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없는 세상은 올 수 있을까?
"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이 옳다면, 분명 SNS 사용을 멈추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SNS의 영향에 대해 득보다는 실을 말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스스로와 타인을 비교하는 세태, 외모 지상주의, 무분별하게 퍼지는 가짜 뉴스와 선정적 컨텐츠 등 'SNS'라는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누구나 나열할 수 있을 만큼 분명하고, SNS 이용에 피로감을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SNS에 대한 화두를 꺼냈을 때,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하지만 재밌게도 최근 5년간 SNS 이용률 추이는 반대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SNS를 그만두지 못할까?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 알면서 말이다. 그 의문은 나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나는 왜 SNS를 그만두지 못할까?
"거울이 없으면 얼굴을 알 수 없듯, 타인이 없으면 마음을 알 수 없다."
독서나 영화 모임에 자주 나간다는 이야기를 하면, 혼자서 읽고 보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럼 나는 '나의 감상을 타인에게 말함으로써 생각이 정리되는 경험, 나와는 다른 의견들을 들으면서 내 생각이 확장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라고 대답한다. 결국엔 그런 모임들도 '나 자신'을 탐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이다. 혼자서 골똘히 고민했다면 다다를 수 없는 생각들, 타인의 반응이 없었다면 알 수 없었을 나의 또 다른 면들을 발견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네트워킹의 본질이며, 또 다른 양방향 소통의 장인 SNS의 작동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통의 방식, 컨텐츠가 다양할 뿐이다.
내 생각, 나의 모습, 나의 일상, 제작한 작업물 등 SNS에서 공유되는 모든 컨텐츠에는 편집자의 의도가 담겨있다. 컨텐츠를 통해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알리고, 그것을 본 타인의 반응을 통해 만족감을 얻는 것이다. 심지어 알고리즘이라는 것이 나와 비슷한 가치를 가진 사람들을 엮어주고, 그 안에서 공감과 소통의 욕구는 더욱 자극된다. "인간은 무리를 지어야만 안전하다고 느끼는 존재다. 그래서 우리는 연결을 원한다." 그렇게 SNS는 인간이 가장 원하는(욕망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한 측면에서 SNS를 통해 '타인의 인정이나 사랑'을 갈구하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 인간은 연결을 원한다. 그리고 무리에서 나의 존재감을 인정받기를 원한다. 현실적으로 내가 보이는 모습과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에는 항상 간극은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인간은 이를 해소하기를 원한다. SNS만큼 인정받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욕구를 해소하기 좋은 창구가 또 있을까? (물론 물질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관심을 이용하는 게시물들은 나도 불쾌하다.)
MBTI와 같은 심리 유형 분석은 왜 유행을 했을까를 생각해 본다. 모순 덩어리인 '나', 별종인 '나'는 결국 16가지 유형 중 다른 하나에 속할 뿐이라며 검사 결과가 위로해 주기 때문이다. 처음 MBTI를 검사했던 날을 기억한다. 내 유형의 설명을 읽으면서 이게 딱 나라며, 한참을 친구와 떠들어댔다. 인간은 그렇게 나약하고 외로운 동물이다.
"친화성은 배타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우리'끼리 잘 지내기 위해 '그들'을 배제한다."
SNS의 모든 장점과 문제점들은 '무경계성'과 '배타성'이 양립하는 데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SNS에 '배타성', 즉 알고리즘이나 카테고리, 팔로잉 시스템이 없다고 생각해 보자. SNS를 켰을 때 게시물의 90%는 내가 관심조차 없는 생소한 컨텐츠일 것이다. 그리고 게시물의 99%는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게시물일 것이다. 자연스레 공감받는 컨텐츠도 급감할 것이고, 이용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는 데에 주저할 것이다. 두 번째로 '무경계성'이 사라진다고 생각해 보자. 사실 SNS가 등장하기 이전 대부분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계가 선명했다. 취미, 성별, 정치적 성향 등을 기준으로 커뮤니티를 만들고, 비슷한 생각들을 나눴다. 이러한 커뮤니티들은 결국 연결을 원하는 인간의 욕망만을 고취시키고, 생각의 확장을 막는다. 오랜 시간 고인 생각들은 그들의 성향과 반대되는 이들을 쉽게 배제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온라인 커뮤니티발 혐오 발언과 범죄들은 대부분 이런 배타성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일베'와 같이 몇몇 범법을 저지른 커뮤니티를 제외하고는,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배타적 발언들이 우리에게 큰 피로감을 주지 않았다. 그들만이 쓰는 어휘, 표현, 극단적인 생각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을 더욱 폐쇄적으로 만들었고,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멀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SNS는 다르다. SNS는 언뜻 보면 '팔로워'시스템을 통해 배타적인 모습을 띄고 있지만, '공감'을 받으면 받을수록 경계를 넘어 무한히 확장된다. 결국 내가 원하지 않는 컨텐츠를 공감의 숫자가 많다는 이유로 소비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띄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공감을 많이 받은 게시물에는 반대를 넘어선 혐오의 댓글도 함께 늘어난다. 내가 추구하는 것과 반대되는 가치가 불편한 사람들은 그렇게 혐오의 소통을 이어간다.
"사람은 자신의 능력이나 의견의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해 타인과 비교하려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자 레온 패스팅거는 사회적 비교에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과의 비교인 '상향 비교',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사람과의 비교를 뜻하는 '하향 비교'가 그것이다. SNS에서는 그 두 가지 비교가 활발히, 다른 방식으로 일어난다.
SNS를 하면서 가장 피로할 때는 위에서 말한 혐오의 말들 속에 은근한 '하향 비교'가 느껴질 때다. 타인의 비극을 보면서 '내 그럴 줄 알았다'는 식으로 자아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한다거나, 남을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의 자존감을 회복하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말들이 참 무섭고 지친다.
'나는 SOLO'가 왜 유행일까를 고민해 봤다. 나는 왜 '나는 SOLO'를 재밌게 볼까. 멋진 스펙의 남녀가 나와 드라마와 같은 로맨틱한 상황을 연출하는 '하트 시그널'의 재미와는 분명 다르다고 생각한다. 사랑 앞에서 지질한 모습, 실언들, 서툰 모습들을 보며 나를 포함한 시청자들은 즐거워한다. 심지어 그들의 과거까지 가져와 앞에 펼쳐놓고 안주거리 삼는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회 정의감'이 투철한 사람이 이렇게나 많을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도덕적 분노는 자신이 옳다는 것에 대한 쾌감이다."는 러셀의 말이 정답에 더 가까워 보인다.
나도 SNS를 몇 번 삭제한 적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도덕적 우월감이라던지, 상향/하향 비교들을 내가 하고 있는 모습에 소위 '현타'가 와서 삭제했었다. 그러다가도 막연한 외로움이 들 때면 조용히 눈팅을 하거나, 다시 SNS를 깔곤 한다.
SNS 없는 사회는 과연 올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인간을 연결시켜 주면서도 지독히 외롭게 만드는 정말 잔인한 이 플랫폼이 없다면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성숙하지 못한 것이 인간인지, 아니면 시스템 그 자체인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