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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May 19. 2024

생일이 뭐라고!

왜 그랬었을까?


 내 생일을 잊었다. 지난 휴일에 애들과 깔깔거리며 축하 파티를 하고 와서였을까?
 딸들이 보내온 톡을 보고서야 알아차렸고 SNS에 뜬 생일에 지인들의 축하 메시지가 그득한 것을 보니 맞긴 맞는갑다.

문득,

지금의 내 나이쯤이었다.
아침에 미역국을 끓여 놓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는데, 전 같으면 새벽부터 방앗간에서 떡을 해서 들고 오시는 엄마가 전화를 받지 않으신다.
" 무슨 일이 난 것은 아닐까?"
항상 아프기만 한 동생과 마음 나눌 곳이 없는 엄마는 내가 결혼을 하고도 같은 도시에 살고 있었다.
며칠 전 까지도 기억하셨는데.
오후 느지막하게 연락이 되었다.
다행히 별일 없음을 알고 나니 심통이 났다.
내 생일에는 항상 떡을 해오셨는데 그날은 저녁에 미역국 드시러 오라 했는데도 모르셨다.
갑자기 서운함이 들던 마음이 서러움으로 변했다.
" 오늘 무슨 날인지 몰라요?"
" 왜? 무슨 날인데?"
" 정말 잊었어? 오늘 내 생일이잖아."
" 에구야, 오늘이 생일이라구? 내가 왜 이러냐? 엊그제까지 기억했는데....... 에구 미안해서 어쩌냐?"
" 몰라! 일 년에 딱 한 번 생일 챙겨 주면서 그걸 잊어버리냐고."
 서러웠다.
늘 아픈 동생들에 치여서 사라진 내 유년이 늘 불쌍했었다. 엄마의 품엔 동생들의 차지였던, 그나마 내 생일은 오직 나 만 위해 생일상을 차려 주었었는데.
 마치 땡깡 부리듯 그날의 생일을 아까워했었다.
그 하루가 왜 그리 서러웠던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엄마의 얼굴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 이제 내가 늙었나 보다. 어째 니 생일을 까맣게 잊을 수가 있노."

그날의 생일!

처음으로 엄마에게 땡깡을 부렸던, 어릴 때도 안 했던 짖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서러웠던 날이었다.
이제는 내 생일에 미역국을 끓이지 않는다.
드셔 주실 엄마가 계시지 않아서.
퇴근을 하면서 외식을 하고 찻 집에서 잊고 있었던 그날의 생일 이야기를 하니 그도 기억하고 있었다.
 " 장모님도 당황하셨었지만 당신 땡깡을 고스란히 받아주셨잖아."

 그랬다.
뭔가 요구를 해 보았다는 것은 엄마는 미안함을, 나는 응석을 부려 본 유일했던 포옹이었다.
오늘,
내가 누리는 이 모든 행복은 엄마가 주신 것이다.
고맙습니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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