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찹쌀이 Sep 12. 2023

7. 암환자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암환자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 아빠는 2023년 5월 '변연부 B세포 림프종 / MALT Lymphoma'(혈액암/림프종/임파선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 PC에서 작성되었습니다.



3일에 한 번 수술 부위를 소독하고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방수 밴드를 붙였다. 일종의 접착제로 봉합해서 실밥을 뽑을 필요도 없었다. 근처 약국에서 빨간약(포비돈)과 방수 밴드를 사 왔다. 마지막날 간호사 선생님이 드레싱 해 주시는 것을 잘 보아 두었다가 그대로 따라서 소독을 했다.


약 열흘간의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어쩌면 폭풍전야 같은 날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겉에서 보기에는 평화로웠다. 일주일에 두 번, 세 번 가던 병원 일정도 없었고, 아빠는 예정되어 있던 일정들을 소화하셨다. 한 가지 바뀐 게 있다면 저녁 식사 후 병동에서처럼 집 안을 걸어 다니며 아빠와 수다 떠는 시간이 추가되었다는 것.




엄마와 나는 '암일 거라 생각하자'고 마음을 잡았다. 아빠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지 알 길이 없었다. 오히려 스스로 너무 건강하다 자신하고 계셔서 걱정이었다. 외할머니가 그러셨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폐암으로 돌아가셨는데, 폐암이라는 진단을 받자마자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셔서 오래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 그래서 아빠도 혹시 암 진단을 받고 무너지실까봐, 엄마와 나는 그게 걱정이었다.


암일 거라 생각하고 인터넷을 뒤졌다. 의사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 매달릴 수 있는 곳은 인터넷뿐이었다. 하지만 임파선암에는 종류가 너무 많았다. T세포, B세포, 예후가 좋은 암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암도 있고, 증상도 다양했다. 어떤 임파선암일지 모르니 일단 대략적으로 공부해 두었다. 부디 아빠의 암은 그중에 조금이라도 '착한' 녀석이길 바라며.




"정확히는 변연부 B세포 림프종이라고 하는 암이에요"라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항상 아빠랑 둘이 찾던 진료실이었는데 이 날은 엄마도 함께했다. 진행이 느린 암이라 일단 검사를 더 해보자고 하셨다. 얼마나 퍼져있는지, 어느 정도로 커진 건지 확인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하기 위함이었다.


당일 CT 촬영이 잡혀있었는데 CT 전후로 수액을 맞아야 했다. 주사실과 CT실을 오가며 검사를 끝내고 집에 오니 저녁 7시였다. 오늘부터 암환자 가족이 되었다.




할아버지도 위암이셨다. 아주 극초기라 조금 더 지켜보자는 병원도 있었지만, 아빠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일본으로 갔다. 아빠가 일본에서 유학하셨기 때문에 병원과 숙소 섭외도 수월했고, 할아버지도 일본어를 잘하셨기 때문에 편하셨다고 한다. (40년 전 일이니 이해해 주시길.)


엄마는 남동생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 같이 일본에 갈 수 없었고, 대신 아빠의 여동생인 작은 고모가 동행했다. 그때 할아버지가 환갑 정도셨다고 하니, 작은 고모는 지금의 나보다 어렸겠지. 위의 상당 부분을 절제하는 수술이었는데, 수술은 당연히 무사히 끝났고 할아버지는 잘 회복하셨다. 건강하게 사시다가 90세에 돌아가셨다.


나에게는 태어나면서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였지만 그분들은 아빠에게 엄마, 아빠였다는 당연한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결코 '호상'이라는 말은 없다고도 하나보다.



금액은 추후에 정리해서 올릴게요.

작가의 이전글 6. 3박 4일간의 병원생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