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
ZEROBASEONE(제로베이스원) 1st Mini Album [YOUTH IN THE SHADE]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보이즈플래닛'의 최종 데뷔조 ZEROBASEONE(제로베이스원)이 드디어 데뷔 앨범을 발매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 좋은 기억, 나쁜 기억들이 참 많이 서려 있는데 2016년 프로듀스 101로 시작한 대규모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2023년에도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도 놀랍고 재밌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9명의 멤버들(성한빈, 김지웅, 장하오, 석매튜, 김태래, 리키, 김규빈, 박건욱, 한유진)은 나름 합이 괜찮아 보인다. 적당한 포지션 분배, 프로젝트성 그룹 다운 다양성에 그룹 명부터 멤버 구성까지 2017년 신드롬을 일으키며 등장했던 '워너원'선배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ZEROBASEONE(제로베이스원)의 등장은 의미가 크다. 특히나 남자 신인 아이돌이 맥을 못 차리고 있는 4세대 K-POP씬에서 드디어 주목받는 그룹의 등장인 것이다. 하지만 참으로 시기가 아쉽다. 자칭 타칭 5세대의 새로운 포문을 열고자 하는 제로베이스원에게 너무나 큰 산들이 많다. 막내 한유진이 겨우 두 살이던 무렵 데뷔한 샤이니와 올타임 레전드 엑소의 정규앨범이 비슷한 시기 발매되었고 오늘날 모든 정상에 서있는 뉴진스를 비롯해 NCT DREAM, BTS 정국, ITZY, 오마이걸, 인피니트 등 걸출한 선배님들의 앨범이 줄지어 발매될 예정이다. 5세대의 등장을 2세대부터 4세대까지 모두 나와 꽉꽉 틀어막는다.
어찌 되었든 제로베이스원은 프로젝트성 그룹이기 때문에 그들의 서사는 확실하다. 서로 다른 9명의 멤버가 모여 한 팀이 되고, 미완성이던 우리를 팬들의 존재로서 완성시켜 주고, 우리는 영원을 맹세할 순 없지만 팬들과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빛난다는 거. 어디서 참 많이 봤던 이야기이다. 이 익숙한 스토리가 아직도 우리 마음을 동하게 하는 건 이야기가 가진 힘일까, 아님 성장과 구원 서사에 약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본성 때문일까...?
02. In Bloom
작사 서영준, danke(lalala studio), 조윤경, 이이진, 서지음, RUM(MUMW), 전혜경(makeumine works)
작곡 imsuho, N!ko, MLC, Gabriel Brandes
편곡 imsuho, N!ko
그래서 타이틀 곡이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컨셉을 가지고 나올까.
제로베이스원이 선택한 건 안전한 길이었다. 신인 아이돌이라면 응당 거쳐야 하는 청량 컨셉. 타이틀곡 <In Bloom>은 끝이 있기에 더 아름다울 수 있는 제로베이스원의 당찬 시작을 노래한다. 작사가의 라인업이 가히 놀랍다. 서지음, 조윤경, danke(lalala studio)등 모두가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유명 작사가들이 대거 참여하며 제로베이스원의 출발에 날개를 단다. "세상을 다 물들여도 영원한 건 없대 결국엔 모두 시들 테니
난 운명조차 Change", "처음이자 마지막 Love 내 가장 눈부신 지금 너에게 줄게" 등의 가사는 제로베이스원처럼 특별한 사연을 가지는 그룹에게 정당성을 부여한다.
<In Bloom>은 신스 사운드로 시작해 빠르게 전개되는 곡으로 브레이크 비트 기반의 드럼 앤 베이스(Drum & Bass) 장르의 곡이다. 브레이크 비트는 UK 개러지, 저지 클럽 장르의 곡에서 사용되며 최근 가장 핫한 K-POP 트랙에 사용되는 사운드이다. 프리 코러스에서는 우리 귀가 익숙한 하이톤의 신스 사운드가 등장한다. 세계적인 밴드 A-Ha의 <Take On Me>의 메인 리프를 오마주해 프리 코러스 구간부터 코러스, 곡 전반에 사용되며 바람을 가르고 질주하듯 청량하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곡 구성 자체는 깔끔하며 K-POP 보이그룹의 정수를 따른다. 사용된 사운드와 장르 역시 트렌드와 대중성을 모두 사로잡기 위한 고심이 보이고 그것을 뒷받침해 줄 멤버들의 보컬이 안정적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비주얼 적인 것일 것이다. 사실 제로베이스원이 가지는 이야기는 특별할 수 있지만 익숙하다. 대중들은 그 서사를 6년 전부터 겪어온 경력직이다. K-POP은 귀로만 즐기는 음악이 아닌 눈으로도 즐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뮤직비디오를 비롯해서 자켓 이미지, 비주얼 디렉팅, 스타일링, 퍼포먼스, 마케팅이 앨범의 완성도의 큰 요소가 되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그것 조차 단조롭고 익숙하다는 뜻이다. 곡이 가지는 컨셉과 그룹의 이야기가 그리 독보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대중의 눈은 이미 걸출한 성과를 낸 선배 아이돌에게 익숙해져 있다. 물론, 이제 막 데뷔하여 커리어를 시작하는 그들에게 대중성 높은 음악과 컨셉으로 제로베이스원에 대한 접근성을 낮출 수는 있겠지만 그들만의 독보적인 무언가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정해진 활동 기간이 짧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디스코그라피를 쌓아갈 것이고 그 과정에서 그저 그들이 지치지 않고 누군가의 후배가 아닌 제로베이스원을 각인시킬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일 것이다.
