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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jeom Dec 26. 2023

Ep08. 사회 생활은 다 그렇다고요?

1년차 직장인의 피터지는 사회 생활

  "회사를 퇴근하는 길에 차 안에서 찍은 사진이다. 아마 이때는 칼퇴를 하지는 못했겠지만 그래도 노을이 지는 시간에 퇴근한 운이 좋은 날 중 하루였던 것 같다. 이제는 차를 가지고 출퇴근하는 일은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나의 1년이 12월 4일에 모두 끝.났.다.. 정말 이 날만을 기다려왔는지 모르겠다.

1년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하반기가 되면서 정말 너무 바쁜 나날을 보냈다. 프로젝트가 끝나가면서 나는 빈 깡통 같은 사람이 되었다. 약 2주가 지난 지금 당시를 생각하면 정말 잘 견뎌온 나에게 칭찬의 말을 해주고 싶다.


  이번 일이 끝나고 회사에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나에게 존재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된 사수의 사내 메신저 알림을 끈 것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 그리고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떻게 사수의 사내 메신저를 음소거할 수가 있지? 라는 생각을 많이 하실 것 같다. 나 역시도 말도 안된다는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얼마 가지 않아 알림을 다시 켜는 한이 있더라도 잠시만이라도 해방되고 싶었다.


  나의 사수는 내 맞은편 자리에 앉아 물론 칸막이가 있지만 키보드로 연주를 하는 사람이다. 내가 출근을 하면 아직 자리에 앉지도 않았는데 나에게 수많은 메신저를 보내고 그 소리로 나는 또 스트레스를 받고 이렇게 지낸 시절이 벌써 일년이었다. 정말 힘들었다. 어느날은 메신저를 보고 견딜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휴게실에서 비련의 여주인공마냥 눈물을 한방울 흘렸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정말 이 사람과 또 일을 한다면 나는 정말 큰일나겠다는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그런 생각 그리고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너무나 심한 공포를 느꼈다. 이렇게 사람에 대한 증오와 공포를 느낀 것이 처음이라 나역시도 너무 혼란스러웠다.


  드디어 이 사람과의 일이 끝났다고 생각한 시점에 팀장님이 올해를 되돌아보자는 면담을 하자고 팀원 전체에게 공지를 하셔서 나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무슨 기회인지 감을 못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기회는 바로 내가 살기위해서 나의 모든 감정을 다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할지 잊어버릴까 다이어리에 메모를 해갔다.

  

  사실 10월의 어느날에도 팀장님께 나의 이런 고충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사실 그때는 아직 2달이나 더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었고 팀장님의 입장에서도 팀원들의 갈등을 듣는 것이 스트레스이시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좋은 말로 풀어가고자 많이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그이후에 나는 나의 사수에게 자신의 강압적인 태도와 말투는 컨셉이었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살면서 들은 어떤 말보다 더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컨셉? 회사에 컨셉이 왜 필요하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더 황당한 건 10월의 어느날 이후 사수와 나의 갈등이 어느정도 봉합되었다고 생각했다는 팀장님의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때는 아직 2달이나 일을 더 해야하는 상황에서 더 말을 한다면 나의 감정이 증폭될까 누르고 또 눌렀던 것이다."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내가 당했던 언어적인 폭력 및 스트레스와 주말 근무임에도 강요 받은 업무 집중 시간, 조언과 실수를 빙자하여 나를 깎아내리려는 의도적인 언행, 그리고 사내 평가로 협박하는 뉘앙스의 말들에 대해 모두 털어놨다.  

  이를 보고 이제 겨우 1년차 신입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고 그래서 참아보려고도 하였다. 그러나 내가 살아야하니까 일단 지르고 봤다. 그런데 나에게 돌아온 말은 내가 원하는대로 될 수는 없다와 그럼 어떻게 할래..?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렇다면 이번 1년 동안 배운 것으로는 제가 부족하다는 것이겠죠. 그 상황이 똑같이 주어진다면 저에게 더 많은 가르침을 주기 위한 것이겠죠."라는 말로 그 면담을 종료하였다.


  그리고 든 생각은 딱 하나였다.

'이 회사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구나. 내가 이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할 필요는 없겠다.'라는 생각을 했고, 솔직히 말해서 오만정이 다 떨어졌다. 나는 앞으로는 그냥 회사를 다니는 사람일 것이다.


  이 이야기를 쓰면서도 나의 지난 1년은 신입으로서 실수투성이 그리고 많은 실수를 남긴 사원 중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나는 언어적인 폭력과 그것이 공포라면 나를 그 상황으로 구제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다음 글에는 1년동안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느낀 점과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그래도 한해의 마무리는 좋은 마음이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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