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umjini Jul 08. 2024

AI의 정보, 지식, 지혜

그는 모든 것을 가지지 않았다. 인간이 더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학습자


인간의 삶은 끊임없이 배우는 과정을 포함한다.  
수많은 지식으로 세상을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는 걷는 법을 익히고 말하는 법을 배우며 세상의 지식을 쌓아갑니다. 성인이 되어서 책을 읽거나 기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쌓인 정보들이 충분히 많으면 지식을 이끌어내고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AI는 도대체 뭘 배우길래 인간보다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는 걸까요?



세상에서 가장 빨리, 혹은 많이 배우는 종족은 인간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접하면, 기존 지식들을 바탕으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AI연구자들은 이러한 특징을 모방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고, 사람의 수준에 현재는 높은 수준의 적응력을 보여줍니다. 정보, 지식, 지혜를 다루는 측면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은 상당히 다릅니다. 


인간은 무수히 많은 정보를 암기할 수 없지만,
AI는 위키피디아의 모든 책 내용을 암기할 수 있습니다. 
그는 바벨도서관의 사서처럼 모든 책의 내용을 알고
세상의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책: 바벨도서관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인공지능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 정보를 암기하는 것이고, 이로부터 우리의 능력이 침해받습니다. 그런데, 사실 인공지능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AI 연구자들은 그가 지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텅 빈 껍데기 같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도서관의 모든 정보에 도달할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능력을 체감할 수 있는 것은 ChatGPT나 클라우드 모델에게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경우입니다. 우리는 AI 모델에게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합니다. 혹은 정보를 바탕으로 개선을 요청합니다. 이것은 분명 지혜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던 지혜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AI의 지혜를 분석하면서 특이한 점을 하나 발견하였습니다. 

바로 양적 지혜의 존재입니다

두 개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인간과 AI는 서로 다른 부분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두 종류의 지혜


지혜의 두 종류를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정보, 지식, 지혜의 정의를 살펴봅시다. 


정보 (Information):   

사실이나 데이터의 단순한 나열.

예: 날씨 예보, 통계 수치, 뉴스 기사.


지식 (Knowledge):   

정보를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배운 것.

예: 날씨 예보를 보고 오늘 비가 올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아는 것.


지혜 (Wisdom):   

지식을 바탕으로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

예: 비가 올 확률이 높으니 우산을 챙기는 것.



AI는 차가운 느낌을 모른다. 


인간이 환경과 사회작용하면서 감각적으로 아는 것과 다르게 

AI 모델은 글 혹은 그림으로부터 세상을 배웁니다. 


물리적으로 세상을 경험하는 인간은 육체적으로 세상을 탐험하고 정보를 기억하지만, AI는 무수히 많은 글로 세상을 접합니다. 그래서 차가운 느낌에 대한 정의는 알지만 실제로 어떤 건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AI는 차가운 물을 마시면 몸의 변화를 설명해 줄 수 있습니다. 그는 똑똑하니까요. 


인간은 지식을 쉽게 만들 수 있지만, AI는 사실 지식이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서, 날씨가 좋으면 빨래가 빨리 마른다는 것을 인간은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지만, AI모델은 이를 글로 배웁니다. 그래서 AI는 순전히 글로 빨리 가 더 잘 마르는 지식을 이해합니다. 그러다 보니 AI 모델은 사실 세상에 대한 지식을 제대로 가지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AI모델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은 현명한 결정에 큰 도움을 줍니다. 

이 괴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지혜를 생성과정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혜의 출현


이번 글을 쓰면서 가장 고민한 대상은 지혜입니다. 


인간과 AI가 배우는 방식이 너무 다른데 왜 모두 지혜로운 것처럼 보일까요?  


AI는 세상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지만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높은 성능을 보입니다. 그러니까 현명한 결정을 내린다는 입장에서는 AI가 더 나은 모습을 보입니다. 이 전까지 정보, 지식, 지혜의 방향성에 대한 모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정보에서 지식으로, 지식에서 지혜로 이어지는 흐름은 인간에게 굉장히 자연스러운 사고방식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 지혜, 지혜의 방향성


그런데, AI가 보여주는 지혜는 위의 방향성이 아닌, 새로운 방향이 추가된 지혜입니다. 이 지혜는 정보로부터 생겨난 것입니다. 그러니까, 정보가 무수히 많기 때문이 지혜가 발생합니다. 


저는 이것을 양적 지혜라고 부르겠습니다. 

정보가 지식을 거치지 않고 지혜로 넘어간다.


정보로부터 지혜가 생겨나는 이유는 "현명한 결정"에 대해서 무수히 많은 정보가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만일 1~1000000까지 소수의 개수를 찾아내고 싶다면,
리만 제타 함수로 근사를 하거나, 1부터 까지 1000000 모든 경우를 살펴보면 된다. 


