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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Oct 21. 2024

우유 관련 사건, 누구의 잘못인가?

학교에서 우유 관련 사건들을 겪으며, 누구의 탓인지 고민이 된다.

  2학년 담임을 할 때의 일이다. 우리 반에 덩치가 크고 순하디 순한 남학생이 한 명 있었다. 그 아이는 친구들에게 우유를 잘 마신다는 것을 자랑스레 말을 한다.

  "난 우유대장이야! 우유 엄청 많이 먹을 수 있다!"

  "그래? 그럼 내 것도 먹어줘."

  "내 것도 먹어줘."

  그렇게 그 남학생은 괜한 말실수와 객기로 우유를 과도하게 많이 마셔 버렸다. 주변 친구들도 그 아이가 우유를 벌컥벌컥 마시는 모습을 보며, 너도 나도 우유를 줬던 것이다.


  그 학생이 집에 가서 배탈이 나서 설사를 하고 난리가 났다. 다음날 그 학생의 학부모는 담임에게 전화를 한다.

  "아니, 우리 애가 학교에서 우유를 도대체 몇 개를 마셨길래 집에 와서 복통에, 설사에, 이러는 거예요?"

  쉬는 시간에 담임은 아이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기는 했었다. 우유대장이니, 우유를 잘 마시니 하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었었다. 하지만 그곳에 가서 주의를 주거나, 몇 개나 먹었는지 확인은 하지 않았다.


  "제가 한 번 알아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어제 그 친구가 우유를 잘 먹는다고 해서 우유를 준 사람을 세어보니 5명이다. 그 남학생은 자기 것을 포함하여 어제 그 시간에 6개의 우유를 마신 것이다.

  "우유를 준 친구가 5명이네요.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자기 우유는 자기가 먹도록 지도하겠습니다."

  2학년을 맡으니 이런 일도 생기네! 우유 급식 지도를 안 한 담임의 잘못인가? '자기 우유는 꼭 자기가 마시세요.'를 교육하지 않아서?


  그 사건 이후로 나는 학기 초 아이들에게 우유 관련 지도를 할 때 그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준다.

  "예전에 자기가 우유대장이라면서, 친구들 우유를 한꺼번에 많이 마셔서 배탈이 난 아이가 있었어요. 여러분들은 꼭 자기 우유는 자기가 먹고, 다른 친구에게 주면 안 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담임이 이것까지 지도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 학생이 우유대장이라고 뽐내지 않았다면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뽐낸 남학생의 잘못인가? 그 뽐내는 모습을 보고 너도나도 우유를 준 친구들의 잘못인가? 그 장면을 보고도 제재하지 않은 담임의 잘못인가? 평소 우유를 적당히 마시도록 지도하지 않은 그 학생 부모의 잘못인가?


출처: 포토뉴스, news.naver.com

  우유 관련 사건 중에 '우유 폭탄' 사건도 있다. 5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우리 반에 별난 남학생 무리가 있었다. 그 아이들이 4층에서 창문 밑에 주차되어 있는 차에 우유를 던져서 맞추는 장난을 쳤다. 아이들은 재미로 장난 삼아 우유를 던졌고, 차주는 우유를 뒤집어쓴 자신의 차를 보고 열받아서 학교에 항의 전화를 한다. 학교에서는 누구의 소행인지 알아보고, 담임에게 생활지도를 도대체 어떻게 했냐고 문책한다. 사실 나는 '우유를 창 밖으로 던지지 마세요!'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해준 적은 없다. 우유는 마시는 것이지, 던지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당연한 것까지 지도를 해야 하나?


  우유 폭탄 사건도 누구의 잘못인지 판단해 보자. 높은 곳에서 창문이나 베란다 밖으로 물건을 던지면 안 된다는 가정교육을 하지 않은 부모의 잘못인가? 창 밖으로 우유를 던지는 것이 위험하고 못된 짓임을 알고도 그 행동을 한 학생의 잘못인가? 학교에서 우유를 창 밖으로 던지는 장난을 치면 안 된다는 생활 지도를 하지 않은 담임의 잘못인가? 학교에서는 상식적인 일들도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일들에 대한 책임은 담임에게 묻는다.


  복도에서 뛰어가다가 친구와 심하게 부딪혀서 이가 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담임은 학부모에게 연락을 한다.

