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새벽 그림

이불이 왔다.

by 날개



몹시도 추운 날이었다.
바람은 아무 데서나 불어와 제 힘닿는 데로 모조리 날려버렸다.
공장 안까지 휘몰아치는 통에 용접 불꽃이 미친 여자 머리카락 같았던 그날이었다.
바람에 갇힌 날의 연속.
살갗에 닿는 바람보다 더 힘든 내란의 바람에 더 어지러웠던 하루를 마무리하고 돌아 온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이불 박스.
지난 주말 광화문에서 만난 친구와 낮 술 한잔 하던 중에 불쑥 이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다.
친구는 유난히 이불욕심이 많은 내게 추천하고픈 이불이 있다고 했었다.
감사의 인사보다 먼저 풀어 본 이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초록과 노랑의 조합.

봄의 색이다. 봄!!


이불 선물은 엄마 다음으로 처음이다.
딸들에게 이불을 선물하면서 안아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었는데, 친구의 선물은 안기는 마음을 주었다.
너른 마음이 한껏 안아주는 폭신함.
친구야!
고맙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내가 폭신하게 술 한잔 쏘마.
이제야 바람이 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