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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도도독.
엄마는 아까부터 코를 골고 있다.
톡톡.
아버지의 코 고는 소리는 엄마보다 더 크다.
저녁 무렵에 조심스레 다녀 간 일본여자가 다시 왔나?
엄마는 여자에게 짠무 두 개를 쥐어 주며 어서 가라 손짓을 했는데 여자는 자꾸 돌아보며 고개를 굽혀 인사를 하며 뒷동산으로 올라갔다.
일본으로 돌아갈 수가 없어 산속에 숨어 산다며 가끔 염전으로 내려와 구걸하다시피 식량을 얻어 간다고 했다.
나는 여자가 궁금해서 일부러 뒷동산에 올라가서 여기저기 찾아봤지만 얼마나 꼭꼭 숨어 사는지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 누구......?"
"김씨네 맞지?"
옆집 박 씨 아저씨 목소리는 아니다.
아버지를 깨웠다. 놀라서 깬 아버지는 밖에 있는 사람을 얼른 방으로 들였다.
고모부라는 처음 보는 남자는 눈만 내놓고 깜깜하게 모든 것이 감춰져 있었다.
남쪽으로 어서 가야 한다며 오빠와 영희를 깨우라 했다.
또, 또 도망인가?
두 개의 보따리 속에 뭐를 쌌는지는 몰랐지만 지난번 도망과는 다르다는 것을 나만 느낀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둠 속에서 앞선 고모부는 자꾸 뒤돌아보며 우리 가족의 수를 확인했다. 아버지는 엄마손을, 오빠는 내손을, 영희는 고모부 등에 업혀 오래오래 걸었다.
누군가 그어 놓았다는 금을 넘어서야 우리는 고모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이사가 아니라 탈북했다는 것을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알아차렸다.
국밥 집에서야 아버지가 고모부에게 물었다.
내가 여기 있는 것을 어찌 알았느냐고.
그때 처음 보았다. 아버지의 굵은 눈물 줄기를.
아버지는 할머니 몰래 곶감을 꺼내 먹다가 들켜서 회초리를 피해 밖으로 내 달려 볏짚단 아래 숨었다가 잠이 들었는데, 누군가의 등에 업혀있던 그 순간에도 엄마등이라고 생각했었단다. 눈이 부셔서 깬 아버지 옆에는 할머니가 아닌 늙는 남자가 모로 누워 자고 있었단다.
낯선 방안에는 여러 사람들이 말린 명태처럼 주르륵 누워 있었단다.
겁이 나서 훌쩍이는데 머리통을 쥐어박으며 늙은 남자는 어미에게서 돈 주고 샀다고 하면서 울면 혼난다고 했단다. 돈 받고 팔려온 아이는 돈 주고 샀다는 늙은 남자에게서 춤과 노래를 부르며 그렇게 커 왔단다. 남사당패거리의 꽃소년으로.
돈 받고 아들을 팔지 않았던 어미의 추적은 집요했고, 데려 올 방법을 찾던 중 북에서 내려왔던 고모부에게 부탁을 했던 것이었단다.
그렇게 우리 식구는 할머니를 만났다.
나는 할머니 집이 있는 이곳이 좋았다. 우리는 다시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되었다.
작은 민둥산에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소금밭과 쨍한 햇빛에 반사되는 바다 밖에 없었던, 또 누군가 낯선 이 가 찾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때부터 나의 호기심은 늘 밖으로만 나 돌았던 것 같다.
큰 건물들이 있고 소금수레보다 열 배는 큰 수레에 사람들이 타고 있는 모습에 나는 한동안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곳은 별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