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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Jun 18. 2024

더덕

엄마 주신 약과 같은 마음

 
장식장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크기의 술병은 베란다 창고 안에 보관할 수밖에 없었다.
10년을 묵은 더덕주.
 지난주에 드디어 꺼내어 거실에 내려놓고 남편과 나는 10년 전의 그날로 돌아갔다.
 엄마 떠나시고 며칠이 지난날.
 점심시간에 남편이 아산만 방조제 쪽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더덕잎을 발견하고 줄기를 따라가다가 만난 더덕은 처음 보는 크기였다.
 남편은 더럭 겁이 났다고 했다.
너무 큰 것도 놀랐지만, 생긴 모양이 기괴하여서였다고 했다.
 회사 주차장으로 나와 보라는 전화를 받고 나간 나도 한동안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남편은 더덕의 줄기와 잎사귀까지 하나도 버리지 않고 고스란히 정성껏 캐 온 것이었다.
 남편은 감추듯이 박스에 넣어 트렁크에 얼른 넣는다.
더덕이라고 하지만 내 눈에는 인삼 같아 보였었다.
약초에 관심이 많은 그가 틀릴리는 없었지만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 장모님이 당신 먹으라고 보내주신 것 같아. 당신 천식을 많이 걱정하셨었잖아."
  엄마 가시기 2년 전에 우연하게 엄마 잃은 아기고양이를 키우게 되었었다.
 딸들이 너무 좋아했고 이왕이면 길고양이도 두 마리를 더 키웠었는데, 어느 날 내가 호흡을 부자연스럽게 하는 것을 느끼고 병원에 가니 고양이털 알레르기라고 했다.
  그 사실을 안 엄마는 그날로 세 마리 고양이를 모두 아시는 분들께 입양시키셨었다.
 내 새끼 아프게 하는 것은 단 일분이라도 생각을 할 수 없었다고 하셨다.
집에 와서 꺼내놓은 더덕을 보고 애들도 많이 놀라워했고 빠르게 인터넷으로 더덕의 효능을 찾은 큰딸래미가 하는 말이,
 " 할머니가 엄마 약 보내 주셨네"
30센티 자로 재어보니 훌쩍 넘는다. 총길이가 39센티였다.
뇌두는 셀 수도 없었고. 한쪽은 갈라진 부분에 돌출 부분이 있었고 뒤집어 보면 가슴 쪽이 돌출되어 있었다.

앞면은 여자, 뒤집으면 남자를 닮았다.
희한한 모양의 더덕을 살살 닦아 남편은 효능을 가장 잘 우려내는 방법으로 술을 담기로 했다.
 다음날 출근해서 윗집 이장님에게 물어보니 방조제가 생긴 것은 1974년이라 하셨다.
 유추해 보면 어느 산에서 흙을 퍼다 부었다면 그때 옮겨 왔다고 하면 산에서 산 세월 더하기 40년이 된 것이었다.
 며칠을 더 찾아봤지만, 새끼인 듯한 15센티정도 된 것 한 뿌리 더 캔 것 말고는 보지 못했다.
 더덕이 자랄 환경도 아니었다는 이장님은 논에 가실 때마다 근처를 돌아보셨지만 더덕을 전혀 찾지 못하셨다.
 그리고 10년이 지나서 우리는 약으로 주신 것보다 더 큰 가르침을 찾았다.
 
한 몸처럼 살아라.
그러셨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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