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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마귀의밥 Oct 08. 2024

개가 들어오며 집안서열변동

꽃들은 서열과무관

그저께 새로운 식구가 들어오며 집안서열에 약간의 변동이 생겼다. 아직 회복중이긴해도 개가 들어온것이다.

 새 > 개 > 고양이 > 인간

꽃들은 서열에 무관심한것 같다

그 유명한 백일홍
애플민트꽃

도로에 피를 잔뜩흘리고 쓰러져있던 개는 천사같은 내가아는 여성수의사분의 수술과 치료로 살아났다. 현장에 원래견주있으면 연락달라고 옆의기둥같은데 붙여놓고왔지만 4일째 연락이 없는걸로 봐서 키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연락이왔으면 수술비 병원비 간호비 100만원정도 청구하고 돌려줄까했는데 피가잔뜩묻은 도로옆 메모에 동물병원 데려간다는 얘기를 써놔서인지 연락이 없다. 시골에서 크는 동물들의 복지수준은 대체로 너무 낮아서 100만원주고 데려갈 사람은 많지않은 것이다.

(수의사분이 지인이라고 수술비를 안받으셨지만 원주인이 책임감있게 연락해온다면 받아서 얼마간 드리려했다)

아무튼 부상이 심해 살아날가능성이 낮고 살아나도 회복이어려울것아서 안락사해야할것같다는 눈시울이 붉어진 수의사분을 설득하여 수술하다 죽으면 묻어줄테니 수술해달라고 주문하였고 다행히 살아났다. 부상당한개 때문에 아침부터 300km넘게 운전해온 사람의 주문이라 수의사분도 거절못하고 희박한 가능성을 가지고 수술했는데 다행이 마취에서 깨어난 것이다.

피를 많이 플려서인지 거의 자면서 주사기로 먹이와 물을 줄때만 깨어있는편인데 아무튼 살아나서 집안에 온기를 더하며 서열이 생겼다. 얼마전 화해해서 다시 집안으로 들락거리는 회색 줄무늬고양이가 숨만쉬고있는 개를 보고 기겁을 했다. 서열이 새 > 개 > 고양이 > 인간 으로 고양이가 3순위로 밀려난 것이다. 1순위는 새인데 새들이 몸은 약해도 기가 엄청세서 개나 고양이에게도 밀리지않는다.

서열에 관심없다는 듯 마당엔 가을꽃들이 피고 있다. 개를 간호하며 요가학원, 지인과약속 등 약속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꽃사진을 찍었다. 가을에 피는 꽃들이 제법 많았다. 백일홍, 돼지감자꽃, 물배추꽃, 애플민트꽃, 달개비, 봉선화, 국화 등 이 꽃들은 전부다 서열에는 관심없이 조용히 피었다 지고있는 것이다.


개를 키우는건 많은 어린이들의 로망인데 나에게도 그랬다. 다만 나는 전에 키우던 반려견이 떠난이후 이 개가 마지막이고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다생각했었지만 운명이란 때때로 인간의 계획과 삶의 구조에 변형을 가하는 것이다. 개 소식을 듣고 나보고 착하다는 지인들이 있는데 나로선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반려견까지 있었던 나로선 도로에서 피흘리며 쓰러져있는개가(원래는 피를너무 흥건하여 죽은줄알고 묻어주려 다가갔는데 숨쉬는걸 봄) 거의 동족이 쓰러져있는걸로 느껴져 동지애(프라테르니테)가 발동한 것이다. 동지애라는건 개일본이 '박애'라고 잘못번역하여 친일교육을 퍼트려서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헌법의 기초가된 프랑스인권혁명의 자유 평등 동지애의 3대 기조중 하나다. (박애와 동지애의 차이는 안중근의사가 민족의 독립을위해 이토히로부미를 사살한것이 동지애이고 박애는 가해자나 피해자나 똑같이 존귀한 인간이니 독립군을 잡아 해부하던 개일본도 사랑해주는게 박애다.)

난 지인들생각처럼 착한게 아니라 동료에 대한 의무를 행한 것이다. 나에게 발견된이상 너는 살아서 다시 행복해질거란 확신에가까운 신념.


개들에게는 보통 충직함이 있다. 개일본이나 개이스라엘을 부를때 부정적 접두사인 개-를 사용하긴하지만 나는 개를 거의 동족으로, 그리고 충직함을 가진 긍정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개들중에 무는 개나 치와와처럼 사나운개도 있고 개일본과 개이스라엘에도 정말 괜찮은 사람들도 많이 있는등 예외는 늘 있겠지만 전체적인 보통의 나의 인식에는 그렇다.


기온이 떨어져 가을꽃들이 피어나는 가운데 새로운 식구가 생겨 집안서열에 이렇게 변동이 생기고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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