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가족이 되었습니다.
* 아빠는 2023년 5월 '변연부 B세포 림프종 / MALT Lymphoma'(혈액암/림프종/임파선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 PC에서 작성되었습니다.
가수 윤도현 님이 지난 몇 년간 임파선암으로 투병했고 이번에 완치 판정을 받았음을 뒤늦게 고백했다. 많은 사람들이 응원과 격려의 메세지를 보냈고, 뉴스에서도 한동안 이슈였다. 그런 건가, 아빠의 병은? 아빠의 임파선암이란 건, 그렇게 무서운 거였나?
아빠는 암 증상이나 항암 부작용도 거의 없으셔서 평소와 같이 일상생활을 하고 계신다. 그래서 실감을 못해 '암'이라는 걸 잊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오히려 '암'이라는 중압감에 익숙해져 있는 걸까. 암환자 가족으로서 암을 대하는 이중적인 태도가 생긴다. 하나는 대수롭지 않게, "나을 거야" 하는 가벼운 마음. 그리고 또 하나는 역시 심각한 병이라는 위기감.
그 사이에서 내 의지가 아닌 진자운동을 하는 기분이다. 매일 매 순간.
인터넷에서 임파선 암환자의 사연을 보았다. 임파선암 진단을 받고 사연자인 남편은 마음이 무거웠다.당연히 아내도 그러했다. 하지만 이내 친정 가족들과 예정된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했다. 물론 해외에 있는 가족을 몇 년 만에 보기 위해 계획을 잡은 것이었으니 아내에게도 흔치 않은 기회였음은 분명하다. 비난은 하고 싶지 않다. 사람마다 모두 다르니까. 하지만 나라면, 남편의 옆에 있고 싶다. 남편을 위해서도 있지만, 나를 위해서.
아빠는 3주 만에 병원 가는 날, 누군가 기억해 두었다가 '병원 잘 다녀오세요'라고 연락을 하면 기분이 나쁘다고 하신다. 그렇지만 엄마는 친구분들이 '병원 잘 다녀왔니? 어떠니?'라는 연락이 고맙다고 하신다. 나도 주변 사람이 신경 써 준다면 고마울 것 같은데, 환자 당사자의 마음이 아니니 알 수가 없다. 사람의 마음은 참 어렵다.
그리고 아빠는 당신의 병환을 주변에 잘 알리지 않으셨다. (물론 그만큼 머리도 빠지지 않으셨고 살도 빠지지 않으신 덕일 것이다. 외형적 변화가 없으니 만나는 사람들도 아빠가 암환자일 거란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형인 큰아빠에게도 말씀하지 않았다가 6차가 끝나고서야 마침 추석 즈음이라 성묘 때 모여 말씀하셨다. 큰아빠, 큰엄마는 크게 놀라고 걱정하시면서 왜 여태 말하지 않았냐고 서운해하셨다.
아빠의 지론은 이러했다. 병을 알린다고 낫는 거라면 널리 알리겠지만, 알린다 한들 달라지는 건 들은 사람의 걱정이 더해지는 것뿐인데, 왜 굳이 알려야 하는가. 치료법을 모르는 병도 아니고, 의학기술이 부족한 시대도 아니고, 그저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 처방에 따라 치료만 받으면 되는걸.
정해져 있던 마지막 차수, 6차 항암날. 오늘이 마지막일지 알 수가 없는 묘한 긴장감으로 병원을 찾았다. 교수님은 일단 6차까지 맞고 여러 검사를 해 본 후에 다시 보자고 하셨다. 6번째 항암이고 간호사 선생님이 오늘 맞을 주사들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가셨는데, 아빠가 또 나에게 같은 내용을 되묻는다. 그럼 또다시 차근히 설명해 드린다.
하필 이날 주사실이 엄청 시끄러웠다. 옆 침상 할아버지가 단순히 귀가 어두워 목소리가 큰 줄 알았는데, 간호사 선생님들께 물을 떠달라고 하거나 소변통을 갖다 달라고 하거나 이런저런 일들로 계속 불러댔다. 동행 서비스로 온 도우미분에게도 거듭 귀찮은 요청을 하셨다. 그 할아버지가 침상을 떠난 후 간호사 선생님께 고생하신다 하니, 유명한 분이라고 한다. 침상 배정도 운이 필요하다.
6차 항암하고 1주일 후에 CT를 찍었고, 또다시 1주일 후에 PET-CT랑 골수검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