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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 Mar 08. 2024

요즘 돈 만원에 대한 생각

장을 볼 때마다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고물가 행진은 언제 끝날지

지난주 토요일에 내가 자주 가는 과일 야채 가게에 가서 딸기를 구매했다. 작은 팩 하나에 6000원 두 개는 세일을 해 11000원 한다고 해서 딸기 두 팩을 기분 좋게 얼른 구매했다. 요 며칠 전까지 딸기값은 가히 사먹을 엄두도 못낼 어마무시한 가격이었다. 내가 구매한 곳은 일반 가게가 아닌 도매가격으로 판다는 도매가게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팩 하나에 9000원에 팔았다. 사과 가격은 얼마 전까지 6개, 7개 만원이던 것이 이제는 3개 4개에 만원에 판다. 배는 한 개에 5000원, 6000원이다. 게다가 주방에서 가장 많이 쓰는 대파 한 단은 싸다는 식자재마트에서도 4450원에 판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감자 스낵류 과자도 3600원으로 올라, 딸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번만 사고 조금 저렴한 다른 감자 스낵을 사 먹기로 결정했다. 정말 장보기가 무섭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주 장을 볼 때마다 몸소 실감하고 있다. 월급 뺴고는 다 오른다고 하니 그 말이 딱 정답이지 싶다.    

  

돈 만원으로 살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딸기 한 팩과 대파를 사려고 해도 돈이 450원이 모자르며, 배 한 개와 대파 한단을 사려고 해도 간당간당한 돈이다. 과자 한봉지도 2000원 가까기 하며 오늘 딸아이가 먹고 싶다고 산 짜장면 한 그릇도 7000원이었다. 돈 만원을 가지고서는 딸아이와 두 그릇의 짜장면을 시켜 먹지 못한다. 그룹 GOD의 노래 어머니는 짜장면이 왜 싫다고 하셨는지 알 것 같은 대목이다.  

      

맛있는 딸기/ 요즘 고물가로 금값이 된 딸기 


딸아이랑 얼마 전 서울 근교의 한 놀이공원으로 놀러 갔었다. 따뜻해진 날씨와 토요일 주말이라 그런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어머어머한 크기의 주차장이 자동차로 꽉 메워질 정도로 놀이공원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날씨가 좀 풀린 주말이라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나들이 객들이 많이 보였다.   

   

그동안 추운 날씨와 일하느라 바쁜 엄마 때문에 집에만 있느라 답답했을 딸아이와의 모처럼만의 외출이었다. 그러나 집 떠나면 모든 것이 돈이라는 말이 있듯이 외출과 외식은 요즘 같은 불경기에 바로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아이랑 집에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모처럼만의 외출 딸아이에게 그동안 타고 싶어 했던 놀이기구를 마음껏 타게 해주었다. 


그중 딸아이가 좋아하는 놀이기구는 바이킹. 주말 가족나들이로 인기가 있는 놀이기구들은 이미 기다리는 사람들로 대기시간이 1시간을 훌쩍 넘어야 했다. 다행히 딸아이가 좋아하는 놀이기구인 바이킹은 한 번에 많은 인원이 탈 수 있어,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기다리는 시간이 개중 다른 놀이기구보다 짧아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됐었다. 아빠와 함께 두 팔 벌려 시원하게 큰 소리도 지르며 하늘을 가르는 바이킹을 타는 딸아이의 모습으로 보니, 답답했던 내 마음도 보는 내내 즐거웠다.      


다른 놀이기구에 비해 비교적 줄이 짧았던 바이킹을 한번 타고 내려온 딸아이는 두 번째로 다시 타기 위해 줄을 섰다. 나는 즐거워하는 딸아이를 뒤로 하고 놀이기구 아래에서 기다리기 위해 내려왔다. “퍽!!” 어디선가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여기저기 사람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도 들려와 나의 시선은 요란하게 부딪히는 소리로 시선이 향했다.      


세 네 살 정도의 어린아이의 키 만한 강아지 인형이 퍽 소리 나던 트레일러 차량 위를 빙 둘러 진열되어 있었다. 그 아래 큰 나무 블록 세 개가 나란히 선반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 나무 블록 위로 성인 남성의 한 손에 가득 찰 정도 크기의 모래주머니 한 개가 재빠르게 세 개의 블록 중앙으로 날았다.   

