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소나기는 자주 내리고
바람도 심하게 불어오곤 했었다.
내 등 뒤에 얼마만큼 긴 처마가 있었는지,
아버지가 지워진 자리에 섰을 때야 알았다.
처마
봄에 박새 부부 세 들다 나가고
봄볕 피한 할머니 나물 팔다 가셨다
소나기에 낯 모르는 몇 사람 서 있다가 말문 트고
어느 날 밤 낙숫물처럼 점점이 슬픔도 쏟아놓고 갔다
내 것인데 다른 이들이 잠시 머무는
그런 기다란 처마
이제 이 도시의 건물엔 처마가 없다.
높은 꼭대기층 정치인처럼 제 눈가림만 한 처마만 있거나
아예 없다.
처마 같은 마음 가진 사람도 없다,
제 한쪽 어깨를 비에게 내주지 않는 사람에게 우산을 맡길 수 없듯이
처마 없는 사람에게 내 생을 기댈 수는 없다.
당신은,
누구에게 처마를 내어주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