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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Oct 16. 2024

책 좀 빌려 주라

그래.



친구에게서 한강 작가의 책이 있으면 빌려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 마하고 늦은 저녁에 핼쑥하게 웃으며 들어오는 친구를 맞으며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어디에도 한강 작가의 책을 구할 수가 없다고.
딸이 읽고 싶단다.
얼마 전에 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하러 갔는데 염증수치가 너무 높아서 치료부터 해야 한다며
며칠이 될지는 모르지만 입원을 했고 짧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몇 권 되지는 않지만 읽고 싶은 책이 뭐냐 하니
서둘러 온 친구는 아무 책이나 고른다.
일단 사진을 찍어 딸에게 보내면서 그간의 마음고생을 내 보인다.

 친구의 마음은 너무 많이 헐어 있었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싶다고 답이 왔다.
 차 한잔을 느긋이 마시지 못하고 일어서는 친구에게 책을 들려 보내면서 입이 달막거리는 것을 삼켰다.
선뜻 권하고 싶은 책은 아니었다.
 읽다가 중간중간 덮은 적이 있는 책이었다.
너무 아픈 책이라 나중에 읽으라 하고 싶었다.
독서 취향은 모르지만 노벨상의 열풍에 휩싸여서 읽고 싶어 하는 것이라면 말리고 싶었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라면 특히 더.
하지만 늦은 저녁 딸을 위해 달려온 아비를 응원하고 싶어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모든 것을 가볍게 한다.'
라는 영화의 대사가 생각 나서였다.
두 권의 책을 읽고 나서 더 빌려 달라하면 와서 고르라 해야겠다.

더는 아프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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