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 비로소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되는 것들.
더 이상 구슬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조르지 않아도 되는 것. 내가 번 돈으로 부모님께 식사를 대접하는 것. 은행에 들러 혼자 용무를 보는 것. 아플 때 병원에 혼자 가는 것. 하기 싫은 일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이해되는 슬픔이 점점 늘어가는 것. 누군가가 해주던 일을 스스로 해야 하는 것.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 것. 어린애처럼 어리광 부릴 수 없는 것. 울음을 참을 수 있어야 하는 것. 숨기만 하면 안 되는 것. 부모님이 늙어가는 모습을 알아차리는 것. 어렸을 때 몰랐던 감정을 이제는 알게 되는 것.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는 것. 의연하게 살아가는 것. 누군가의 길잡이가 되어 가는 것.
어른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지만 하고 싶은 대로만 하지 못하는 모순적인 인생.
어른이 된다는 건 얻는 것도 있지만 잃은 것도 있다. 더 이상 엄마가 다려준 교복을 입지 못한다는 것. 친구들과 급식실로 우르르 달려가지 못한다는 것. 내 반, 담임 선생님이 없는 것. 쉬는 시간 친구와 매점을 못 가는 것. 짝사랑하는 아이를 몰래 훔쳐보지 못하는 것. 부모님께 갖고 싶은 물건을 당당히 요구하지 못하는 것. 수업 시간 선생님 몰래 딴짓을 하지 못하는 것. 졸업사진을 찍지 못하는 것. 좋아하는 친구와 짝꿍을 하지 못하는 것. 반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소풍을 가지 못한다는 것.
학창시절, 할 수 없었던 모든 것을 이제는 마음껏 할 수 있는 나이. 떼 묻지 않은 순수한 시절로 돌아가지 못하는 서글픔이 있지만 타임캡슐처럼 추억으로 묻어두고 현재를 사랑해야 진정 어른이 되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