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공깃돌이 포물선을 그리며 공중으로 솟아올랐다가 내려왔다. 경쾌하게 탁 소리가 났다. 공깃돌은 손바닥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멀리 바닥을 친 뒤 데구루루 굴러갔다. 아이는 울상을 지었다.
“돌을 위로 똑바로 던져야지 그냥 막 던지니까 그렇게 멀리 날아가 버리잖아.”
이해를 할 듯 말 듯한 표정을 짓는다. 아이는 아직 공깃돌을 일직선으로 던지는 요령조차 없다.
아이 학교에서 공기놀이가 유행인 모양이다. 원래 늘 같이 루미큐브를 하던 친구들이 다 공기놀이를 해서 오늘은 혼자 책을 읽었단다. “그럼 너도 배우면 되지!” 하고 냉큼 구석에 박혀 있던 공기놀이 세트를 찾아냈다. 그런데 아이가 알고 있는 공기놀이 규칙이 영 이상하다. 일단 양손 공기를 하고 있다. 빈 왼손에 주워 든 공깃돌은 모으고 오른손으로만 공깃돌을 던지고 잡는다. 한 손으로 해야 한다니까 우리 반은 다 이렇게 한다고 빽 소리를 지른다. 중간에 틀리면 다시 1단으로 돌아간다. 꺾기는 없어지고 그냥 이렇게 1단부터 4단까지 완벽한 한 바퀴를 몇 번 돌았는지로 승부를 정한단다.
요즘 아이들 놀이는 우리 때와 다르다. 놀이의 전승이 완전히 끊어졌다. 그나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나 ‘얼음땡’ 같은 맨손 놀이는 남았다. 하지만 도구가 필요하고 나름 숙련된 기술도 필요한 고무줄놀이이나 공기놀이는 잘 모른다. 학교와 학원의 틈새 시간에 빠르게 모였다 빠르게 사라지는데 언제 고무줄 연습을 하고 공깃돌 던지는 연습을 하겠는가. 나 어릴 적에 고무줄놀이는 언니들이 하는 걸 구경하고 줄 잡아주며 배웠더랬다. 요즘은 그 언니들이 다 학원에 가버렸으니 배울 곳이 없어졌다. 놀이터에는 항상 아이들을 지켜보러 나온 엄마들이 있지만 고무줄놀이까지 함께 해줄 체력과 열정이 있는 엄마는 동네에 한 명이나 있을까 싶다.
그나마 공기놀이는 내가 좀 가르쳐 줄 수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이던가 우리 반에 공기놀이 열풍이 불었다. 당시 한 반에 오십 명이던 아이들이 그 좁은 교실 공간을 비집고 앉아, 쉬는 시간 10분을 쪼개서 모조리 공기놀이를 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베이비붐 세대가 꽉 들어찬 좁은 구식교실에 책상 사이 빈 공간마다 용케 끼어 앉았다. 화장실 가기도 버거울 정도였다. 그래도 다들 기를 쓰고 공기놀이를 했다. 마지막에는 잘하는 아이 두서넛이 남아서 왕중왕전을 치렀다. 이미 다섯 알 공깃돌로는 성이 안 차서 10알을 가지고 했던 기억이 난다.
어찌어찌 1단, 2단, 3단을 해낸 아이는 잠깐 다섯 알 공깃돌을 쥐고 고민하더니 돌아본다.
“4단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
“그렇지, 4단은 방법이 바뀌지. 잘 봐.”
나는 냉큼 공기놀이 4단을 시범 보였다. 한 알을 던지며 네 알을 바닥에 놓고 다시 던져 올리며 바닥의 네 알을 쓸어 잡으니 아이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렇게 놓고 잡고 다시 던지고 네 알 쓸고 잡고... 알겠어? 이제 한번 해 봐.”
아이는 멈칫하더니만 순간 다섯 알을 다 공중에 던져버렸다. 나는 그만 웃음이 터져서 깔깔 웃고 말았다. 아이 얼굴이 벌게졌다.
“아냐, 아냐, 엄마도 너 만할 때 그렇게 다 던진 기억이 나서 그래. 다시 해 봐.”
더 웃었다가는 울리게 생겼다. 이다음에 꺾기 시범까지 보여주면 과연 아이는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