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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Oct 25. 2024

담임의 '가정 방문'

학생의 집을 방문하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선배교사들에게서 오래전 있었던 '가정 방문'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선생님이 직접 아이의 집을 방문하여 그 아이의 부모도 만나고, 아이가 어떤 집에서 사는지 본다. 남교사의 경우, 그렇게 가정 방문을 하러 가면 학부모가 간단히 술상을 봐주기도 했다고 한다. 예의상 안 먹기도 그렇고, 한 잔씩 먹다 보면 그날 가정 방문을 마칠 때 즈음엔 술이 얼근하게 취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퇴직을 하신 조부장님께서, 젊은 교사 때는 그렇게 가정 방문을 하였다고 하셨다.


  나의 교직 생활 중에 이런 가정 방문은 없었다. 다만 두 번의 가정 방문을 한 적이 있다. 학생이 장기 결석을 하면 담임은 그 학생의 신변을 확인해야 한다. 무슨 일로 학교를 안 오는지, 혹시 가정폭력에 노출되어 있지는 않은지. 내가 겪은 두 번의 가정 방문은 모두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학생이 사는 곳 주소를 확인하고, 주소지를 찾아가 문을 두드리는 모습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장면이다. 담임을 맡으면서 가정 방문을 할 학생이 우리 반에 있다는 건 일 년이 참 힘들다는 말과 같다.


  예전 총각시절, 바다를 닮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근무할 때이다. 2011년도 당시 나는 6학년 담임이었다. 우리 반에 결석을 밥 먹듯이 하는 아이가 있었다. 머리카락은 항상 까치집을 짓고 몸에서 담배 냄새가 진동을 했다. 눈은 흐리멍덩했으며 교실에서도 엎드려 자거나 무기력하게 있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이 학생이 학교를 너무나도 띄엄띄엄 나오니, 담임 입장에선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엄마는 안 계시고, 아빠와 형, 남자 세 명이 사는 집의 아이였다.


  아침 9시가 되어도 황00은 오지 않는다. 1교시가 전담 수업이라 그 학생의 집을 한 번 찾아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소를 확인하여 학생의 집을 찾아갔다. 학교에서 3분 거리의 가까운 곳에 황00의 집이 있었다. 당시에는 핸드폰이 지금처럼 많이 쓰지 않는 시절이라, 학생에게는 폰이 없었다. 집에 찾아가서 문을 두드렸다. 황00이 아직 잠에서 덜 깬 얼굴에 부스스한 모습으로 대문을 연다.

  "00아. 얼른 세수하고 옷 입고 나오너라. 학교 가자."

  "예. 선생님."

  그렇게 애를 깨워서 학교로 데리고 온 일이 첫 가정 방문이었다.


  학교로 걸어오는 길에 잠시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그 학생의 아빠는 공사판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시는 것 같았다. 먼 곳에 공사가 있으면 며칠 동안 집을 비울 때도 있고, 아이들의 케어가 전혀 되지 않는 집이다. 집에 있는 두 형제는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다가 잠이 들어, 아침에는 일어날 수 없다. 형과 함께 집에서 담배도 피우는 것 같다. 그런 삶이 반복되니 자연스럽게 등교는 뒷전이다. 아침마다 내가 깨우러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침에 깨워서 함께 등교하라고 말할 만한 친구도 없다. 황00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이제는 성인이 되었을 텐데.


출처: 웹, goodgag.net

  내 교직생활 중 두 번째 가정 방문은 2022년 6학년 담임할 때이다. 전00이라는 여학생이 한 명 있었는데, 부모님이 아무리 애를 써도 통제가 안 되는 아이였다. 아침에 그 학생이 등교를 하지 않으면 그 여학생 폰으로 연락하였다. 그래도 안 받으면 엄마에게 전화하여, 미등교 사실을 알렸다. 엄마가 부랴부랴 학생에게 연락하거나 집에 가서, 애를 독려하여 등교하는 날이 허다했다. 이런 일이 자주 있다 보니, 나중에는 내가 카톡 단톡방을 만들었다. 나, 전00, 전00 엄마, 이렇게 세 명이 있는 카톡방에 미등교 사실을 알렸다. 매 번 아침마다 전00을 챙기는 일이 나에게도 너무나 번거로워서 가장 수월한 방법을 찾은 것이 단톡방이었다.


