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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Jul 05. 2024

내가 살면서 이토록 글에 대하여 고민한 적이 있었던가?

글. 참 어렵고도 쉬운 글. 사실인지 허구인지 그 글은...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행복했었다. 간절히 바라던 브런치작가가 되어, 내가 원하는 글을 쓰며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보냈다. 예전에 블로그에 글을 올리던 1일 1 포스팅의 습관이 남아 매일 한 편의 글이나 시를 발행하였다. 그렇게 하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작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면서.


  내가 진정 쓰고 싶은 글은 '결혼육아지침서'였다. 내 나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결혼생활을 해왔고, 그 노하우를 백서로 만들고 싶었다. 그 책을 읽은 연인이나 부부가 좀 더 적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결혼생활을 하고, 아기를 키우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내가 작가가 되고 싶은 궁극적인 목적이고, 그렇게 책을 한 권 출판하여 결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러다가 이 브런치의 존재를 나의 보석 같은 사람이 알게 되었다. 나와는 생각이 다른 사람이다. 우리의 결혼생활, 육아 이야기를 공공의 플랫폼에 노출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녀의 뜻도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계획했던 대로 글을 계속 쓴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모습이다. 배우자와의 화합과 융화로운 삶을 꿈꾸면서 배우자가 원치 않는 일을 한다는 것.

                                               

출처: 블로그, 스튜디오 가구와 공간

  그러면서 나의 글쓰기는 갈 방향을 잃었다. 예전에 블로그를 할 때도 나의 최우선 글쓰기는 '결혼육아지침서'였는데, 배우자가 원치 않는 글쓰기를 하는 나는 위선자였다. 그리고 내가 올리던 '육아 관련 시'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내 모습을 투영하는 시를, 나는 허용하지만 배우자는 원치 않는다.


  이 대목에서 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사실 그 글들이 진실과 허구 사이의 글이라면.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으면서 '참 다양한 사람들이 글을 올리는구나!', '그 글을 올리면서 자신의 삶을 지탱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글이 진실일 수도 있고, 허구 일 수도 있지 않을까?(진짜 절실한 마음으로 진실의 글을 적는 필자에게는 죄송한 말씀을 전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사실 한 스푼, 허구 한 스푼, 에세이 한 스푼, 소설 한 스푼씩을 넣어서 글을 쓸까 싶은 생각이 든다. 글이라는 것이 변화무쌍해서 글 속에서 나는 바람둥이도 될 수 있고, 이혼남도 될 수 있고, 유럽여행자도 될 수 있다. 그것이 에세이일 수도 있고, 소설일 수도 있음을 나 혼자 생각해 본다. 글은 '문'로 표현만 하면 되기에, 필자가 그 사건의 주인공일 수도 있고, 들은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처럼 적을 수도 있다. 전쟁고아인 '임승남'씨의 자서전[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은 술자리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은 지인이 조금씩 적어둔 원고가 씨앗이 되어 책을 출간했다고 한다.


  글의 내용이 진실인지, 허구인지는 작가 자신과 작가의 측근만이 알 수 있다. 독자들은 그 글을 읽으면서 '작가가 이런 사람이겠구나!' 나름의 잣대로 판단할 뿐이다. 그러한 점을 고려하여 나의 글쓰기 방향을 틀려고 한다. '결혼육아지침서'와 '육아하며 시를 쓰며'는 잠시 넣어두려 한다. 현재 나의 삶과 밀접한 내용의 글쓰기가 내 소중한 사람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글을 쓰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글의 시의성이 떨어지지만, 사람의 마음이 안 다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직장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었다. 글로 써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 내용이라 적어서 블로그에 올렸었는데, 그 당사자에게는 그 글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나에게 그 글을 내려달라고 하여서 비공개로 전환한 적이 있다. 글을 쓰면서 사실에 기반한 글은 참 조심스럽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글에 언급되는 사람이 그 글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내가 전하려는 주제와 전혀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이 있기에.


출처: 블로그, 로맨틱한 브로콜리

  한 편으로는 '내가 왜 이렇게 글 쓰는 것에 집착을 할까?', '내가 글을 쓰는 것에 이리도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1년 전만 해도 글을 쓰지 않고도 잘 살았었다. 직장과 육아 등 바쁜 나의 삶 속에서 글을 쓰는 시간을 빼는 것이 사실 사치이다. 그냥 글을 쓰지 않고, 하루하루 직장과 육아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것이 더 올바른 삶의 태도일 것이다.


  그런데 내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나는 뭔가 '꿍꿍이'가 있을 때 생기가 돌고 행복한 것 같다. 예전에 닭을 키울 때도 그런 마음이 들었다. 바쁘고 정신없는 일과 속에서 닭까지 신경을 쓰는 것은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참 피곤한 일이다. 그런데 나는 닭에게 먹이를 주며, 닭똥을 치우며, 닭을 돌보며 희열을 느꼈던 것 같다. 누군가가 나에게 닭을 키워라고 시켰다면 절대 하지 않을 수고를, 나 스스로 꿍꿍이가 있는 뭔가를 하며 혼자만의 즐거움을 만끽했던 것이다.


  요즘 글쓰기가 그때의 그 느낌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매일 한 편씩 브런치에 글을 올리시오!'라고 했으면 정말 바빠 죽겠는데, 왜 그것까지 해야 하냐며 하지 않았을 글쓰기이다. 하지만 내 나름의 '꿍꿍이'를 만들어 글을 쓰고 발행하는 과정 속에서 희열을 느끼고 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만의 일탈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글을 쓰는 나는 비정상인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현재 글쓰기의 방향을 잃고, 우주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듯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작가' 과연 나는 작가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나중에 작가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내 글을 사람들이 읽어줄까?, 앞으로 나는 어떤 글을 적어야 할까?, 글을 적지 않고 사는 것이 맞지 않나?, 글을 쓰면서 나는 과연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과연 나라는 인간은 왜 이리도 글쓰기에 매달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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