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합작 독서노트 12
책제목 공룡은 축구를 하지 않는다
지은이 김수연
출판사 현북스
줄거리
사울이는 숫기도 없고 운동도 못해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이런 사울이의 관심사는 바로 공룡이다. 어느 날 사울이는 같은 반 유라도 공룡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다. 둘은 친해졌고 유라의 친구인 성준이와 함께 공룡 발자국 유적지인 고성에 놀러 간다.
사울이의 아빠가 마침 고성에 있었기에 사울이와 친구들은 사울이 아빠와 함께 유적지를 살펴보게 된다. 그 순간, 갑자기 하늘이 콰르릉 소리를 내더니 주변이 캄캄해졌다. 눈을 뜨니 사울이는 공룡들과 함께 있었다. 아빠, 성준이, 유라 모두 공룡이었다. 놀라운 것은 사울이 자신도 공룡이었다는 것이다.
감상문
오랫동안 읽고 싶어서 기다리던 책이었는데 드디어 읽게 되었다. 내용은 대충 예상하던 대로였는데 생각보다 공룡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공룡들의 특징이라고 하면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고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섞여 살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울이의 아빠는 좀 다르다. 공룡을 좋아할 뿐 사회생활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책에 자세히 안 나와서 그렇지 사울이의 아빠도 나름의 사정이 있는 걸까?
또 다른 공룡들의 특징은 이 사회에 불편함을 느끼고 어떤 불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면 도현이 형이나 저글링 아줌마, 사울이의 아빠같이 남들은 보통 선택하지 않는 길을 걷는다. 누군가는 독특하고 특별한 선택을 하지만, 그런 사람은 공룡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공룡들에게는 지금 세상이 너무 어렵다. 복잡하고 불편하다.
그들은 아주 먼 옛날 공룡으로 살았던 때가 훨씬 편했을 것이다. 그때는 남 눈치도 안 보고 자유롭게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상은 너무 복잡해졌다. 신경 쓸 것도 많고, 그래서 우울증에 걸리거나 상처받는 사람들도 늘어간다. 공룡들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유추하거나 분위기를 맞추고 공감해 주는 것에도 서툴러서 더 살기 어려워졌다.
공룡들은 다른 사람들과는 많이 달라서 독특한 걸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 내 친구 같은 경우는 일본을 좋아해서 올림픽 경기에서 일본을 더 응원할 정도이다(물론 마음속으로만). 나도 처음엔 꽤 놀랐지만,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사람들 중에는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주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과 다르다고 차별하는 사람도 있다. 인간들이란 참 이상하다.
또 공룡들은 승패에 별로 연연하지 않는다. 아빠한테 들은 건데 맞는 것 같다. 어떤 경기가 있으면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기를 원한다. 그러니까 꼭 이기기를 원한다. 내 친구들도 이기기를 원한다. 이기고 싶어 반칙을 쓰는 친구들도 많다. 솔직히 반칙을 쓰면서까지 이기고 싶나 궁금하다. 반칙으로 얻은 승리는 의미가 없다.
어쨌든 결국 누군가는 지고 누군가는 이겨야만 한다. 무승부도 있을 수 있지만 언제나 승패는 분명하다. 배드민턴 경기, 과학 성적, 가위바위보에서 언제나 승패 또는 더 잘한 사람과 못한 사람이 갈라진다. 그러니까 누군가는 반에서 13등을 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경기에서 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모두가 이기려고 한다면 그만큼 힘든 삶이 있을까.
공룡들은 여유를 가진다.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부족해도 열심히 살아간다. 난 내가 공룡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가 공룡이길 바라는 건 아니다. 난 인간이고 싶다. 내가 사회생활을 잘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내가 공룡이더라도 어쩔 수 없다. 나도 다른 공룡들처럼 힘을 내서 열심히 사는 수밖에.
아빠의 이야기
문학작품은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경우가 많아.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동화도 현실감이 많이 떨어져 세상살이가 힘든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 같아. ‘나 같은 건 진즉에 멸종되었어야 해.’라는 생각에서 멸종, 공룡을 떠올리며 이 이야기를 쓰게 됐다는 작가의 말을 읽고 나면 이 동화에 더 큰 공감이 느껴져.
이 동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씩 달라. 사울이, 유라, 성준이, 도현이 형, 저글링 아줌마, 그리고 사울이 아빠까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행동을 해서 세상과 잘 어울리지 못하지. 하지만 그들끼리는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를 보듬어주며 살아가려고 노력해. 공룡은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지.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그 의견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있어. 때론 소수의 의견이니 잘못된 것이고 무시해도 되는 것이라고 여겨지기도 하지.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생각과 행동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어.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는 의견에 크게 동감해.
공룡일까 두렵기도 하지만 공룡이어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해. 공룡으로 살아온 50여 년이 버거웠고 지금도 바깥세상과 공룡이 아닌 사람들을 마주하는 게 여전히 힘들지만, 이 동화의 작가처럼 ‘서툴지만 나는 아직 큰 탈 없이’ 살고 있으니까. 너희들도 아마 많은 사람들 중에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사는 몇몇 공룡들을 알아보게 될 거야. 그들과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꿋꿋이 살아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