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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i Oct 10. 2023

출근 vs 재택근무, 장단점 비교

5년간 출근도 해보고, 1년간 재택근무도 해봤습니다.

나는 이전 직장에서 근무하는 5년 동안 코로나 격상 기간을 제외하고 모든 날을 출근했다. 그리고 현 직장인 쿠팡페이에서는 입사 후 10개월 동안의 대부분을 재택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처럼 출근 및 재택근무를 모두 경험한 입장에서 각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이전 직장은 B2B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으로 고객이 아닌 고객사가 존재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장애 대응 및 솔루션 유지운영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망 분리로 인해 재택에서 원활한 장애 대응이 불가했기 때문에 개발팀을 포함한 대부분이 코로나 격상 기간 및 코로나 감염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무실로 출근했다.

전 직장에서 5년간 근무하며 약 2주 정도만 재택근무를 했으니, 5년을 풀 출근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때 느낀 사무실 출근의 장단점을 먼저 이야기해 보겠다.



사무실 출근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원하지만, 사실 사무실 출근이라고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생각한 사무실 출근의 장점은 아래와 같다.



1.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재택근무 중 동료와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슬랙 DM 또는 줌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서로 맞는 시간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서로 시간을 맞추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고, 때론 정말 사소한 논의를 위해 내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런데 사무실 출근이라면, 간단한 내용은 상대방의 자리로 찾아가서 확인할 수도 있고, 오며 가며 마주칠 때 안부 인사 겸 평소에 물어보고 싶었던 것을 물어볼 수도 있으니 아무래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또한 회의를 할 때도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면 보다 빨리 결론에 도달하고 합의도 잘 이뤄지는 것 같다. (줌에서는 카메라도 잘 켜지 않는데.. 아무래도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면 논쟁의 여지가 줄어든다.)

그러나 사무실 출근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가져오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무실 출근하는 날엔 쓸데없는 잡담에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택근무보다 확실히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하기 때문에 장점으로 적었다.



2. 조직 결속력 강화

사무실 출근은 직원들과 하루의 반 이상을 함께 하다 보니 라뽀도 빠르게 형성되고, 한 조직에 속해있다는 결속력이 강하게 생성된다. 매일 함께 점심을 먹고 티타임을 갖고, 야근할 때는 저녁도 같이 먹으니 아무래도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사이가 되는 것 같다.

이러한 조직 결속력은 일할 때도 도움이 되는데, 타 팀에 무언가 요청할 때 보다 부담 없이 요청할 수 있고 상대방도 잘 들어주려고 한다. 친한 사람 부탁만 들어주는 건 문제가 되겠지만, 친밀감이 형성된 상태에서 일하는 게 더 편한 것은 사실이다.

재택근무를 하면 사실 자주 부딪히는 팀 빼고는 얼굴을 모르고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가끔 출근하는 날 마주치면 "아! 보이님이세요?!" 하며 당황스러운 인사를 하게 되는데, 사무실 출근은 얼굴을 몰라 당황하는 일은 없다.



3. 퇴근 후 off 보장

단언컨대 이것이 사무실 출근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재택근무의 큰 단점이기도 한데, 재택에서 근무를 하는 환경이 구축되면 사실상 퇴근이라는 개념이 없어진다. 출근과 퇴근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집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일을 할 수 있고, 휴일에도 일할 수 있다. 그래서 재택근무의 경우 off가 보장되지 않는 느낌인데, 사무실 출근은 야근을 하더라도 사무실에서 나오는 순간부터는 off가 보장된다. 물론 휴대폰으로 간단한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퇴근 후에는 제대로 된 업무가 불가하다는 서로 간의 암묵적인 약속이 있기 때문에 평일 밤이나 휴일에는 일을 시키지도 않고, 하지도 않는 것 같다.



다음은 내가 생각한 사무실 출근의 단점이다.



1. 출퇴근 시간 및 비용

서울에서 근무하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경기도에서 출근한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서울을 오간 이동량은 하루 평균 1,867만 건이며 평균 출퇴근 시간은 53분이다. 즉,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하루 중 2시간(왕복)을 버스나 지하철에서 보내는 셈이다.

하루 24시간 중 점심시간 포함 9시간을 일하고, 권장 수면시간인 7시간을 잔다고 치면,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 남는 시간은 6시간이다. 그리고 그중 1시간은 출근 준비에 쓴다고 치면 실제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자유 시간은 5시간이다.

