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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이 Aug 08. 2023

3. 세 번째 교수님

암환자 가족이 되었습니다.

* 아빠는 2023년 5월 '변연부 B세포 림프종 / MALT Lymphoma'(혈액암/림프종/임파선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 PC에서 작성되었습니다.



PET-CT를 찍은 다음날 오후에 혈액내과 진료가 잡혀 있었다. 그런데 아침에 아빠 핸드폰으로 연락이 와서 '당일 CT'가 추가되었다고 한다. 설명하자면 길고 복잡하니 여기에서 적진 않기로 하고... 어쨌든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진료를 보고 CT를 찍었다.


세브란스 병원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여러 기능들이 많지만 우리는 주로 예약 확인과 피검사 결과 수치 확인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보통은 열어볼 일이 잘 없지만, 가끔 들어가 보면, 진료일 당일 CT가 예약된 것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검사가 추가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로 절차상 이후 해야 하는 검사를 진료실에서 미리 잡아두는 경우이다. 그런 일정을 확인하면, 우린 머리를 맞대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검사는 뭘까? 하는 걸까? 아마 이런 걸 거야. 그래, 그런가 보다. 진료를 보러 가서 설명을 듣기까지, 우리는 추측을 한다.

병원에 다닌다는 건 기대, 추측, 확인, 실망, 안도, 그런 과정들의 반복이란 생각이 든다.




오후 3시, 진료를 보러 들어가니 교수님께서 여러 군데 림프절이 많이 커져있다고 하셨다. 어제 찍은 PET-CT 사진을 보니 CT에서는 애매했지만 역시 임파선 암 가능성이 높았다. 결국 조직검사를 위한 수술이 필요했다.


그런데 목이나 사타구니처럼 피부에서 가까운 곳이라면 수술이 쉽지만, 아빠의 경우에는 복부 안쪽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쉽진 않을 것 같다고 하셨다. 복강경 수술을 해 주실 외과의사 선생님의 진료를 잡아주실 테니 그쪽에서 상의해 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사진상 골수에도 전이가 의심되는데 일단은 순차적으로 검사해 보자 하셨다.


또, 다리의 혈관 안에 혈전, 즉 피떡 같은 것이 보이는데 그게 만약 혈관을 돌아다니다가 뇌로 가게 되면 위험하다고 하셨다. 그래서 당일 CT를 추가하신 거라고 한다. 오후에 한참의 대기 끝에 CT를 찍었고 (정말 오래 기다렸다) 다음 진료 때 결과를 들었는데 결과적으로 다행히 혈전은 아니었다. 아빠는 오히려 눈에 보이는 위협인 혈전이 더 걱정되었었는데 다행이라고 하셨다. 그리 생각하시는 게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다.




외과의사 선생님을 보기 전, 이틀 뒤에는 소화기내과 진료가 있었다. 지난주 위내시경 결과를 보기 위함이었다. 다행히 위는 깨끗하다고 하신다. 서로 결과가 공유되고 있었기에 상황을 대략 알고 계셨다. 아빠는 왜 이런 현상이 생기나 궁금해하셨다. 최근 컨디션도 무척 좋다고. 소화기내과 교수님은 원인은 알 수 없다고 하셨다.


아빠는 평생을 공부하며 사셨다. 그런 분이기에 자신의 몸에 생긴 암조차 '왜' 생긴 건지 궁금해하시는 걸까. 음, 보통은 암이라는 얘길 들으면 어떤 걸 궁금해할까. 얼마나 있나요, 고칠 있나요, 얼마나 퍼져있나요, 그런 게 궁금하지 않으려나... 아빠답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그런 게 궁금하지 않았다.

어쩌면... 계속해서 암이라는 사실을 부정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반대로 긍정했는지도 모른다. 아빠는 괜찮다, 라고. 치료 잘 받아 당연히 완치될 거고, 오래오래 더 사시다가 손주들도 안아보고, 90은 족히 넘겨 돌아가실 거라고,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아빠가 임파선 암이라는 얘기를 들은 후부터, 현실과 정신이 약간 갈라져있다는 생각이 든다.




혈액내과 진료를 본 다음, 이후 검사 등의 일정은 옆 진료실(상담실?)에서 잡게 된다. 외과 진료 일정도 그곳에서 상의했었는데, 일단 다음 주 어떤 날로 잡아두긴 했지만 정말로 가능할지 확인한 다음에 주말 전에 연락을 주겠다고 하셨다. 나중에 병원 홈페이지에서 그 교수님을 찾아보니 외래 진료가 일주일 중 단 하루 오전뿐이었다. 아마 그래서 스케줄 잡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다행히 다음 주에 예정대로 대장항문외과 외래 진료를 보았고, 수술 날짜가 잡혔다.


2주 뒤. 첫 입원, 첫 수술이었다.



혈액내과 진료, CT = 약 16만원

소화기내과 진료 = 약 2만원

대장항문외과 진료 등 = 약 4만원

혈액내과 진료(CT확인) = 약 2만원


진료비는 고정되어 있다. 본인부담금 21,426원, 공단부담금 3,744원. (2023년 3월 기준)

나중에 중증 등록하여 산정특례 대상이 되면 많이 저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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