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추운 겨울날, 나무꾼이 숲 속에서 하늘에서 떨어진 한 아이(별 아이)를 발견한다. 그 나무꾼은 형편이 좋지 않은데도 아이를 정성껏 키워주었다. 아이의 외모는 정말 아름다웠으나 심성은 매우 고약하고 잔인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거지 여인이 나타나 자신이 아이의 어머니라고 주장한다. 별 아이는 코웃음을 치며 거지를 내쫓는다. 그 순간 별 아이의 얼굴은 매우 흉측하게 변한다. 별 아이는 어머니에게 저지른 죄 때문에 자신의 얼굴이 변했다고 생각하고, 어머니를 찾기 위해 나무꾼의 집을 떠난다.
3년 동안 온 세상을 떠돌아다니던 별 아이는 한 마법사의 노예가 된다. 그 마법사는 별 아이에게 날마다 숲 속에서 금화를 가져오라고 시킨다. 하지만 별 아이는 금화를 찾을 때마다 한 문둥이에게 주어서 마지막 날에 죽을 운명에 처한다. 그때 그가 도시의 성문을 지나가자 갑자기 보초병들이 허리 굽혀 절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별 아이를 왕의 아들이라고 불렀다. 또, 별 아이의 아름다운 외모도 돌아왔다. 예전에 별 아이를 찾아왔던 거지 여인은 이 나라의 왕비였고, 그가 도와주었던 문둥이는 이 나라의 왕이었다. 그리고 별 아이는 이 둘의 아들이었다. 그 후 별 아이는 나라를 평화롭게 잘 다스렸다.
감상문
네 가지 이야기가 있었는데 다 별로였다. 일단 등장인물들의 사고방식이 이해가 안 된다. 갈대와 사랑에 빠진 제비나, 젊은 학생의 사랑을 이뤄주기 위해 목숨을 바친 나이팅게일이나, 인어와 사랑에 빠져 자신의 몸에서 영혼을 내보낸 어부나,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못되게 자란 별 아이나. 그나마 현실적이고 정상적이었던 이야기는 <별 아이>였다.
나는 이 이야기가 외모지상주의를 잘 표현해서 좋았다. 별 아이의 외모가 아름다웠을 때는 아이들이 그를 따랐지만, 그의 외모가 흉측해지자 무리에서 배척하는 장면이 특히 그랬다. 그래서 별 아이의 외모가 끝까지 돌아오지 않았으면 했는데 조금 아쉽다. 별 아이가 흉측한 얼굴로 나라를 다스렸어도 백성과 신하들은 똑같이 그의 말을 잘 따르고 그를 신뢰했을까?
결국엔 별 아이가 좋은 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으니 다행이지만, 나무꾼 내외와 예전의 친구들과 동물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감사를 표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많은 선물을 보내고 높은 명예를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진심 어린 사과인데, 그 부분이 자세히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물론 나무꾼 내외는 선물들로 충분히 기뻐했겠지만.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다 쳐도, 동물들에게 사과하지 않은 건 좀 심했다. 두더지의 눈을 멀게 하고, 새의 날개를 자르고, 다람쥐의 가족들을 죽이는 악행을 저질렀으면서 사과 한 마디 없다니. 이건 잘못됐다. 동물들을 괴롭히지 못하도록 나라를 다스렸으면서 자신의 과거의 잘못은 그냥 넘어갔다. 남을 괴롭게 한 일은 자기도 괴로워진다고 해결되는 게 아닌데 말이다.
이 책은 전에 조금 읽어보고 좋은 기억이 남아있어서 다시 처음부터 읽어보았는데 기대에는 못 미쳤다. 하지만 감상문을 쓰다 보니 생각할 거리가 많은 이야기들이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그의 뒤를 이은 왕은 악하게 다스렸습니다.”이다. 별 아이는 왕위에 오른 지 3년 만에 죽었다는 것도 충격인데 그다음 왕은 악하게 다스렸다는 문장으로 끝나서 아쉬웠다. 역시 선은 길게 지속되기 어려운 걸까?
아빠의 이야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 <행복한 왕자>가 영국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구나. 동화책으로만 읽은 기억이 있는데 원전의 번역본을 읽은 것도 처음인 것 같아. 동상과 제비를 의인화한 것이나, 사람들의 이중성을 드러낸 것이나, 선행을 한 동상과 제비가 천국으로 올라간 것이나, 마치 우리나라 전래동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된 ‘이야기의 원형’ 같은 것이 있다고 해. 영웅의 이야기는 항상 고난과 역경이 따르지만 수많은 어려움을 넘어 승리를 쟁취하는 것으로 끝을 맺어. 또한 마음이 착하고 선행을 베푼 사람은 결국 보답을 받고,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악행을 한 사람은 벌을 받지. 착한 것을 권하고 악한 것을 징벌한다고 해서 ‘권선징악’이라고 해. 우리나라의 전래 동화는 물론 외국의 유명한 동화작가인 안데르센의 작품에도 자주 등장하는 주제야.
감상문에서 지적한 대로 별 아이가 예전에 저질렀던 악행에 대해 뉘우치고 사과하는 내용이 빠져 있는 것은 아쉽지만, 어머니를 찾아 헤맨 것이나 문둥이에게 금화를 건네준 것에서 자신의 과거의 잘못들을 뉘우쳤다는 내용을 헤아릴 수 있겠지. 그리고 별 아이의 뒤를 이은 왕은 악하게 다스렸다는 마지막 문장은 아빠도 이해가 되지 않았어. 별 아이의 훌륭함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을까.
<나이팅게일과 장미>나 <어부와 그의 영혼> 두 작품은 사람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어. 사랑과 희생의 고귀함, 그리고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쉽게 변할 수 있는 것인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 같아. 또 영혼과 마음을 육체로부터 분리할 수 있다는 작품 속 장치에서 요즘의 판타지 소설을 보는 것 같아서 놀랐어.
예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아빠는 외국의 문학 작품들을 거의 읽은 적이 없어. 번역의 문제였는지 모르겠지만 문장이 낯설고 정확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고, 내용 또한 우리나라의 정서와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였지. 그런데 이번에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들을 읽어보니, 그동안 외국 문학에 대해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앞으로 너희들이 좋은 외국 작품을 읽고 아빠에게도 권해주면 참 좋을 것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