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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Jun 24. 2024

글쓰기에 대한 '양가감정'

전문 작가는 아니지만, 글을 매일 쓰다 보니 느끼는 감정들

  글을 쓴다는 것. 누군가에게는 참 어렵고, 생소한 일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취미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본업일 수도 있는 일.

  

  현재 나에게는 매일 글을 조금씩 쓰는 것이 '삶의 낙'이 되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 블로그에 조금씩 글을 쓰다가, 지금은 브런치에 글을 조금씩 쓰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육아와 직장생활 속에서, 글을 쓰고 싶은 무언가를 찾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과정이 즐겁다. 비록 내 몸은 직장, 집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여 있지만, 글을 쓸 때 나의 정신만큼은 하늘을 날아다닌다. 그리고 하나씩 쌓여가는 글 목록을 보면 뿌듯함이 들기도 한다.


  '글'이라는 것이 쓰기 전에는 몰랐는데, 글을 쓰다 보니 글은 곧 나 자신이었다. 내 생각과 내 생활이 묻어나는 글 속에는 나 자신이 온전히 녹아 있었다. 그것을 알게 된 후, 다양한 글들을 보면 글을 쓴 작가의 마음을 어느 정도 짐작하게 된다. 작가의 성격, 성향, 어투 등을 내 나름 짐작하여 상상하게 된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나의 글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이 글을 쓴 '후니홉'이라는 사람은 이런 사람일 거야! 하면서 말이다.


출처: 블로그, 한잔의 여유v


  글을 아직 많이 쓰지는 않았지만, 글을 쓰면서 느꼈던 '양가감정'에 대하여 적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양가감정'이라 함은 어떤 상황에서 동시에 느껴지는 감정을 말한다. 예를 들면 '여행'을 떠올리면 당장이라도 놀러 가고 싶다는 마음도 들고, 집에서 쉬고 싶다는 마음도 드는 것처럼. 이 글은 아직 초보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의 파편들이다. 글을 쓰는 지금도 나의 마음속에 '양가감정'이 든다. 이런 내용의 글을 적고 싶다는 마음과 글쓰기 초보인 내가 어찌 이런 내용으로 글을 쓰나? 하는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고 있다.


1. 자유로움 vs 답답함


  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에 대하여 무궁무진한 자유로움을 느낀다. 글쓰기를 통해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현재, 미래를 왔다 갔다 할 수도 있고, 다른 나라에  비행기를 타지 않고 여행을 할 수도 있다. 소설을 쓰는 사람은 더욱더 그런 마음이 들 것 같다.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세계와 그곳에 사는 인물, 그들이 펼치는 사건들을 적으면서 얼마나 자유로움을 느낄까! 아마 그런 작가들은 그것들을 적지 않고는 근질근질하여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면서, 직장생활과 육아를 하면서도 글을 쓰고 싶은 글감과 주제가 떠오르면 내 눈빛은 생기가 돈다. 삶의 활력이 생긴다. 잠시 짬이 생길 때마다 어떤 내용을 어떻게 적을지 구상한다. 번뜩이는 단어나 줄거리가 떠오르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머릿속에 구상한 것을 글로 표현할 때 무한한 자유로움을 느낀다. 나만의 글 공간에, 나만의 언어로 채워지는 글자들은 나에게 '작품'이라는 선물로 다가온다. 내가 온전히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항상 자연스럽게, 수월하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무엇인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막상 구상이 잘 안 되기도 한다. 구상한 내용을 글로 표현하려는데 한참을 멍하니 있으며, 진도가 안 나가기도 한다. 그럴 때는 깊은 수렁 속에 빠져드는 '답답함'을 느낀다. 운동을 하다 슬럼프가 찾아온 것처럼 글을 쓰려고 하나, 글이 써지지 않는 때가 가끔 생긴다. 그럴 때는 힘들지만, 꾸역꾸역 글을 써보려 한다. 잠시 쉬었다가 글을 쓸 수도 있겠지만, 나의 글 곳간에 글을 조금이라도 저장해 두기 위해 한 자라도 더 글을 써본다.