그러나 재택근무는 출근 준비 1시간과 출퇴근 시간 2시간이 세이브되므로 하루 최소 3시간을 벌 수 있으며, 자유 시간으로 8시간이 주어진다. 3시간이 한 달간 모이면 60시간이고, 조금 웃긴 계산이지만 최저임금으로 계산하면 한 달에 577,200원을 버는 셈이다.

출퇴근 비용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 한 달에 5-7만원 가량이고 자차를 이용하는 경우 주유비 및 주차비 정도가 들 텐데, 이것은 시간에 비해 값어치가 없으므로 굳이 계산하지 않겠다.



2. 컨디션 난조, 기상재해에도 출근

몸이 아주 좋지 않은 경우 연차 또는 반차를 사용하겠지만, 잔병(두드러기, 감기, 두통 등)은 안 좋은 몸을 이끌고 출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두드러기가 올라와서 수시로 연고를 발라줘야 한다거나, 각막염 때문에 눈이 심하게 충혈돼서 야외에 나가기 꺼려지는 등의 경우 재택근무는 집에서 일하며 내 몸을 신경 써서 케어할 수 있지만 사무실 출근은 이것이 불가하므로 병이 더 오래가는 것 같다.

그리고 특히 한국은 폭염, 폭우, 폭설에도 꿋꿋이 출근하는데 이런 날은 출근만 해도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져서 일하기 최악의 컨디션이 생성된다.



3.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

풀 출근 기업은 재택근무 기업에 비해 회식이나 모임이 더 잦다. 그래서 퇴근 후에 불필요한 시간 및 에너지를 더 쓰게 된다. 물론 이렇게 형성된 인간관계가 일할 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업무 외에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싫어하는 성향의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겠다.



재택근무

코로나19가 잠정 종식(전염병 등급 하향 조정) 됨에 따라 카카오, 야놀자 등 많은 기업에서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사무실 출근으로 근무 형태를 변경하고 있다. 쿠팡 역시 풀 재택에서 주 1-2회 출근으로 근무 형태가 변경되었지만, 지방에 거주하거나 개인 사정이 있는 경우 아직까지는 매니저 재량으로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타 기업에 비해 재택근무 비율이 높은 편이다. 나 역시 쿠팡페이에서 10개월간 근무하며 대부분을 재택근무 중이고, 이를 통해 느낀 재택근무의 장점은 아래와 같다.



1. 출퇴근 시간 및 비용 절약

앞서 언급한 사무실 출근의 단점과 상반되는 점이자, 아마도 모두가 인정하는 재택근무 최고의 장점은 바로 출근 준비 및 출퇴근 시간을 세이브하고, 이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비용에는 교통비 외에 점심 식사, 커피, 그리고 출퇴근하며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잡다한 비용들이 모두 포함된다. (잡다한 비용의 예시: 퇴근길에 갑자기 눈에 띄어서 예쁜 쓰레기를 구매하거나 동료들과 퇴근 후 술 한잔하는 등)

또한 본가가 지방이어서 서울에서 자취를 해야 한다면 월세+@ 비용이 추가되며, 이는 평균적으로 월급의 30%를 차지한다고 한다. 재택근무를 한다면 이 모든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2. 컨디션 관리, 셀프 케어

재택근무를 한다면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근무 중 수시로 약을 먹거나 몸 상태를 살필 수 있고, 점심시간에 식사를 빨리 끝내고 편히 잠을 잘 수도 있다.

그리고 유연근무제를 함께 시행하는 기업이라면 평일 낮에 잠시 OOO(out of the office) 설정을 하고 병원이나 우체국, 동사무소 등에 다녀올 수도 있다.

또한 퇴근 후 곧바로 침대에 누울 수 있기 때문에 남들이 퇴근하고 있는 동안에 휴식을 취할 수 있다 :)



3. 원하는 장소에서 일에 집중

재택근무는 부모님 또는 친구 집, 카페 등 본인이 원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 휴일 전날에 미리 여행지로 이동해서 여행지에서 근무를 할 수도 있다.

나는 사무실보다 집에서 일할 때 더 집중을 잘 한다. 소음도 없고, 말 거는 사람도 없어서 온전히 일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처럼 조용한 장소에서 집중력이 오르는 나 같은 사람에게 재택은 일하기 가장 좋은 환경이다.



이처럼 재택근무는 몸과 마음 모두 편한 상태에서 오직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재택근무도 단점은 존재하며, 내가 생각하는 재택근무의 단점은 아래와 같다.



