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적이 다들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내가 기대한 것보다는 별로인 반응을 보여 스스로 실망하기도 하고, 아이들 사이의 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푸념하기도 한다. '마음의 상처'라는 것이 상대방 때문에 생기는 내 마음의 부정적 변화라 생각한다.하지만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유하게 흘려보내는 내 마음 관리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고, 바라는 것이 있는데 바라는 대로 되지 않으면 우울해진다. 담임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큰 기대를 갖지 않고, 바라는 것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내 마음의 상처를 덜 받지 않을까?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 내 마음의 자세를 달리 해야 한다. 상대방은 변하지 않으니 나 스스로를 바꾸는 것이 제일 수월하다. 아이들을 대함에 있어서, 스승과 제자 말고 교육 제공자와 교육 수요자로. 그저 서비스직을 수행하는 공무원이라 생각하고 학교생활을 하면 '마음의상처'가 줄어들 것이다.
내가 두 번째로 근무하게 된 학교에서의 일이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고,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원룸에서 자취를 했다. 내가 사는 곳 주변에 파리바게트에서 한 달에 한 번 케이크를 사서 출근하였다. 학기 초 아이들에게 한 달에 한 번, 그 달의 생일자를 모아서 축하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었다. 당시 신규의 열정과 금전적 여유가 있었기에, 나의 사비를 들여 생일 케이크를 마련하였다. 아이들이 좋아할 모습을 상상하며 케이크 상자를 들고 교실로 올라간다.
출근길에 케이크 상자를 들고 올라가는 내 모습을 본 선배 교사가 묻는다.
"웬 케이크고?"
"저희 반 애들 생일 챙겨주려고요."
"나도 신규 때 그런 적이 있었는데. 좋아 보인다."
"하하. 감사합니다."
짧은 인사를 하고 우리 반 교실로 올라온다.아마 그 선배교사도 젊은 날, 반 아이들의 생일을 챙겨주는 이벤트를 했었나 보다. 연구실 냉장고 안에 케이크를 넣어두고 교실에 들어간다.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아이들이 물어본다.
"선생님, 오늘 생일 축하파티 언제 해요?"
선생님이 준비한 케이크를 여섯 등분하여 한 모둠에 한 조각씩 주면, 케이크의 맛만 보는 정도로 먹는다. 그 시간을 아이들이 기대하며 물어보니, 내심 뿌듯함과 흐뭇함을 느낀다.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케이크를 잘라 배분하여 접시에 담아 포크나 나무젓가락으로 먹으면 시간이 얼마 안 걸린다. 그렇게 생일을 챙겨줌이 처음에는 나도 아이들도 좋아했다.
출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smartstore.naver.com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 마음과 같지 않다. 케이크를 준비해 오면 아이들은 그것을 당연시 생각하였다. 그리고 다른 맛 케이크를 먹고 싶다며, 오늘 사온 케이크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선생님, 좀 더 큰 케이크 사 오면 안돼요?"
"선생님, 생크림 말고 초콜릿 케이크 사 오면 안돼요?"
그런 반응을 보이며, 내가 케이크를 준비함에 대한 감사함을 잃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점점 회의가 들었다.
'내가 괜히 생일 챙겨준다 말해서, 돈 쓰고 욕 들어 먹고. 이거 참 뭐 하는 짓이지.'
그 해 그렇게 생일을 챙기고 난 후, 다음부터는 생일을 챙기지 않았다. 케이크를 준비하는 것에 대한 고마움이 없는 아이들, 더 크고 맛있는 케이크를 바라는 아이들을 보며 '이건 아니다!'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아이들에게 그것과 관련한 정신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나의 잘못이 큰 것 같다.
"선생님이 생일을 챙겨주고, 케이크를 사 오는 것에 대하여 감사한 마음을 가지도록 하세요. 더 크고 맛있는 케이크는 집에 엄마한테 사달라고 하세요."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나의 불찰이다.
6학년 담임을 할 때 일이다. 졸업을 앞둔 2월에 남학생 둘이 치고받고 싸우는 일이 발생하였다. 한 아이가 욕을 쓰고 도발을 하여 5교시 후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서 두 명이 싸웠다. 6교시 시작종이 울리고 교실에 들어와 그 사실을 담임에게 말하지 않고 쉬쉬하였다. 수업을 다 마친 후 다시 그 둘과 몇 명의 구경꾼이 위층 남자화장실로 올라가 다시 싸웠다.
"둘 중 한 명이 피를 볼 때까지 싸움을 멈출 수 없다!"
"그래. 끝까지 가보자!"
이런 말도 안 되는 삼류 액션영화의 대사를 남발하며 싸우다가 들켜서 나에게 연락이 왔다.
태권도를 꽤 오래 배운 녀석은 얼굴에 상처가 안 나고, 다른 아이는 얼굴 곳곳이 찢어지고 멍자국이 있다. 학부모에게 연락 후 다음날부터 둘을 불러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담임 선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여 지도하였다. 학년 말에, 졸업 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였지만, 애 둘을 남겨서 상담을 하고 화해의 시간을 가졌다. 두 아이의 학부모들도 학교로 오시라고 하여 학부모 상담도 하였다. 그렇게 사건이 해결되는가 싶었지만.
얼굴에 상처가 많이 난 학부모와 상담을 할 때, 그 엄마는 자신의 아이가 많이 맞았으니 피해자라는 주장을 하였다. 그때 나는 두 학생 모두 잘못이 있으니 쌍방과실이라고 말하였다. 상처가 많이 난 그 학생이 먼저 욕을 하고 도발을 한 부분도, 엄마는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학부모 상담을 하고 난 후, 그 학부모는 학교 폭력 신고를 하였다. 담임 선에서 노력한 일들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학교 폭력 담당자가 처음부터 다시 조사를 하고, 모든 일들이 처음부터 진행되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냥 학폭 신고를 먼저 하지. 괜히 내 귀한 시간 뺏기고 참...'
내가 상담할 때 많이 맞은 학생이 피해자라면서, 그 학부모 편을 들어줬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참 허무한 순간이었다.
출처: 블로그, 블랙 로즈
담임을 하면서 나의 반 아이들에게 마음을 주고, 최선을 다하여 담임이 할 일을 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 아이들도 그러한 담임을 보면서 고마워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담임이 챙겨 줌을 당연히 여기는 학생, 담임의 의도와는 다르게 움직이는 학부모 등. 그럴 때는 참 담임할 맛이 안 난다. 위와 같은 일들을 겪으면서 나 스스로, 내 마음이 안 다칠 정도로 학생과 학부모를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괜한 기대를 하지 않아야 실망을 하지 않는다. 내 마음이 다치지 않을 만큼 거리를 두고 지냄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