01. Back to ZEROBASE
작사 조윤경, danke(lalala studio), 서지음, 슬리(MUMW), 이이진
작곡 Will Lansley, John Morgan, Jordan Shaw, Danny Shah
편곡 Will Lansley, John Morgan, Jordan Shaw, Danny Shah
앨범의 인트로 곡으로 미니멀하고 낮은 신스 사운드로 시작해 프리 코러스에 등장하는 빠르고 벅찬 브레이킹 비트가 긴박하게 움직이며 꿈이 현실이 된 소년들의 시작을 알린다. 차례로 등장하는 플럭사운드와 드럼 킥은 훅에서 만나 벅찬 출발의 떨리고 설레는 양가의 감정을 고조시킨다. 타이틀곡과 함께 드럼 앤 베이스 장르로 점점 K-POP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는 브레이킹 비트가 신선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03. New Kidz on the Block
작사 조윤경
작곡 imsuho, N!ko, Andreas Öhrn
편곡 imsuho, N!ko
미국의 레전드 보이그룹이었던 뉴키즈온더블럭과 동명의 곡으로 투스텝 비트를 기반으로 한 UK 팝 댄스 곡이다. 곡의 전반을 그루비한 하우스 베이스가 지배하며 리드미컬한 드럼, 중독성 있는 훅의 탑라인이 인상적인 곡이다. 앨범 전체를 들었을 때에도 가장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와우 포인트를 가진 곡이자 그만큼 일반적인 구성을 가졌다.
04. 우주먼지 (and I) *추천
작사 정세희(makeumineworks), Y0UNG(MUMW)
작곡 Val Del Prete, Moon Kim(Room01), NILD(닐드), 이승훈, HARING, OROM
편곡 NILD(닐드), 이승훈, HARING, OROM
소년들의 풋풋하고 설레는 마음을 SNS를 확인하며 마음 졸이는 모습으로 담았다. 조금은 느린 템포에 펑키한 R&B를 가미한 미드팝 장르의 곡으로 리드미컬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사운드가 재미있다. 건반, 브라스, 밝은 킥 사운드가 통통 튀는 소년들의 모습을 표현한다.
05. Our Season
작사 지인(FlyingLab), NONZ, 윤나라(ARTiffect), 유가영(lyrical station no_9), 콜린(COLL!N), Alphabet(153/Joombas), 김소하 (ARTiffect), 김혜정(makeumine works), 윤, 정하리(153/Joombas), 최보라(153/Joombas), 나정아 (153/Joombas), 송유, CIAN
작곡 EL CAPITXN, Andy Love, Vendors(PRNCE), Vendors(CHILLER), 콜린(COLL!N), HARING
편곡 EL CAPITXN, Vendors(PRNCE), HARING, Vendors(CHILLER)
휘파람 소리로 시작한 Our Season은 미디엄 템포의 팝 장르로 트랩 비트와 기타 리프가 어우러지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나 트랙의 순서를 보나 제로베이스원이 팬덤인 제로즈에게 선물하는 팬송의 역할을 하는 곡인 듯하다. 특히 훅에서의 보컬이 인상적인데 장하오, 성한빈, 김태래의 보컬은 생각보다 안정적이고 특히 김태래의 보컬이 이 곡과 참 잘 어울린다. (김태래 같은 목소리를 원래 좋아한다...ㅎ) 곡은 사계절을 넘어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겠다는 멤버들의 떼창과 함께 마무리된다.
06. Always
작사 이이진
작곡 imsuho, N!ko, Dr. Han, Julie Yu, Elias Öberg
편곡 imsuho, N!ko, Dr. Han
보이즈플래닛 최종 우승자인 장하오의 솔로곡이다. 얼터너티브 알앤비(Alternative R&B) 장르로 몽환적인 사운드로 시작해 훅에서 등장하는 킥 사운드가 리드미컬하면서도 중심을 잡아준다. 중국인 멤버이지만 그런 부분을 느끼지 못할 만큼 발음도 정확하고 보컬도 유려하다. 2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을 가진 아웃트로 곡으로 함께 걸어가겠다는 약속의 메시지를 담았다. 솔직히 1등이 혼자 부르는 솔로곡이 앨범에 수록되었다길래 깜짝 놀랐다. 특히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결성된 그룹은 데뷔 초에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버린 팬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너무 중요하고 2등을 기록한 성한빈과의 득표수가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지 않는 걸로 안다. 이렇게나 1등의 혜택을 확실히 만들어 준 곡이 팬덤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지... 솔직히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