1. 때때로 백수 같다

하루 종일 집에 있다 보니 택배 기사님이나 이웃들을 종종 마주치는데, 왠지 그들에게 백수처럼 보일 것 같다 :<

농담이다. 사실 타인의 시선은 별로 신경 쓰이지 않고, 내 스스로 가끔씩 내가 직장에 속해있음을 잊는다.

하루 종일 열심히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출퇴근이라는 행위를 하지 않으니 조직 및 사회에 대한 응집력이 약해지는 것 같다.

출근하는 날이면 괜히 회사 건물도 한 번 올려다보고, 1층 스벅에서 커피도 사고, 엘리베이터에서 동료를 만나면 인사도 주고받으며 조직 및 사회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풀 재택이라면 이런 기분을 느끼지 못하니 가끔씩 내가 직장이 없는 사람 같다.

그래서 월급날도 자주 잊고, 평일엔 밖을 잘 안 나간다. 덕분에 소비는 줄어들지만 돈을 벌어도 딱히 쓸데가 없는 허망한 기분을 간혹 느낀다. 물론 주말이 되면 사라지는 소모성 기분이다.



2. 커뮤니케이션 비용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기업은 유독 회의가 많은데, 얼굴 보고 짧게라도 이야기할 기회가 없어서 모든 논의를 회의에서 풀기 때문인 것 같다. 덕분에 사소한 것이라도 다른 사람의 확인이 필요한 경우 서로가 비는 시간을 찾아서 인비(invitation)를 보내거나 DM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들어가는 시간이 꽤 길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든다고 적었다.

또한 여러 팀 간의 합의가 필요한 아젠다로 미팅을 하는 경우,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했다면 훨씬 쉽게 풀렸을 일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면 더 어렵게 꼬이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이러한 사유들로 인해 아무래도 대면 회의가 좋긴 한데, 그렇다고 오프라인 회의를 요청하기엔 참석자들이 모두 출근해 줄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회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3.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함

사무실 출근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적은 것과 상반되는 점이자, 내가 느끼는 재택근무의 가장 큰 단점이다. 집에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세팅되어 있기 때문에 완벽한 off가 어려운 것 같다. 약속이 있지 않은 이상 '칼퇴'는 해본 적이 손에 꼽는 것 같고, 일이 남아 있다면 굳이 퇴근해야 할 이유도 못 느껴서 급한 일이 아니더라도 당일에 다 처리하려고 하는 편이다. 다만, 이는 내 성향 문제이며 고쳐야 하는 점이기도 하다.

이전 직장에서 사무실로 출근할 때는 '내일 해도 되는 일은 내일의 나에게 미루자!'라는 마인드로 웬만하면 칼퇴 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어차피 뒤돌면 바로 침대니까 체력이 되는 한 최대한 일하다가 맘 편히 쉬자'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8시는 금방 넘어가기 때문에 이런 날들이 쌓여 피로가 누적된다.




오늘은 출근과 재택근무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해 봤는데, 사실 둘 중 확연히 좋은 것은 없다. 근무 형태에 대한 선호는 조직 문화 또는 개인 성향에 따라 나뉜다고 생각하며, 나는 개인적으로 집과 직장 간 거리가 가깝다면 출근하는 것이 좋고 직장이 멀다면 재택근무가 좋다.

이전 직장은 도어 투 도어 40분 거리로 가까운 편이어서 출퇴근하는데 무리가 없었고, 프로젝트 기간 외에는 모두 칼퇴 하는 분위기여서 퇴근 후 친구를 만나거나 쇼핑을 하는 등 나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기 때문에 출근하는 것에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현재 직장은 도어 투 도어 1시간 30분, 왕복 3시간 거리여서 풀 출근으로 바뀐다면 자취를 하지 않는 이상 오래 다니긴 힘들 것 같고, 지금처럼 주 1-2회 출근이라면 만족하면서 다닐 것 같다.

이렇듯 집과 직장 간 거리 등 개인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있고, 이에 따라 선호가 나뉠 것이기 때문에 어떤 근무 형태가 더 좋고 나쁘다는 것은 없다.

이 브런치는 그저 5년간 출근도 해보고, 약 1년간 재택근무도 해본 1인이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한 글일 뿐이며, 이직을 준비하고 있거나 재직 중인 기업에서 근무 형태를 변경하는 경우 가볍게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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