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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Jul 07. 2024

요즘 '사십 대', '불혹'의 의미는?

직장과 육아에 정신없이 살아서 미혹할 틈이 없는 나이

  예전 학창 시절 도덕시간에 '공자'라는 중국의 사상가에 대하여 배운 적이 있다. 그가 누구인지, 무슨 사상을 전파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가 말한 내용 중, 나이별 명칭이 생각난다. 40대는 '불혹', 50대는 '지천명', 60대는 '이순'. 이 세 단어는 살면서 가끔 들어보기도 한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내 나이가 '불혹'이 되었다. 공자가 말하길, '불혹'은 '어느 것에도 미혹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사회생활도 어느 정도 하고, 직장에서도 위치를 잡아 일처리를 함에 미혹됨 없이 결정할 수 있는 나이. 20대 사회 초년생의 어리숙함은 이제 없고, 30대의 열정과 패기만 가득한 모습이 아닌, 원숙한 모습의 40대. 누군가가 유혹을 해도 혹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나이. 그 정도의 의미가 공자가 말한 '불혹'이 아닐까 싶다.


출처: 블로그, 황투어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의 '불혹'은 조금 달라진 의미가 추가된 듯하다. 예전보다 결혼시기가 늦어지고 애를 낳고 키우는 나이가 당연히 늦어졌다. 예전에는 20대에 결혼을 하여 30대에 치열하게 애를 키우고 40대에는 육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나이가 되었었다. 하지만 요즘은 결혼을 30대 중후반에 한다. 그리고 출산과 육아를 집중적으로 하는 나이가 40대가 되었다.


  요즘 40대 중 출산과 육아에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있어서 '불혹'이란, '너무나도 정신없이 바빠서 미혹할 틈이 없는 나이'가 아닐까 싶다. 맞벌이를 하며, 직장생활을 하며, 육아를 하며, 집안일을 하면서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게 후딱 지나간다. 이러한 삶 속에서는 누군가를 유혹할 마음도, 유혹할 만한 일도 생기지 않는다. 눈을 떠서 집과 직장을 오가며 그곳에서 자신이 해야 할 과업을 성실히 수행하고 집에 돌아와 잠을 청하면 하루가 끝난다.


  '불혹'이 되면 뭔가 달라진 내 모습이 있을 줄 알았다. 예전 사회 초년생 시절에 만났던 40대 부장님들은 너무나도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다. 일도 잘하고, 회식자리에서 말씀하시는 것도 깊이가 있어 보였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내가 그 나이가 되었다. 17년 전 그 때나 지금이나 내 마음은 그대로인 것 같은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예전 만났었던 부장님의 얼굴로 변해 있다.


  직장에서 신규들이 나를 보는 시각은 예전 내가 부장님을 바라보던 그 눈빛이다. 뭔가 친하게 지내고 싶으나 다가가기 어려운 듯, 편하게 말하고 싶으나 편하게 말 못 하며 그들을 대하게 된다. 이건 흡사 대학교 1학년 때 4학년 선배를 보면 너무나도 대선배이고 커 보였다. 막상 내가 4학년이 되니 난 그대로인데, 1학년 후배들은 나를 어려워하고, 뭐  좀 되는 사람으로 본다. 그렇게 '불혹'이라는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동기들은 이제 육아에서 벗어나 자신의 일과 취미에 집중하는 이들이 많다. 나에게는 6살 터울의 남매가 있다. 첫째는 5학년, 둘째는 유치원생이라 아직 둘째는 보호자가 필요하다. 한 명만 낳아서 잘 키우려 계획했었다. 첫째를 키우면서 육아의 힘듦과 경제적 타격이 많았기에. 하지만 나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가족을 늘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 둘째를 갖자고 여보에게 말을 하였다. 둘째가 태어나면 내가 많은 부분을 담당하겠노라고.


  내 나이 서른 말에 둘째가 태어나고, 둘째를 케어하며 사십 대를 보내고 있다. 요즘 늦게 결혼하여 애를 낳는 신혼부부 정도의 나이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나는 '불혹'이라는 나이를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둘째가 자라는 모습을 보며, 희로애락을 시시각각 느끼며 오늘도 무사히 보내고 있다.


출처: 블로그,비, 무지개 그리고 초콜렛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 나의 반복되는 일상 속에 유일한 취미이자, 탈출구, 비상구이다. 하루 중 어떤 글을 쓸까 고민을 한 후, 자기 전이나 짬이 날 때 글을 끄적이는 것이 요즘 제일 행복하다. 그래서 난 이 글쓰기를 멈출 수 없다. 결혼, 육아, 아이들 이야기로 채워 보려 하였으나, 여보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그래서 글의 방향을 틀기로 마음먹었다. 나의 이야기를 적기로.


  직장생활과 육아로 미혹할 틈이 없이 허덕이며 살아가는 '불혹'의 나이인 '나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이렇게 글을 적음은 나 자신을 위하는 목적이 가장 클 것이다. 어느 정도 청춘이 꺾이고 이제는 청장년에서 중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모습들을 적어보려 한다.


  나의 자서전이 될 수도 있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넋두리를 여기에 쏟아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적는 글이 사실일 수도 있고, MSG가 첨가된 과장의 글 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저 내가 적고 싶은 내용은 '불혹'의 나이를 먹은 대한민국 아저씨와 관련된 것들이다. 사십 대가 되어 겪게 된 일들, 하게 된 생각들을 적어보려 한다. 누군가가 읽어주고 공감해 주면 좋고, '뭘 이런 말도 안 되는, 재미도 없는 글을 적었지.'라고 생각해도 할 수 없다.


  진정으로 나를 위한 글쓰기를 하려 한다. 나의 마음을 치유하는 글쓰기. 나의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글쓰기. 그리하여 이 메거진의 제목은 '사십 대 아저씨의 보통날'로 정하려 한다. 나의 사십 대에 대한 기록물. 나의 사십 대는 소중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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