   

“퍽!!! 아!~ 안타깝습니다. 손님”


여기저기서 안타까운 탄성의 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는 탄성 섞인 소리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호기심이 가득 찬 눈으로 광경을 지켜보았다. 여섯 명 가까이 되는 젊은 청년인 듯 청소년인 듯 보이는 한 무리의 청춘남녀가 모여있었다. 남학생으로 보이는 친구가 던져 실패를 하자 무리의 친구들이 여기저기서 도전해보겠다고 호기롭게 앞으로 나섰다. 직원분이 집게 손가락 하나를 들어보이며 말했다.  

   

“만원입니다. 기회는 세 번이구요. 꼭 인형 타가시길 바랍니다.”    

 

나는 만원이란 말에도 놀랐지만 단 세 번의 기회란 말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공 세 번 던지는데 만원이라니, 카드를 들고 나온 남학생은 고민없이 바로 카드 리더기에 결제를 했다. 호기롭게 던지고 던졌지만 역시나 모두 빗나갔다. 그러자 같은 무리의 남학생이 또 다시 도전을 했다. 역시나 실패. 다음 그 모습을 본 다른 커플의 손님이 던졌지만 역시 실패. 그들을 지켜보던 엄마와 아이가 다음 던졌지만 역시 실패. 아쉬움에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던 청년들은 또 다시 도전을 했다. 한번 던져본 남학생 둘이 나란히 다시 만 원씩 결제하고 던졌지만 역시나 모두 실패. 


도대체 그 인형이 뭐라고. 그들이 15분 20분도 채 안 돼서 쓴 돈은 자그마치 5만원.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니고,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인형 뽑기을 한 것도 아니요. 아이들이 하는 풍선 터트리기 게임. 꽝이라도 준다는 사탕이나 장난감을 받은 것도 아니다. 단지 한 사람씩 모래주머니 세 번씩 던진 값이 5만원이라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뽑기/ 부담없이 동네에서 아이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인형 뽑기 게임기기


현재 기준으로 편의점 아르바이트 최저 시급은 9860원. 만원이 채 안 되는 돈이다. 인터넷 쇼핑에서도 만원이 아닌 천원도 아닌 10원, 1원 가지고도 치열한 가격경쟁을 하기도 한다. 요즘 같은 고물가시대에 마트에서 하는 1+1행사에 사람들은 물밀 듯이 몰린다. 지난 주말에 한 대형 마트에서 하는 딸기 4990원 행사와 치킨 4900원 행사에 나 또한 딸기와 치킨을 사러 갔었다. 주말을 맞아 점심시간쯤에 갔었지만 이미 물건을 놓았던 자리는 텅 비어있었고, 그 자리를 12000원하는 딸기와 4900원을 대신해 6900원 하는 치킨이 대신 놓여 있었다. 6900원 하는 치킨이 3개 남았지만, 그 또한 잠시 고민하다 바로 옆 사람들에게 빼앗긴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아쉬움에 마트 직원분한테 행사했던 딸기와 치킨에 대해 물어 보았다.      


“저기! 행사했던 딸기는 언제 다 나갔나요?”

“마트 오픈하기 전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 준비한 물량이 30분인가, 한 시간도 안돼 이미 다 나갔습니다.”     


인형 던지기 직원분은 마지막 그들이 떠나기 전 인형을 타지 못한 게 못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지 그들에게 단 한 번 더 던질 수 있는 기회를 주웠다. 하지만 끝끝내 그도 실패, 결국 그들은 빈손으로 돌아갔다. 빈손으로 가는 걸음에도 청춘들의 즐거움은 끊이질 않았다.      


매주 장을 보러 간다. 장을 보러 갈 때 물건 사는 목록을 정리한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위해서다. 사야 할 물건을 들었지만, 고공행진 하는 물건값에 드는 물건들마다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한다. 이것이 과연 지금 꼭 필요한가를 따지기를 수십 번을 한 후에야 장바구니에 넣게 된다. 잠시 돈 만원이 갖는 힘이 과거 돈 천원을 쓰는 것처럼 가볍게 느껴지는 것 같아 아찔했다. 지금 이 혼돈의 사회는 앞으로 저 청년들이 이끌어 나아가야 할 미래이다. 그들이 이끌어 나아가야 할 이 사회가 빈손으로도 여전히 즐거울 수 있도록 넉넉한 사회로 이어지길 엄마의 마음으로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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