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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해야 Johaeya Nov 08. 2024

퇴사한 자식 때문에 억장이 무너지는 엄마에게

[개똥철학] 4편 _나의 O이 된 엄마




          브런치에서 딸의 글을 읽은 엄마에게서 늦은 밤 연락이 왔다.


"너 일 관뒀니?"


"응."


폰 밖으로 엄마의 한숨이 쉬지 않고 내 방을 폭격하고.


다음 날 아침,

출근길인 엄마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엄마 : 

엄마가 딸한테 해준 게 뭐가 있나 생각하니 도와주지 못하는 게 걱정이 되어서 그랬다. 딸이 하는 일을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딸 :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있잖아, 그 작가의 부모가 딸의 글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 "넌 회사도 안 다니고 어쩌자고 평생 그러고 사니···"라고 했을까, 안 그랬을 것 같아서 잠시 서운했었어.

(*가만 계시는 한강 작가님, 자꾸 불러서 미안합니다)


엄마 입장에서는 충분히 딸이 답답하고 불쌍할 수 있고, 일 관뒀다고 하면 엄마가 도와줘야 할 것만 같고, 그 마음이 너무 무겁고, 남의 집 자식들은 안 저런데 하며 한심할 거고··· 내가 엄마라도 엄마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



······ 하고 싶은 거 하다가 죽고 싶어 엄마. 직장에서 버티기만 한다고 나의 미래와 엄마의 노후를 지킬 힘을 기를 수 없어. 안 버티려고 그런 것도 아니고, 인생도 꿈도 포기해서 회사를 나온 게 아니야. 잘 되고 있고, 이루어지는 과정 중의 하나라고 나는 믿어!

나에게도 엄마에게도 아직 수십 년이 더 남았을지 아니면, 오늘 어찌 될지 내일 어찌 될지 모르는 게 목숨인데 끝까지 도전할래 엄마. 나이 들었으니까 이제 그만하자··· 포기하자··· 이런 마음이 전혀 안 들어. 그냥 행복해. 엄마가 나에게 돈을 주는 것보다(*지난밤 브런치스토리에 '응원하기'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다고 엄마는 말했다) 딸이 쓴 글에 하트♡만 눌러줘도 딸에게는 엄청난 기운이 돼. 그러니까 하트♡를 평생 잊지 말아 줘. 아, 딸의 생일도.(*평생 바쁘게 일하신 엄마는 성인이 되어 집 나온 딸의 생일을 여태껏 잊고 지나쳤다)


며칠 전 아빠한테 쓴 편지를 엄마도 봐서 알겠지만 나는 OOO(*엄마의 성함 석자)의 딸이잖아. 남들처럼 살아지지가 않아. 이상한 무언가를 엄마한테 받았어. 난 그걸로 해낼 거야. 그러니까 엄마는 하나도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딸이 다 미안해. 그런데 엄마, 단 하루도 망한 날이 없었어. 결국에는 더 잘 되더라. 안 굶어 죽고 이 시기도 잘 지나서 다시 일을 찾으면 연락할 테니까 웃고 있어 엄마, 알았지. 사랑해.

엄마가 없으면 내가 어떻게 살아지겠어. 엄마는 그냥 최고야! 살아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정말 고맙고 항상 나에게 교훈이 돼. 사랑해 엄마. 아빠한테도 딸 걱정할 필요 없다고 전해줘. 잘할 거라고!

가을을 만끽하고, 이번 겨울도 우리 무사히 나자.


-엄마의 스타작가 조해야-






엄마로부터 딱 한 줄의 답장이 왔다.


"시간 되는 대로 반찬 해서 보낼게. 사랑해." 



나는 엄마에게 꿈을 말했다.


"꼭 같이 살자."



그리고 쨍쨍한 오후, 가슴속에서 한참이나 묵혔을 엄마의 마음이 띵, 소리를 내며 울렸다.


"없는 집 딸로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






⚶개똥도 약에 쓰이는, 우리집 철학⚶

나처럼 살지 마라
나처럼 살지 마라
나처럼 살지 마라

······ 아무리 빌어도
나로 살고 있는 딸.


엄마처럼 살지 않아
엄마처럼 살지 않아
엄마처럼 살지 않아

······ 아무리 외면해도
나의 꿈이 된 엄마.
엄마!





☁물에구룸☁
이라는 출판사의 대표가 되었습니다.
네,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1인 출판사' 맞아요. 물에구룸, 은 제주에서 제가 가장 사랑하는 것인데요, 바로 "뭉게구름"의 옛말입니다.
 
현재는 작년에 출간했던 자전적 소설 두 권(<들개와 노견>, <호구>)의 재출간과 8년 동안 섬에서 모은 구름 사진으로 새로운 작품을 준비 중입니다.




❙ <가장 작은 것 속에 가장 큰 것이 있다> 는 문장을 오늘 만났어요. 작지만 내게 너무 큰 여러분OO에게 오늘밤 하트를 잊지 말아 주세요~

❙ [개똥철학] 다음 연재는, '곧'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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