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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마귀의밥 Sep 21. 2024

9월의 비가 많이오는 밤에

창밖의 비를 맞는 나무와 화초들

9월중순인데 비가 많이온다. 평년보다 한달쯤은 더 길게 폭염도 이어지고 있어서 커다란 기후변화의 전조증상일까 불안해하다가 이윽고 내리는 빗소리를 듣고있다. 세상과 삶이란 어차피 변화의 연속이고 미지의 세계로의 항해이다. 많은걸 알고 많은걸 할수있다 착각한 인류를 일깨워주기위해 자연이 주는 선물의 초기단계 정도로 알고 감사히 수용하면 될것같다.


지인네 놀러와서 하룻밤동안 방하나를 빌려쓰고있다. 비오는데 빗소리가 잘 안들려서 비가 들이치건말건 방안의 창문을 모두다 열었다. 세찬 빗소리도 들리고 바람소리 가끔씩 울리는 천둥소리가 어릴적 자장가를 듣는것마냥 편안하다.

나이들면서 가령 나무 전지작업할때 장갑을 더이상 안끼고 하게되었는데 그건 나이듦에따라 무뎌지는 감각을 넘어 세상을 느끼고싶은 바램때문인듯 싶다. 가시에 찔리거나 나뭇가지에 집을지은 작은 나나니벌이나 말벌한테 쏘일때 장갑을 끼고있으면 아프지않을수 있으니, 일부러 벌들이 작정하고 쏘는건데 회피하지말고 피부로 나무나 벌들이주는 선물을 맞이하고싶은 것이다.


기후변화같은 인류에겐 어쩌면 재앙이될지도 모르는 자연의 변화, 그리고 이 이상하고 여전히 2억년전만큼 원시적인 세상이 주는 여러가지 부조리들을 나이들면서 비로소 받아들이기 시작한듯 싶다.

아직, 그런 모든것들을 전적으로 수용할만한 단계까지 닿지는 못했지만 물과 기름, 혹은 달걀 흰자와 노른자처럼 나눠져있던 의식이 뭔가 경계를 허물고 뒤섞이기 시작하는 대략 그런 과정인것 같다.


나무와 화초들이 비가 심하게 내린다고 비를 막거나  피하지않고 그대로 맞고 쓰러지는 것처럼 나도 아마도 또 종종 세상의 여러 사건들에 휘말리거나 맞아 쓰러지거나 폭풍우에 기절한뒤 강물위에 떠다니는 나비들처럼 표류하게 될지 모르지만 이름모를 어느곳에서 떠나니며 방황하게 되더라도 이런 낙서도 해가며 삶을 받아들이자 마음으로 문득문득 생각해보는 것이다.


비가 엄청오는 9월의 밤에 어느지인네 객실에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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