  "000 어머니, 000이 복도에서 뛰다가 친구와 부딪혔는데 이가 깨져서요. 얼른 치과 진료를 받으러 가셔야 해서 연락드립니다."

  학부모의 반응은 두 가지이다. 순한 맛 학부모는

  "아이고. 선생님 우리 애가 많이 다쳤나요? 우리 애가 별나서 이런 일이 벌어졌네요. 죄송합니다."

  매운 맛 학부모는

  "선생님이 도대체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하셨길래 우리 애 이가 깨집니까? 생활지도를 똑바로 하시는 거 맞나요?"


  아이들은 복도라는 공간에서 뛰어다니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알고 있다. 하지만 친구와 뛰어놀고 싶은 마음에 복도에서 뛰다가 이가 깨졌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생활지도를 소홀히 한 담임의 잘못인가? 뛰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도 뛰어다닌 학생의 잘못인가? 항상 안전에 유의하면서 생활하도록 지도를 하지 않은, 가정교육이 문제인가? 학교에서 그렇게 아이의 이가 깨지면 평소에 생활지도를 소홀히 한 담임에게 책임을 묻는다. 담임은 참 난감하면서 마음이 아프다.


출처: 블로그, 페러다임 대장간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그 문제의 원인을 자신보다는 '남 탓'으로 돌리려 한다. 우유 과다 섭취 사건의 당사자들을 불러 물어보면 애들은 그런 말을 한다.

  "쟤가 우유를 먹어라고 줘서 먹었어요."

  "쟤가 우유대장이라면서, 우유 잘 먹는다고 달라고 했어요."

  학무보도 마찬가지이다.

  "선생님이 학교에서 애들 우유 급식 지도를 제대로 안 하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죠."

  선생님도 마찬가지이다.

  "먹는 거 자랑하지 말게, 우유 적당히 먹게 가정에서 지도하시는 게 맞는 거 아닌가요?"


  우유 폭탄 사건도 마찬가지로, 아이들은 남 탓을 한다.

  "쟤가 같이 던지지고 해서 저는 따라가서 구경만 했어요."

  "저는 던질 생각이 없었는데, 쟤가 던져봐라고 시켰어요."

  아니면 물귀신 작전이다.

  "저만 던진 게 아니고, 쟤도 같이 던졌어요."

  그 말을 듣고 있던 선생님은 말을 한다.

  "다른 말하지 말고, 자기가 잘못한 부분만 말해.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선생님도 한 마디 하고 싶다.

  "평소에 위험한 장난 하지 말라고 부단히 지도를 했지만, 쟤는 그 말을 흘려 들었어요."


  무슨 사건이 발생함에 있어서 보통은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손뼉도 마주쳐서 소리가 난다. 학생들 간에, 교사와의 관계에, 가정에서의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아이들은 살아가며 자란다. 아이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이 그 아이에게 영향을 준다. 아이가 우유를 과하게 마신 사건도, 우유를 4층에서 던져 터뜨린 사건도 단순히 누구의 잘못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누구의 잘못을 판단함에 있어 '남'보다는 '자신'의 잘못을 먼저 생각해 보면 어떨까?


  담임은 '아! 내가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모여서 우유 관련 이야기를 할 때 좀 더 신경 써서 듣고, 주의를 주었어야 하는데 내 잘못이네.'라고 먼저 생각함이 맞다. 학부모는 '내가 애 교육을 잘못 시켜서 학교에서 우유를 과하게 먹고 왔구나. 가정교육을 잘 시켜야겠다.'가 맞지 않을까? 그리고 우유를 먹은 학생은 '내가 우유대장이라고 자랑하며 우유를 다 받아먹은 것이 잘못이야. 애들이 줘도 안 먹었어야 하는데.'가 맞고. 우유를 준 학생은 '다른 애들이 준다고 나도 따라 우유를 준 게 잘못이야. 내 우유는 내가 먹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우리는 보통 무슨 사건이 벌어지면 '남 탓'을 먼저 한다. 내 탓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내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너무 오래 사용하는 자녀를 보고 부모는 화를 낸다. 휴대폰을 통제하지 못하는 자녀를 탓하면서. 하지만 스마트폰의 적절한 사용과 관련하여 가정교육이나 가정 분위기를 조성을 하지 않는 부모 자신은 탓하지 않는다. 분명 복합적인 상호작용의 결과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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