쩡하게 느껴지는 컬러감이 다소 답답하고 텁텁한 느낌을 준다. 뮤직 비디오 역시 전체를 관통하는 큰 메시지만 느껴질 뿐 세부적으로 촘촘히 설계된 프로덕션이 아니라는 흐릿한 인상을 준다.

기존 제로베이스원의 음악적 특징을 계승했던 타이틀 곡과는 달리 수록곡에서는 미니 3집을 맞아 조금은 확장된 음악 장르를 선보인다. 1번 트랙 'Solar POWER'는 날카로운 일렉 기타 사운드가 인상적인 힙합곡으로 기타와 대비되는 무게감 있는 드럼 킥과 베이스가 강렬하고 묵직한 에너지를 형성한다. 보컬을 강조한 인트로와 기타 리프가 등장하는 벌스 부분은 앨범의 첫 트랙으로서 집중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나 이를 코러스1, 2에서도 모두 반복하며 챈트로 채운 부분은 아쉽다. 오히려 드럼 앤 베이스 리듬으로 변하며 등장한 2절 벌스의 랩 파트가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일렉 사운드는 메탈 락 장르 곡인 우즈(WOODZ)의 'Who Knows'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Solar POWER'는 이 트랙과 달리 폭발력 있는 보컬 파트가 없다는 점에서 강약조절이 되지 않는 무난한 느낌을 준다.


3번 트랙 'Dear ECLIPSE'는 전형적인 K-POP 공식을 따르는 미디엄 템포 R&B 장르의 곡으로 앞선 트랙이었던 'Feel the POP'의 피아노 리프를 샘플링하여 사용했다. 두 트랙이 연결되는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무드를 연출해 상반된 매력을, 그리고 제로베이스원의 성숙미를 보여줬다. (하지만 대중들이 이 두 트랙의 연계성을 크게 체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앨범의 마지막에는 최근의 숏폼 트렌드를 의식해서인지 ‘Feel the POP'의 스피드업 버전까지 수록되어 있다.

늘 이렇듯이 제로베이스원의 앨범은 좋은데 아쉽다. 미니 3집 [You had me at HELLO]은 확실히 전작 [MELTING POINT]보다 발전되었지만 타이틀 곡으로써 한 방이 부족한 'Feel the POP'과 어정쩡한 수록곡과 프로덕션까지 말이다. 오히려 조금 더 과감한 도전을 시도했더라면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그들이 시도하는 믹스 매치엔 확실한 설득력이 부여되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딱 1년 6개월의 시간이 남은 지금 여전히 제로베이스원은 굳히기보다는 다지는 단계에 있다. 그들이 다지는 땅이 사막으로 변하지 않으려면 지금, 그리고 내일이 무엇보다도 소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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