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블록버스터 영화의 바이블.
문명 붕괴 45년 후, 황폐해진 세상 속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풍요가 가득한 ‘녹색의 땅’에서 자란 ‘퓨리오사’(안야 테일러-조이)는 바이커 군단의 폭군 ‘디멘투스’(크리스 헴스워스)의 손에 모든 것을 잃고 만다. 가족도 행복도 모두 빼앗기고 세상에 홀로 내던져진 ‘퓨리오사’는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인생 전부를 건 복수를 시작하는데... ‘매드맥스’ 시리즈의 전설적인 사령관 ‘퓨리오사’의 대서사시 마침내 분노가 깨어난다!
출처 : 네이버
전작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이후 긴 시간 동안 기다리던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전작에서 보여준 매력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속의 과거가 궁금했던, 궁금할 수밖에 없던 캐릭터의 독자적 서사를 다룬 스핀 오프입니다. 그러면서도 전작과의 연결을 더욱 단단하게 함으로써 전체적인 세계관을 이전보다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넘치는 작품입니다.
지난 2015년 개봉했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그 해 가장 인상적인 영화 중 하나였습니다.
탄탄하게 구축된 세계관 속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왔고, 어느 순간 주인공인 맥스의 서사나 액션에 눈이 가질 않게 되었습니다. 관심이 사라졌다기 보다 조력자이면서 또 다른 주역인 퓨리오사와 빌런이지만 특이한 외모를 갖추면서 카리스마를 보여준 임모탄, 광신도적인 모습에서 점차 스스로의 자아를 찾아가는 듯한 워보이들 중 한 명에게 눈이 더 많이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리지널 스토리의 속편이 아닌 퓨리오사의 과거 이야기를 다룬 스핀 오프도 환영할 수 있었습니다. 비단 퓨리오사가 아닌 임모탄이나 워보이들 중 한 명의 이야기를 풀어냈어도 충분히 관심이 생길 수 있었을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전체적인 캐릭터들의 매력이 돋보였고, 그들의 관점에서 다양하게 하나의 상황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보인 세계관은 무척이나 탄탄해 보였고, 허점이란 느껴지지 않았고 이보다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같은 세계관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모험이 될 것 같았습니다. 이미 완성된 세계관이자 캐릭터이고, 훨씬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고 전작에서 보여준 아성을 뛰어넘어야 성공에 더 가까울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여러 현실적인 부분 때문에 흔히 원작을 뛰어넘는 속편은 나오기 힘들다고 합니다. 물론 간간이 뛰어넘는 작품들이 나오기 때문에 완전히 낙담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실패의 사례가 더 많기 때문에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거장이고 훌륭한 작품을 창조했다고 해도, 연속으로 성공하거나 좋은 작품을 또다시 만들어 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 제일 것입니다.
또한 과거의 이야기라는 부분 때문에 이전 작품과의 연결고리나 설정들이 틀어지는 부분을 신경 써야 해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더욱 날카롭게 판단할 것이며, 그러한 점이 분명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거기다가 '퓨리오사'라는 하나의 인물을 중심으로 다루기 때문에 다양한 측면이 다뤄지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물론 전작도 맥스 중심 보다 주변의 인물들을 제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똑같은 방식으로 전개된다면 약간은 식상할 수 있으며, 전작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나타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러한 여러 약점들은 자칫 전체적인 스토리를 단순화할 수도 있으며, 흔히 졸작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전작의 '자유'보다 뚜렷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단순화될 수밖에 없는 '복수'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이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감독은 이러한 부분들을 과감히 인정한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몇몇 클리셰적 요소를 입맛대로 뒤틀어냄으로써 단순하게 여겨질 전체 스토리 라인을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퓨리오사의 팔에 새겨진 별자리, 혹은 문신은 정체를 발각되게 할 요소였으며, 이 때문에 위기가 닥칠 것만 같았습니다. 분명 그것을 스스로 새길 만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불필요한 행동이 분명했고 이것으로 위기를 만들어 낼 것만 같았습니다.
아주 잠시 두껍고 긴 장갑으로 가렸지만 언젠가는 들통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비웃듯 전투 중에 잘라 없앰으로써 그 가능성을 제거했습니다. 이처럼 이따금 예상을 뒤엎는 행보로 관객을 비웃었으며, 오히려 캐릭터의 특색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냈습니다.
