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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그림

김숨의 제비 심장.

by 날개


열대여섯 살 먹도록 성냥도 켜지 못했을 만큼 내가 불을 겁내는 건 유난히 작은 심장을 가져서다. 불 감시자가 되고 나는 불이 더 두려워졌다. 그렇잖아도 자그마한 심장이 조심씩, 조금씩 쪼그라드는 게 느껴지곤 한다. 녹슨 못 수십 개가 왼쪽 가슴에 박혀 살과 뼈를 찔러대는 것 같은 통증을 동반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심장이 급속히 오그라들어 순식간에 제비 심장만 해질 것 같은 공포감이 밀려든다. (40) - 본문 중에서 -

글을 읽는 내내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불 감시자가 된 화자의 눈에 비친 철 상자 안에서 일어나는 모두의 동작이다. 나 역시 누군가 뒤에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용접을 했었다.
용접을 하면 그라인더로 갈아내고 녹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페인트를 칠을 하고.
상자 속 공간에 발판을 만드는 이들은 높이를 가늠하지 못한 채로 산재로 처리하지 않는 부상과 죽음으로 잊히고.
깜박이는 전구를 갈아 끼울 새도 없는 작업자들은 직원이 아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정직원과 하청 직원들.
철상자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일용직이었다.
반장이 주는 일당에 각자의 맡은 일을 메꾸는,
쭈그려 앉아 하루종일 용접을 하는 최 씨의 뒤에서 보이는 데로 화자는 우리 사회가 애써 찾아보지 않는, 알고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관심 없어해도 특별하게 죄의식을 갖지 않아도 되는 듯 한 문제들을 보고 있다.

2008년에 '철'이라는 작품은 산업화의 상징이었던 용광로가 들어선 마을 사람들의 막막한 희망의 노동과 21년에 쓴 제비 심장 속의 하루살이 노동의 절망이 작가의 투철한 인터뷰어적인 것에서
또 다른 내 생각을 찾아낸다.

철에서 생산된 파이프를 자르는 컷팅 기계소리와 용접봉 녹이는 소리와 그것을 갈아내는 그라인더 소리가 만들어 내는 합창은 삶의 활력이다.
나의 용접은 토막 낸 파이프를 각도에 맞춰서 튼튼한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다.
열고 닫힐 때마다 아비들의 어깨는 자꾸 올라가고, 뻥 뚫린 길을 달려서 가족에게로 가는 입가에는 한껏 미소가 넘친다.

노동은 숭고한 것이다.

하루살이는 함축된 인생이다.
인생은 보기에 객관적이지만 느끼는 것은 주관적이라는.

이 글을 읽으며 어쩌면 제비 심장을 이었던 내가 철의 심장으로 바뀌어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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