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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 May 24. 2023

/사랑하는 조각들/

: 조각과 조각이 모여 뭉칠 때



Q1.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엄마가 만들어준 김밥. 울퉁불퉁하고 간이 덜 되어 조금은 밍밍한 김밥. 초등학교 운동회, 소풍날이 되면 항상 새벽 일찍 일어나 나를 위해 만들어주셨죠. 부족하지 않게 플라스틱 통에 꽉꽉 눌러 담아서 말이에요. 어렸을 땐 몰랐어요. 김밥에 묻혀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던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담겨 있을 줄은. 성인이 된 저는 엄마가 싸 준 김밥을 세상에서 가장 좋아합니다. 배가 부르더라도 다 먹고 싶은 엄마 김밥을요.



Q2. 버스에서 어느 자리에 앉는 걸 좋아하시나요?


학생 땐 무조건 맨 뒷자리를 좋아했어요. 맨 뒷자리에 타야 뭔가 대장이 된 것만 같은 생각이 들더라요. 그리고 뒷자리는 의자가 제일 높아서 앞사람이 무얼 하나 훔쳐보기 딱이었거든요.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난 후에는 맨 앞도 맨 뒤도 그렇다고 중간도 아닌 3번째 창가 자리를 가장 선호하게 됐어요. 아무도 앉지 않을 것 같은 자리. 눈에 띄지 않는 자리인 것 같아서요. 아, 그리고 무조건 창가 자리여야 해요. 창밖에 보이는 사람들의 옷차림, 움직임, 표정.. 다들 어떤 표정을 짓고 살아가나 저 혼자 상상하고 추측할 수 있거든요. 쓸데없는 어림짐작하며 그렇게 버스에서 시간을 보내요.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자리인 것 같아요.



Q3. 어느 악기 소리에 가장 귀를 많이 기울이시나요?


저하면 악기를 빼놓을 수 없죠. 유년 시절부터 피아노 학원을 다녔고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드럼을 치고 있어요. 그래서 음악을 들을 때면 이 곡이 4/4박자인지, 3/4박자인지 어느 순간 파악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죠. 그러곤 제 손은 허공에 드럼을 치고 있어요.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제가 따라할 수 있는 필인이 나오거든요? 기억했다가 나중에 활용 때가 있어요. 아마 직업병이 아닌가 싶어요.  



Q4. 어떤 날씨를 가장 좋아하시나요?


아무래도 화창한 날씨를 가장 좋아해요. 안 그래도 우울한데 날씨까지 우중충하면 검은색 도화지에 검은색 크레파스를 덧칠하는 듯한 괴로움에 빠질 거요. 그리고 이불 속에 꼼짝하지 않고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어뜯고 있겠죠. 그래서 날씨가 화창하면 갑자기 기분이 확 좋아지면서 행복해져요. 참 신기해요. 날씨로 제 감정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게. 때론 비를 보면 울고 싶은 나를 대신해 울어주는 듯한 속 시원함도 느끼고 빗줄기의 소리, 비 냄새, 빗줄기의 차가움 ..  다 느낄 수 있어서 좋지만 화창한 날을 가장 좋아한답니다.   



Q5. 어떤 말을 듣는 걸 가장 좋아하시나요?


남들에게 칭찬을 갈구하는 저는 사랑한다는 말도 좋아한다는 말도 아닌 잘한다는 말을 듣는 걸 좋아하고 원해요. “노래 잘 한다, 춤 잘 춘다, 드럼 잘 친다.”와 같은 나를 두고 칭찬하는 말 있잖아요. 



Q6. 당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은 무엇인가요?


지금껏 검정 슬랙스가 제일 잘 어울리는 옷이라고 생각했어요. 무난하게 튀지도 않고 못 어울리기 쉽지 않 옷이 검정 슬랙스잖아요. 몸이 뚱뚱하다는 이유로,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꽁꽁 숨기려고 일부로 검은색만 골라 입은 학창 시절이 생각나요. 화려한 색깔이 나와 어울리지 않다는 이러 저러한 핑계로 몇 년간 검정 슬랙스만 입었어요. 그런데 조금은 문을 열고 자유로워지니 예쁜 치마가 예쁜 블라우스가 나와도 잘 어울리는 옷이라는 걸 어른이 돼서야 알게 됐죠. 



Q7. 무엇이 가장 두려우신가요?


두려움 투성이인 저에게 무엇이 가장 두렵다고 묻는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리는 게 제일로 두렵다고 말하고 싶어요. 초등학생 때부터였나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까 항상 초조하게 살았던 게.. 하루가 무난한 날 갑자기 누군가에게 전화가 오면 갑자기 두려움이 몰려와요. 그리고 저는 휴대폰 전원을 끄고 숨어버리죠.   



Q8. 그리고 무엇이 가장 소중하신가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할 수 있어요. 돈도 명예도 어떠한 사물도 아니죠. 바로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을 제일로 아껴요. 사랑하는 엄마, 아빠, 언니와 다 같이 밥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며 수다 떠는 것. 웃고 있는 가족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것. 웃음 속 그들 삶이 평온해 보이는 것. 가족과 보내는 일상이 가장 소중하고 큰 행복이라 말합니다. 아마 제가 가족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 차서 그런 거겠죠.  



Q9. 지금 행복하신가요?


행복의 기준은 참 주관적이에요. 누군 돈을 많이 벌면 그게 행복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맛있는 밥과 맛있는 커피 한 잔에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죠. 그래서 사람마다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은 다 다르더라고요. 이야기가 산으로 새는 것 같은데.. 제 행복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렇듯 사랑하는 가족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이 행복이고, 그렇게 편히 잠드는 밤이 행복에요. 그럼 저 행복한 거겠죠?

“네!! 저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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