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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제르 Aug 25. 2023

Everyday Christmas!

사계절 유지되는 '상태 메시지'

"Everyday Christmas"

  아빠가 10여 년 간 한 번도 바꾸지 않은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였다. 20대 초반, 처음 카카오톡이라는 신문물을 만난 나는 계절이 서너 번은 바뀔 때까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상태 메시지를 유지했다. 크리스마스와 신년인사라. 인사말을 보니 아마도 우리 부녀가 연말연시 그즈음 카톡을 나란히 설치했던 모양이다. 어떤 면에서 둔했던 나는 다음 해 새해에 가까워질 때가 되어서야 상태 메시지를 바꿨다.     


  "Merry Christmas"가 아닌 "Everyday Christmas"로 해두었기에 10년이 넘도록 상태 메시지를 그대로 둘 수 있었던 아빠는 메시지처럼 매일을 크리스마스처럼 사는 분이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새로운 날을 기대하고 기다린다. 오늘이 하필 크리스마스라서 용서하는 아량 넓은 아저씨처럼 매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용서한다. 크리스마스처럼 늘 가족과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크리스마스에 만난 성격 좋은 아저씨처럼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다. 이외에도 많지만 아무튼 그는 그의 오랜 상태 메시지처럼 매일을 크리스마스 살듯 사는, 그런 아저씨이다. 치열한 금융업계에서 30년 가까운 세월을 크리스마스처럼 보냈던 아빠에게서 어릴 적에는 막연한 부러움을 느꼈다. 지금은 '아빠가 사람답게 살기 위해 많이 노력하셨구나.' 생각한다. 


  바빠서, 정신없어서, 허둥대며 하루하루를 쳐내듯 살아내는 나를 돌아본다. 새벽같이 일어나 6시면 현관문을 나섰던 아빠를 생각한다. 아빠만큼 일찍 일어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상을 차렸던 엄마를 생각한다. 어린아이들 키우다 보면 다 그렇지 싶다가도 그렇다면 나는 언제쯤 고상해질 수 있을까 생각했다. 어느 날 밤 남편에게 선언했다. "나, 이제 허둥대며 살지 않으려고". '허둥대다'의 사전적 의미는 '어찌할 줄을 몰라 갈팡질팡하여 다급하게 서두르다.'이다. 누구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치열하게 살았을 아빠도 매일을 크리스마스인 것처럼 살았다.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좋아하는 운동을 취미로 즐기면서도 독서하고 공부하던 뒷모습을 떠올려 본다. 


  바쁜 현생, 지긋지긋한 현실을 크리스마스인 것처럼 살 수 있을까? 빡빡한 일정 사이 나를 위한 작은 선물을 놓아볼 수 있을까. (빈) 털털한 통장 잔고에도 나와 가족을 위한 선물 하나 마련해 볼 수 있을까. 브런치에서는 그렇게 사는 에 가까워질 수 있게 하는 글을 쓰고 싶다. 조금 더 너그러운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돕는 글을 쓰고 싶다. 허황되고 달콤한 글이 아니라 담백하지만 '근거 있는(심리학 이론에 기반한)' 글로 통찰할 수 있게 돕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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