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찹쌀이 Aug 15. 2023

+. 읽어주시는 분들께

암환자 가족이 되었습니다.

* 아빠는 2023년 5월 '변연부 B세포 림프종 / MALT Lymphoma'(혈액암/림프종/임파선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 PC에서 작성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찹쌀이입니다.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혹시 글을 읽으시는 분이 암환자이시거나 그 가족이시라면, 더욱 반갑습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지금까지 세 편의 글을 올렸습니다. 이번 편은 왜 글을 쓰기로 했는지, 그리고 읽어주시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암환자 가족으로서 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저도 독자였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림프종으로 의심된다는 소견을 듣고서 찾은 곳은 인터넷이었습니다. 아마도 저와 비슷한 분들이 아주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갑자기 '암'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뭐든 찾아보는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러다가, 31살에 림프종 진단을 받고 암환자가 되어 완전 관해 판정받을 때까지의 일기를 기록으로 남기신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링크를 남겨도 되는지 허락을 받고 후에 추가하겠습니다.) 림프종은 워낙 종류(아형)도 많고 증상도 사람마다 다양해서 정보를 구하기가 참 힘들었는데, 우연히도 아버지의 림프종과 저분의 림프종이 거의 유사해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글을 읽으며 '암환자 가족'이라는 정체성이 저에게 하나 더 부여됨을 느꼈습니다. 물론 요즘은 암 치료가 예전만큼 어렵지 않다고들 합니다. 치료법 역시 많이 발전되어서 완치율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구요.


그렇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은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여전히 한국인 사망률 1위는 암이고, '암적인 존재'같은 어구에서처럼, 암은 암이니까요.


암.

앞서 글을 쓰신 분은 31살 신혼 여성이셨습니다. 진단받을 때 동행한 친정 부모님과 남편은 진료실을 나와 울음을 터뜨렸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가족은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진단받을 때만큼은 엄마도 함께 갔습니다만, 암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가서 그랬는지 아니면 현실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건지 저희 셋은 그렇군요, 하고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오히려 의사 선생님이 당황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부정하고 싶었고, 지금도 부정하고 싶습니다.


아버지는, 우리 아빠는 건강하다고. 언제까지고 지금처럼 제 옆에 있을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잘 이겨내고 계십니다! 이 글을 발행하는 지금은 항암 약물치료 5차를 받고 2주가 지난 시점입니다. 2차 후에 머리가 조금 빠지기 시작했지만 눈에 띌 정도는 아닙니다. 원래 머리숱이 적은 편이셨던 게 오히려 다행이랄까요. 매번 약물치료를 받고 1주일쯤 되면 조금 지치신다고 하셨지만, 그 외에는 평소처럼 생활하고 계십니다. 아, 약간 손 끝이 저릿하달까 이상한 느낌이 든다곤 하셨습니다.




암환자와 암환자 가족분들께 당부드리고 싶은 말이 감히 몇 가지 있습니다.

의료진 선생님들을 믿어주세요. 그리고 평소처럼 살아주세요. 괜히 몸에 좋은 거를 찾아 먹는다고, 또 안 하던 운동을 한다고 무리하지 마세요. 물론 몸에 안 좋은 건 피하셔야 합니다 ㅎㅎ 운동도 걷기 정도는 해 주는 게 좋다고 하구요. 골고루 잘 드시고, 술 담배 하지 마시고, 식후에 조금씩 걸어주세요.


글을 쓰기로 생각하고 어떤 형식으로 쓸지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꼼꼼하게 정리할 엄두도 나지 않고, 치료와 관련된 자세한 절차는 의사 선생님의 지침을 따르시기만 하면 될 테니, 저는 암환자 가족으로써 느꼈던 점들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혹 정보를 원하셔서 검색하다가 제 글을 발견하신 분께는 조금 송구스럽게 되었습니다. 궁금하신 부분을 남겨주시면 최대한 답변을 달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그렇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의료진을 믿어주세요. 이해합니다. 여러 병원에 가서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싶고 최선의 치료를 받고 싶고, 더 믿을만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다더라'라는 것들에 현혹됩니다. 저희 아버지는 "병원에 들어가는 순간 내 몸은 내 몸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나 자신보다 내 몸을 더 잘 아시는 분들일 테니까요.


비용에 대한 부분 역시 병원마다 다를 테니 참고로만 삼아주세요. 중증등록이 되면 급여 항목은 의료보험으로 공제되어 개인 부담은 5%로 적어지기 때문에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비급여 항목이... 많지만요...ㅎㅎ...




고생이 많으십니다.


알고 있습니다항상 예민한 상태로 살게 됩니다. 한 번도 겪지 않은 일이다 보니 조금만 어디가 불편해져도 혹시 암이나 항암약물 증상일까? 싶어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지요. 가끔 외출한 환자가 연락이 잠깐이라도 닿지 않으면 어디선가 쓰러진 건 아닐까 걱정되지요. 그리고 당사자가 가장 걱정하고 무서워할 테니 그것을 티 낼 수도 없습니다. 권하거나 자제시키거나 무언가에 대한 얘기를 하기도 조심스럽습니다. 네,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겨낼 수 있습니다. 이겨내고 싶습니다. 우리 같이 한 번, 지내봅시다!

작가의 이전글 3. 세 번째 교수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