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카시아 향을 기가 막히게 찾아냅니다.
봄을 지날 무렵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꽃 향이 제 어린 시절을 상기시켜 내거든요.
꼬꼬마 시절, 토요일엔 야근을 하시고 일요일엔 산을 가시던 아버지.
아버지가 참 미웠습니다.
캐치볼 한 번 시켜주고는 다시 잡으시지 않던 글러브를, 야구공을 미워했습니다.
강원도 첩첩산중 산을 어떻게 그리 좋아하시는지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항상 산에 다녀오실 때면 몸에 좋다는 장뇌삼, 산삼, 프로폴리스 등 산에서 기르는 것들을 받아오셨습니다.
제 어릴 적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셨습니다.
항암치료로 항상 병원에 계셨고, 집에 형과 덩그러니 밥을 해먹던 기억이 가득합니다.
얼마 전 부모님과 함께 갔던 제주도 여행에서 아버지께 물었습니다.
왜 그리 산을 좋아하셨는지, 어떻게 매주 강원도까지 가셨는지.
그러자 아버진 담담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치료를 다 받으시는 어머니를 위해 몸에 좋다는 것들을 가져다 주고 싶었다고.
그래서 토요일엔 야근을, 일요일엔 산을 가셔서 지인이 하시는 일들을 도우러 가셨습니다.
참 많이 울었습니다. 저는 그저 머리를 식히러 가시는 줄만 알았던, 무거웠던 현실로부터 도피처인 줄 알았습니다.
가끔 산에 따라가면 아카시아 나무 꽃 향이 참 가득했었습니다.
올해 아카시아 꽃 향은 더 달콤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