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합작 독서노트 11
책제목 자전거 도둑
지은이 박완서
출판사 다림
줄거리
<시인의 꿈> 이야기 속의 할아버지는 길이란 길은 모조리 포장되고 집이란 집은 아파트로 변한 아주 살기 좋은 도시에서 살고 있었다. 하지만 시는 쓸모없는 것 취급을 받아 시를 쓰는 것은 금지되었다. 할아버지는 시인이었고, 매일 말을 얻으러 다녔다. 그리고 마지막에 시인의 꿈은 가슴이 울렁거리는 사람과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감상문
이 책에는 여섯 개의 이야기가 있는데 제일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시인의 꿈>이다. 왜냐하면 이야기 속의 할아버지가 몸만 잘 사는 사회가 아니라 마음이 잘 사는 사회를 꿈꿨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미래인데, 난 꽤 가까운 미래라고 생각했다.
어떤 어른들은 욕심이 많고 자기 생각만 한다. 모든 어른이 그런 건 아니지만 보통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욕심이 많기 때문에 그런 어른들이 많게 느껴지는 것 같다. 힘과 권력이 있으면 사람들은 그 사람의 말을 듣고 따른다. 나 같은 초등학생은 힘도 권력도 없기 때문에 아마 내가 하는 말은 사람들이 귀담아듣지 않을 것이다.
이런 내용은 <옥상의 민들레꽃>에도 나온다. 주인공은 할머니가 자살하신 이유와 또 다른 사람의 자살을 막을 방법을 알고 있지만 어른들은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소문을 막는 데 급급하고 혹여나 아파트 값이 내려갈까 걱정한다. 어른들이 돈에 연연하는 건 이제 익숙해졌지만, 어린이에게 발언권조차 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어린이보다 못한 어른들, 어린이들도 다 알고 있다.
지금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나도 어른이 되면 변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절대 지금 내가 싫어하는 어른들처럼 크지 않을 것이다. 어른들은 정해진 답을 원하는 것 같다. 조금이라도 질문의 의도에서 벗어난 대답을 하면 얼굴을 찡그린다.
시인의 이야기로 넘어가면, 할아버지는 시가 있었으면 지금보다 살기가 불편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보다는 살맛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내 인생은 살맛이 있다. 너무 즐겁다. 위에 어른들 이야기를 했는데 그건 내 인생의 살맛을 뺏기에는 너무 작은 부분이다. ‘마지막 임금님’에 나온 사나이처럼 난 어떤 불행이 와도 다시 행복해질 거다. 나를 불행하게 하는 것들에게 지지 않는다.
할아버지는 사람들이 몸을 잘 살게 하는 데 쓸모 있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마음을 잘 살게 하는 데 쓸모 있는 것은 무시하려 들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은 직업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사람들의 감정과 마음에 관한 직업이나, 이것들에 관한 책을 쓰는 작가가 많아졌다. 그렇다면 난 세상 모든 불행을 물리치는 강한 멘털을 가지고 무엇을 위해,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
3주 전까지만 해도 내 꿈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늘 생각이 바뀌었다. 3주 전에는 꿈이 꼭 직업이 아니라 ‘~하는 사람’이나 구체적인 목표같이 다양한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꿈은 그렇다 쳐도 내 미래를 위해서 직업 정도는 생각해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바로 정할 수는 없다. 나한테는 꽤 중요한 문제니까. 오늘을 계기로 천천히 생각해 볼 예정이다. 할아버지는 쓸모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하지 않았다. 몸이 잘 사는 것보다 마음이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마음이 잘 살게 하는 데 쓸모 있는 일을 하면 좀 더 살맛이 난다는 이야기만 했을 뿐이다.
직업 하나를 정했다고 평생 그 일만 하는 건 아니니까 나는 죽기 전까지 최대한 다양한 일을 하며 보내야겠다. 보통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삼으라고 한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찾고 더 많이 하면서 즐겁게 살 거다.
아빠의 이야기
이번에는 우리 집에 있는 책 중에서 선정했는데, 갯벌에서 진주를 찾은 느낌이구나. 박완서 작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설가라고 할 수 있어. 아빠는 박완서 작가의 소설은 많이 읽었지만 동화를 읽은 건 처음인데, ‘역시 박완서 작가구나.’라는 혼잣말이 저절로 나왔단다. 이 책은 박완서 작가가 1979년 발표한 어른을 위한 동화집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에서 어린이 독자가 읽을 만한 여섯 편을 추려 1999년에 재출간한 책이라고 해.
<시인의 꿈> 이야기를 먼저 해 볼까. 작가가 작품에서 설정한 시대적 배경은 어쩌면 2023년 현재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거야.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는 시를 쓰는 것을 금지하지는 않지만 그야말로 ‘시가 쓸모없어진 세상’이지. 유튜브에 우리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콘텐츠들이 넘쳐나고, 소셜 미디어에 자신이 얼마나 멋있는 사람이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자랑하는 글과 사진을 올리느라 시를 읽을 시간이 없어.
우리 시대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려면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시는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거든. 독자들은 재미없는 시를 읽지 않고, 시인들은 그런 독자들을 탓하며 점점 그들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 같아. 하지만 아빠는 시를 포함한 문학의 쓸모가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을 일깨우는 데 있다고 생각해. 그런 ‘마음을 잘 살게 하는 데 쓸모 있는’ 시가 많이 쓰이고 읽히는 세상이 되면 좋겠어.
그런 의미에서 아빠는 <자전거 도둑>이 좋았어.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사소한 실수와 잘못을 저지르고, 어쩔 수 없이 옳지 않은 일을 할 때가 있어. <자전거 도둑>의 주인공 수남이도 바람이 불어 배달 자전거가 넘어지는 바람에 고급 승용차에 흠집을 내고, 오천 원을 내야 한다는 신사의 말에 자전거를 들고 도망을 가게 되지. 가게 주인 영감은 돈 오천 원 손해 안 난 것만 좋아하며 수남이에게 잘했다고 말해.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할 수 있는 사소한 잘못이야. 어떻게 보면 배달 자전거가 넘어져 차에 흠집이 났다고 악착같이 돈 오천 원을 받으려 한 신사의 행동이 야박하다고 할 수도 있어.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보다, 그런 행동을 하고 나서 수남이가 자신의 행동을 형 수길이 도둑질을 했을 때의 상황에 비추어 바라보며 성찰했다는 거야. 그리고 무슨 짓을 하든지 도둑질은 하지 말라던 아버지의 말을 떠올려.
아빠는 스스로의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자신만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사회가 정해 놓은 규범이나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자신이 정해 놓은 기준에서 옳은 일을 하고 그 기준으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야. 수남이처럼 아직 어릴 경우에는 그렇게 바라봐주고 바르게 이끌어줄 어른이 필요한 거지. 수남이는 그걸 깨닫고 짐을 꾸려 고향으로 내려갈 결심을 해.
이 책에 실린 동화 여섯 편은 우리 삶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주고 있어. 요즘 회귀, 빙의, 환생이라는 장치를 기반으로 쓰인 웹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누구나 소설을 쓸 수 있는 시대가 됐고 누구나 소설을 쉽게 읽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해. 웹소설이 재미와 시간 때우기라는 쓸모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것을 알려주지는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