어쩌면 진작에 정체가 들통났지만 뛰어난 능력으로 인정받았던 것도 같습니다. 또한 냉정하게 상황을 살필 줄 알고, 어떤 잔혹하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눈을 돌리지 않는 침착함과 냉정한 상황 판단력을 보여줌으로써 전작의 퓨리오사보다 더욱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고향 땅으로 가고자 하는 목적만 있는 듯 행동했지만 어머니의 죽음에 흥분하고 분노하며 달려들었습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향하는 와중에도 복수의 감정을 갖고, 소중했던 또 다른 이의 죽음을 기점으로 목적을 변화시키는 것 같았습니다.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욱 단순화된 구도를 갖게 되었고, 전작에서 끊임없이 갈구하던 자유를 향한 열망보다 아쉬움이 남기도 했습니다
디멘투스를 연기한 크리스 헴스워스는 익숙한 토르의 모습을 벗어나 단순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집단 혹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동맹이나 부하, 동료들을 쉽게 희생시켰습니다. 어쩌면 임모탄이 워보이를 희생시키는 것과 무척 닮아 보였기 때문에 비슷한 느낌일 거라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임모탄만큼 욕심이 많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임모탄은 대게 광신도적 칭송이나 추앙을 받는 존재였고, 그는 그 자리에 분노나 원한만이 남게 했습니다.
또한 자신이 잃은 것에 집착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생체 학자와 퓨리오사를 내주었지만 오히려 완전히 잊은듯했고,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행동합니다. 마치 남에게 그렇듯 자신에게도 똑같이 적용시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복수와 배경 설정, 하나의 캐릭터에 대한 조금 더 깊이 있는 이야기만 남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두 배우는 매력적으로 각각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으로 약점들을 모두 극복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시리즈라는 특색이 갖고 있을 수밖에 없는 진입장벽과 그것의 스핀 오프라는 점은 분명 선택받기 쉬운 요소는 아닙니다. 또한 매력적이었던 같은 캐릭터를 다른 배우가 얼마나 표현할지 감히 예측할 수 없으며, 새로이 등장하는 캐릭터가 이전만큼 개성이 뚜렷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감독은 위기와 부족한 부분은 과감히 인정하고 정면돌파하면서도 그것들을 다른 것으로 채워 넣는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오히려 스핀 오프와 과거라는 배경 때문에 약간은 우려했던 전작과의 연결 고리는 오히려 훌륭하게 이었고 세계관 자체를 더욱 탄탄하게 만든 것 같았습니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나머지 부분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선택이 눈에 띄는, 오히려 더욱 영화다운, 시리즈라는 특색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제대로 담아내는 일종의 바이블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부족할 수 있는 부분들을 시원시원한 액션과 화끈한 카 체이싱, 광활한 황무지의 특색을 살린 장치들을 통해 시각적 즐거움을 줌으로써 어쩌면 공장에서 찍어내듯 쏟아지는 영화들 사이로 진짜 블록버스터 영화로,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의 참모습을 제대로 만들어 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 뒤 이게 진짜 영화라고 말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러한 모습 때문에 맥스의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기다리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매드 맥스라 시리즈를 좋아한다면.
공장에서 찍어내듯 비슷비슷한 영화들 사이로 진짜를 느끼고 싶다면.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에 매력을 느낀다면.
광활한 사막을 배경으로 시원시원한 액션을 보고 싶다면.
매력적인 배우의 다른 모습을 기대한다면.
전작에서 퓨리오사라는 캐릭터에 대해 궁금했다면.
전작의 설정들을 더욱 공고히 하고 싶다면.
단순한 킬링타임 용 영화보다 깊고 진한 무엇인가를 기대한다면.
속편 및 스핀오프 영화에 관심이 없다면.
전작만큼 다양한 인물들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면.
이미 정해진 결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면.
인물의 내면 갈등을 주로 하는 드라마적 서사를 선호한다면.
'자유'라는 불확실하지만 다양한 모습을 담아냈던 전작의 모습을 기대했다면.
폭력에 쉽게 노출되는, 폭력과 함께 할 수밖에 없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물의 특징을 제대로 살림으로써 이전에 소개되었던 배경들을 더욱 탄탄하게 쌓아 올렸습니다. 분명 독자적 작품으로도 즐겁고 매력적이었음에도 이전 작품의 완성도까지 높이는 특이 체질의 영화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많지 않은 인물들의 대화 속에서도 각 인물들의 특징을 녹여내고, 열연을 통해 같지만 전혀 다른 인물들의 특색을 담아냈습니다.
물론 대결 구도라는 특색 때문에 전체적인 서사가 단순화되기도 했지만, 부족한 부분들을 인지 및 인정하고, 오히려 그 부분들을 시원시원한 액션으로 채워 넣음으로써 전체적인 매력과 완성도를 높이는 감독의 역량이 눈에 띄었습니다. 만약 최근에 봤던 블록버스터 영화 중 어떤 것이 기억에 남느냐고 한다면, 단연 앞자리에 놓일 수밖에 없는 다양한 방면으로 교과서적인, 시리즈 영화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평점
★ 5개 만점
★★★★(스토리 7 연출 9 비주얼 9 오락성 8 재관람 8 음악 8 평균 8.16)
대결 구도의 단순함 속의 전혀 단순하지 않은 인물과 액션의 조화로 만들어진 진짜 블록버스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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