  그렇게 하여 늦게라도 등교하는 날은 다행이고, 결석하는 날이 잦았다. 무단결석이 사일 이상 지속되면 담임은 그 학생의 집을 방문하여, 학생 신변 이상 유무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 나는 교감선생님께 이 사실을 보고하고, 교감선생님과 함께 그 학생의 집을 방문하였다. 오후에 전00이 사는 아파트에 가서 초인종을 눌러보니, 그 학생이 나온다.

  "00아, 요즘 왜 계속 결석했어?"

  "늦게 일어났는데, 가기 싫어서 안 갔어요."

  "내일은 꼭 학교 나오너라."

  "예."

  그렇게 가정 방문을 하고 난 후, 나는 그날 있었던 일을 정리하여 방문 시 찍었던 사진과 함께 보고 기안을 올렸다. 참 피곤한 일이 한두 개가 아니다.


  다음날, 전00은 학교를 오지 않았다. 또다시 그 집을 찾아갔다. 초인종을 눌러도 인기척이 없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 전00의 엄마에게 연락을 하니, 애가 집에 있을 거라 한다. 그러면서 엄마가 10분 안에 집으로 갈 테니, 함께 애를 챙기자고 한다. 나의 차에 돌아와서 운전석에 앉아 엄마를 기다린다. 잠시 후 엄마가 도착하고, 엄마와 함께 그 집으로 올라간다. 현관문을 열고 확인해 보니, 전00은 집에 없다. 내가 엄마를 기다리기 위해 차에 내려가 있는 동안, 집을 탈출하여 도망간 것이다.


  그날도 있었던 일을 상세히 기록하여 보고 기안을 올렸다. 참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담임을 만나기 싫어서 몰래 도망간 학생, 그 집을 찾아가 엄마와 함께 문을 여는 일, 가정 방문 후 보고 하는 것. 너무나도 애가 쓰이고, 시간 뺏기고, 스트레스받는 일이다. 우리 반에 이 학생이 있음으로 해서 담임이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나도 크다. 물론 그 학생의 엄마에 비하면 적은 스트레스이겠지만. 어찌하다 그 학생은 등교를 밥 먹듯이 안 하게 되었을까? 어찌하여 올해 우리 반이 되어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 건지.


출처: 블로그, 김비타

  학생이 장기결석을 하면 참 답이 없다. 그 학생이 등교를 가볍게 여기고, 학교와 담임을 우습게 여기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부모라도 애를 잘 챙기고 애를 쓰면 좀 낫기는 하다. 부모도 아이를 방치하고, 아이는 학교를 나오지 않으면 무슨 수를 써야 할까? 담임이 경찰에 신고하면 경찰이 그 집에 찾아가 학생을 연행(?)하여 학교로 데려오면 되나? 그런 신고를 받는 경찰은 또 무슨 수고스러움인가? 혹시나 등교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미스러운 사고라도 생기면 책임은 담임의 몫이다. 등교하지 않은 학생을 챙기지 않은 담임의 잘못이 된다.


  당시 나는 미등교 학생의 가정 방문을 하고, 관련 내용을 정리하여 보고 기안을 올렸다. 장기결석 학생을 이렇게 담임이 챙겼다는 증거 자료를 남기기 위함이다. 그것은 말 그대로 무슨 일이 발생하면 '담임은 이만큼 노력했어요.' 하며 보여주기용 밖에 안 된다. 근본적인 해결책도 없고, 개선방법도 없었다. 그렇게 애가 쓰이지만 아무 사고 없이 일 년이 지나가길 바라며 담임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결석과 지각을 밥 먹듯이 하는 학생을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지 아직도 모르겠다. 아무런 대책이 없다. 가정 방문은 하기 싫지만 해야 한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좋은 대책이 있으신 분은 댓글로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다음에 혹시 장기결석 학생을 맡게 된다면 그 방법을 한 번 적용해 보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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