  글을 쓰면서 '자유로움'과 '답답함'은 수시로 찾아오는 감정의 물결이다. 어느 날은 막힘없이 일필휘지로 글이 금방 써지기도 하고, 어느 날은 고민 고민해도 진도가 안 나간다.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다. 넘실 대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파도와 함께 일렁이면서 유연하게 대처하며 글을 쓴다. 잘 써지는 날은 많이 쓰고, 안 써지는 날은 적게 쓰면 된다. 물론 나는 전문작가가 아니라 마감시일이 없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블로그, 호기심 많은 세종빨강요정

 

2. 선보이고 싶은 마음 vs 묵혀두고 싶은 마음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여 내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 하트나 라이킷이 많이 달리고, 정성스러운 댓글도 달리면 금상첨화다. 내가 생각하기에 참 괜찮은 글을 썼다 싶으면 얼른 발행하여 내 글을 선보이고 싶다. 그럴 때는 '내가 참 '관종'이구나!' 싶다. 다른 사람의 글은 열심히 읽지 않고 댓글도 안 달면서, 나의 글을 읽어주기를 바라는 참 이기적인 작가이다.


  글을 하나 발행하고, 수시로 들어가서 조회수와 방문자 수를 확인한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장편소설 작가는 참 대단하다. 자신의 글을 얼마나 선보이고 싶었을까? 그 마음을 갈무리하고, 참고 또 참으면서 글을 써내려 갔을 것이다. 마침내 책이 출간되면 자신의 책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를 수시로 확인하겠지. 그동안 못 누렸던 선보이고 싶은 마음을 마음껏 누리면서.


  그와 반대로 글을 쓰면서, 내 글을 묵혀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처음 블로그에 계속 글을 올릴 때는 내 글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었다. 글을 계속적으로 올리다 보니, 어느 순간 내 글이 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흡사 벌거벗은 채로 사람들 앞에 서있는 느낌이랄까? 내 글이 너무나도 부족하고 모자란 실력으로 쓴, 쓰레기더미 같았다. 그래서 블로그를 초기화하고, 다시 글공부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쌓였던 자료가 조금 아깝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들을 남겨 놓으면 같은 주제로 글을 써도 복사하여 붙여 넣기를 할 것 같아서 삭제하였다.


  지금도 글을 쓰면 이 두 가지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예전만큼 감정이 하늘과 땅을 오가지는 않는다. 글을 숙성시키고 곳간에 저장하며, 적당한 시기에 발행하는 노하우가 생겼다. 곳간에 글들을 저장하여 두고, 시간에 쫓기는 글을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내 글 저장 곳간을 적절하게 조절하며, 조금씩 선보일 예정이다.


출처: 웹, brunch.co.kr


3. 막연한 간절함 vs 두려움


  작가라면 누구나 자신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베스트셀러라는 책은 실력과 운이 잘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결정체인 것 같다. 초보 작가에게 있어서 자신이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것은 로또 1등에 당첨된 것과 같은 행운이 아닐까? 나는 지금 '결혼육아지침서' 관련 내용의 글을 쓰고 있다. 이 글들이 모여서 책으로 발간될까? 책으로 발간되고,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해 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을 갖고 있다.


  그와 동시에 내 책이 발간되어 인기를 끌고 나면, 그다음에는 어떤 책을 나는 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든다. 아직 책도 내지 않았는데, 괜한 걱정이 아니냐고 생각할 것이다. 작가가 되고 싶어 하나하나 관문을 통과하는 순간마다 간절함, 두려움이 함께 느껴진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었다. 막상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을 쓸 수 있는 조건이 되니, 내 글을 사람들이 읽어 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든다. 이건 마치 운전면허증을 처음 따서 이제부터 운전을 시작하세요! 하는 기분이다. 이제부터 글을 한 번 써보세요! 하는 느낌.


  작가가 되기를 그토록 간절히 바라고 소망해서, 나의 이름이 저자로 찍힌 책을 발간해도 비슷한 마음이 같다. 책을 발간하는 것을 간절히 원하고 바랬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이 펼쳐짐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네 인생은 항상 끝과 시작이 함께 붙어 있다. 글에 대한, 책 출간에 대한, 작가 되기에 대한 간절함과 두려움 속에서 오늘도 몇 자 적어보고 있다.


출처: 블로그, 청하 캘리그라피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글쓰기에 관한 이런 내용의 글을 쓰고 싶어서 썼다. 내가 쓰고 싶어서 쓴 이 글을 사람들이 많이들 읽고 공감해 주면 참 좋겠다. 내 마음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 사람들에게 내 머릿속을 글이라는 매개체로 보여준다는 것이 어떨 때는 놀랍기도 하다.


  글은 쓰면 쓸수록 재미도 있으면서, 어렵기도 하고, 더 발전하고 싶기도 한, 정신을 운동시키기에 가장 좋은 도구인 것 같다. 몸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근육을 키우기 위해 꾸준히 운동을 한다. 그것처럼 정신을 단련하기 위해, 정신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글을 꾸준히 쓰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글쓰기에 대한 양가감정을 느끼며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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