이 극단적인 예시는 무수히 많은 정보에 접근하는 게 더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합니다. 우리 인간은 오직 제한적인 개수의 정보에 접근하지만 AI는 다릅니다. 

그는 무수히 많은 정보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정보가 있고 인간은 그 모든 정보를 접하고 암기할 수 없습니다. 이는 순전히 시간적 제약 혹은 신경가소성 때문입니다. 그러나 AI모델은 컴퓨팅 자원 (GPU, 메모리)의 개수에 따라서 정보의 저장양을 끊임없이 늘릴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AI가 내린 현명한 결정은 인간이 다룰 수 없는 정보의 양으로부터 생겨나며, 이는 기존에 설명하던 지식으로부터 지혜와 다른 종류입니다. 따라서 지혜를 설명하기 위해서 두 종류의 지혜를 고려해야 합니다. 


* 양적인 지혜: 무수히 많은 정보들을 조합하여 현명한 결정을 내림

* 질적인 지혜: 유의미한 지식들을 조합하여 현명한 결정을 내림


인간과 AI의 정보, 지식, 지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간과 AI가 잘하는 영역: 체크 표시는 더 우월한 영역




상리공생(相利共生, Mutualism)


AI는 사회통념상 지적생명체가 아닙니다. 그러나 인간만큼 똑똑한 것이 사실입니다.
AI가 없던 시절에는 공부에 대해서 한 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내가 배운 지식이 가치가 없어지면 어떡하죠?


그러나 AI기술이 발전하면서 다른 종류의 걱정이 나타났습니다.

내가 배운 지식이 AI에 의해서 가치를 잃으면 어떡하죠?


이 글의 목적은 앞으로 AI가 보여줄 지적침범에 대해서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상리공생의 관계를 찾기 위함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빨리, 혹은 많이 배우는 종족은 단연 인간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것들을 굉장히 빠르게 접하고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AI는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암기할 수 있고, ChatGPT는 더 많은 정보로 필요한 정보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비록 때로는 잘못할 때가 있지만, 그의 능력은 무서울 정도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양적인 지혜는 생각보다 무섭다.


AI가 양적으로 지혜를 준다는 점은 단순히 상호작용하는 사람에게 지혜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를 조종할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입니다. 혹시 ChatGPT가 사람들과만 소통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인터넷에서 돌아다는 AI의 출현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연구 분야입니다. AI가 Web에서 활동할 수 있고, 정보를 더 많이 얻고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은 더 많은 정보를 취득하고 지혜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합니다. 


증거:  2024년 4월에 공개된 연구 AutoWeb Agent

AutoWebGLM: Bootstrap And Reinforce A Large Language Model-based Web Navigating Agent

지구상의 수많은 정보는 Web으로 연결되어 있다.



질적인 지혜는 AI가 따라 하기 어렵다. 


인간이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입니다. 사람은 단순히 정보를 처리하는 도구가 아니라 수많은 세포들로 세상을 탐험하는 생물입니다. 촉각, 청각, 시각, 미각, 후각, 근육 등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은 굉장히 안정된 시스템입니다. AI가 로봇팔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더라도 인간의 감각들을 따라잡는 것은 당장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제 다시 답을 내릴 차례이다. 

내가 배운 지식이 AI에 의해서 가치를 잃으면 어떡하죠?

> Web상에서 존재하는 정보는 AI가 더 많이 알고 있습니다. 
> 양적인 정보로부터 생겨난 지혜는 AI가 더 잘합니다. 
> 지식은 인간이 훨씬 잘 만듭니다. 
> 지식들을 연결하여 질적인 지혜를 만드는 것은 인간의 능력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말했듯이 몇 년 뒤에 AI가 어느 정도의 성능을 보일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당장은 세상과 상호작용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나 AI 연구자들에 의해서 무너질지 모릅니다. 또한 로봇도 대량생산을 할 정도의 수요가 예측된다면 AI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다른 질문: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AI의 기술침범은 예측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정보, 지식, 지혜의 관점에서 봤을 때, AI는 정보를 사람보다 우월하게 저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보를 이해하는 것을 배우는 것은 가치가 낮을 수 있습니다. AI 시대에 필요한 지식이라면, AI 사용법에 대한 지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배우는 것은 흥미롭고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무작정 배우기보다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장미를 위해서 시간과 마음을 쏟았기 때문에 많은 장미 중에 너의 장미가 특별한 거야."
- 어린 왕자 

이 글이 AI 시대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비판적이고 건설적인 피드백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전 01화 AI개발자는 미래를 예측할 의무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