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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쥰쥰 Jun 07. 2023

프차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인생은 실전

나는 프랜차이즈로 스터디 카페를 시작했다. 프랜차이즈를 끼고 창업을 할 때 가장 큰 장점은 프랜차이즈 측에서 창업 리스크를 어느 정도 안아준다는 점이다. 이미 매뉴얼화된 개업 준비 단계가 있어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 가게가 만들어진다. 사업자등록 등 법적인 절차부터 인터넷, CCTV, 키오스크 설치 등 각 단계가 이미 정해진 업체와 루트가 있기에 고민할 필요 없이 계약만 하면 된다. 획일화된 인테리어와 영업 방식이 있어서 어떻게 가게를 꾸며야 할지, 어떻게 가게이름을 정해야 할지(창업에서 가게 이름은 생각보다 큰 고민거리다!), 적정 판매 가격을 얼마인지 같은 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프랜차이즈는 진짜 실무는 가르쳐 주지 않는다.




  청소할 사람을 구하는 방법이라든가, 적정한 청소용역 수수료라든가 하는 세부 세팅 업무부터 시작해서 어느 정도 텀으로 비품을 사야 하는가, 담요는 며칠 간격으로 빨아야 하는가, 사물함 무단 사용은 어떻게 막아야 하는가 같은 건 알려주지 않았다. 사실 이런 건 지점마다 다를 테니 그쪽에서 말해주기도 힘들긴 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부분을 챙기셔야 해요 정도는 말해줄 줄 알았다. 실제 어떤 일이 어떻게 튀어나오는지조차 모르는 초짜 창업자에게는 오히려 이런 실무가 초기에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


  쓰레기통이 차는 주기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처음 한 달간은 CCTV를 하루종일 째려보고 있었다. 눈 떠있는 시간 내내 CCTV 화면을 띄워둔 패드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쳐다보다가 쓰레기통이 넘치는 것 같으면 뛰어가서 쓰레기통을 비웠다. 문제는 이게 언제 꽉 차서 넘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밥 하다가도 뛰어가야 하고 애 학원 데려다주다가 도 뛰어가야 하고 자려고 누웠다가도 뛰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전혀 예측 가능성 없는 업무에 지쳐갈 때쯤 과거 PC방을 해본 지인이 조언을 해주었다. <쓰레기봉투가 다 찼든 안 찼든 하루 한 번 정해진 시간에 묶어 버려야 한다.> 이미 뼛속까지 가정주부였던 나는 아직 다 차지 않은 종량제 봉투를 그냥 버린다는 발상은 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나는 21세기 대한민국 사람이라 겨우 살아있는 수준의 저질 체력이다. 오픈 이주일 만에 이런 나 혼자서는 70평짜리 스터디카페 청소를 도저히 감당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남편 지인을 통해 청소용역업체를 소개받았다. 우리는 이런 쪽의 실제 시세를 모르기 때문에 그 업체가 부르는 가격대로 계약을 했다. 하지만 업체에서 보낸 사람은 바로 어제 업체에 채용된 동네 아줌마 1이었고 업체는 아무런 사전 업무 교육 없이 그분에게 대걸레 두 개를 쥐어 주고는 알아서 청소하라고 보냈다. 우리는 청소용역업체 계약을 해지하고 당근마켓 어플을 통해서 다시 사람을 구했다. 이런 단기 근로 계약직의 계약도 해본 적이 없어서 네이버 검색을 하고 자영업자들이 모여있는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조언을 얻어가며 계약서를 만들었다.




 원래 인생은 실전이다. 무인 운영이니까 집에서 앉아서 돈 벌 수 있다는 말에 (남편이) 낚여 시작한 가게인데 매일 세 번 이상 오가며 계속 손이 갔다. 이것을 다시 이상적인 운영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은 오로지 내 몫이었고, 약 반년 정도 걸렸다.  지금도 하루 한 번 이상 가게에 가고 있다. 고장 난 키오스크를 살피러, 사물함을 열어주러, 고장 난 화장실을 고치러, 떨어진 원두를 채워 넣으러 나는 오늘도 가게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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